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한 여자는 방송과 함께 살았고, 한 여자는 영화와 함께 살았다. 


두 여자 공통점이 있다. 

카메라 앞에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께 했고, 서른 여섯이라는 나이에 요절했다.ㅠ.ㅠ 

한 여자는 정은임, 다른 한 여자는 마릴린 먼로. 


허나 두 여자, 캐릭터는 극과 극이다.

지적이고 사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입장을 천명하고 행동한 '아나운서계의 롤모델'이자 '라디오시대 마지막 스타'였던 정은임. 그리고 섹시함을 무기로 (남자)대중의 욕망과 본능을 자극한 '섹스 심벌'의 대명사 마릴린 먼로.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난 날짜가 서른 여섯의 8월4일(정은임), 8월5일(마릴린 먼로)인 것도 재밌는 우연이다.


냉방병에 걸렸다. 금요일 지나치게 빵빵한 에어컨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 도저한 생더위에 남들은 땀 삐지리리 흘리며 저주를 퍼붓건만, 나는 반대로 추워서 덜덜.;;



그래도 냉방병을 버티게 해 준 것은 (정)은임 누나였다.  

토요일 4일, 정은임 아나운서 추모바자회를 찾았고, 누나 목소리를 들었다. 

과거 방송된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을 통해 아름다운가게 광화문책방에 울려퍼진 그 목소리. 

여전히 그립고 또 그리운 그 목소리. 눈물이 핑 돌았고,  

1년에 한 번씩 그날이면 모이는 회원들도 만났다. 좋고 또 좋았다.

이번 8주기, 2년 후인 10주기에는 영화제를 꼭 하자며 대동결의(?)했지만, 글쎄, 할 수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ㅋ

☞ 8월4일 그날,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는 아름다운 하루


그리고 밤새 끙끙 앓았다. 이불로 꽁꽁 동여매고, 땀 삐지리리 흘리며 5일을 맞았다. 

마릴린 먼로의 50주기. 자다 깨다 또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타이레놀 먹고 또 자다 깨다, 

잠신마저 지쳐 떠나가고, 먼로 영화중 좋아라~하는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를 봤다. 

 

 

나를 다시 버티게 해 준 것은 먼로 누나였다.  

 

세상엔, 거칠게 분류해서 두 부류의 여성이 있다. (사실 수컷도 마찬가지!)

한 번 보면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딱 나와서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고, 새로울 것도 전혀 없는 여성.

반면 보고 또 봐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어서, 자꾸 호기심이 생기고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되는 여성.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가 펄펄~


그러니까, 후자의 여성은 뭔가를 자극한다.   

한 시대가 여성상을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런 여성들은 등장만으로 새 시대를 열기도 한다.

마릴린 먼로는 뭐랄까, 시대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온몸으로 사절한 불온녀라고 할까? 


먼로는 1962년 8월5일, 침대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수면제 과용에 따른 자살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숱한 음모가 따랐다. 그녀의 죽음 뒤로 든 생각은, 이 세상 수컷들은 아름다운 여인을 지키지도 못한다! 외려 자신의 권력과 욕심 때문에 그녀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건 아닐까? 그렇게 멍청한 것이 수컷이다. 물론 그녀가 매카시즘이나 당대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저항하는 자각을 했다기보다, 그저 그녀는 그녀답게 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 아시나요? 먼로 씽킹(Monroe Thinking)!


어쨌든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냉방병'에 시달리던 나를 버티게 했다. 

고마운 일이다. 아름다움이 생더위를 뚫고 지나갔다. 세상은 다시 일상의 바퀴를 굴린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으므로 아름답다. 두 아름다운 여성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 덕분에 우리는 이렇게 살아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움이 남자를 구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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