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마을공동체의 구심점이 된 고양이

1988년 1월, 미국 아이오와주 스펜서시 도서관. 사서 비키 마이런은 도서반납함에서 생후 8주로 추정되는 새끼고양이를 발견했어요. 추위와 굶주림에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이 고양이, 마이런은 시와 직원들을 설득했고 도서관에서 키우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서관에 사용되는 십진분류법 창안자의 이름을 따 '듀이'라는 이름을 붙였죠. 듀이 리드모어 북스(Dewy Readmore Books).

그런데, 이 작은 고양이가 마을을 움직였어요. 당시 스펜서시는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있었고, 많은 주민들이 일터를 잃은 상태. 도서관을 아지트로 삼은 그들에게 듀이는 스스럼없이 안기고 애정을 표했습니다. 도서관엔 특수교육반 아이들의 독서수업이 있었는데, 듀이는 이때도 장애아들에게 몸을 비비고 무릎 위에 오르는 등 귀염을 부렸어요. 냐아옹~ 우울에 빠져있던 마을은 듀이의 애교(?)에 위로를 받고, 사람들은 듀이를 보기 위해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죠.  

듀이와 도서관은 시너지를 내면서 마을(공동체)을 새롭게 일굽니다. 도서관 예산 증액을 놓고 시의회 의원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일자리지 책이 아니"라고 반응했지만, 마이런이 답합니다. "도서관은 창고가 아니에요. 도서관은 마을의 중요한 구심점이에요. 새로 포장한 도로도 물론 좋지만, 그걸로 우리 마을의 정신이 고양되는 건 아니거든요." 듀이 덕분에 주민들이 도서관에 관심을 갖자, 의원들의 마음도 차츰 바뀝니다. 주민들도 우울에서 차츰 탈피했고요.

마을이 한 마리의 고양이로 인해 바뀔 수 있다는 것. 어때요, 믿어지나요? 듀이는 그걸 몸소 보여줬어요. 듀이, 2006년 11월 위종양에 걸려 안락사했는데요. 당시, USA투데이 등 250여 매체가 듀이의 부고를 실었습니다.《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더 자세히 담겨 있어요.

그러니까 마을에서 길고양이를 만나거든, 쓰레기통 뒤진다고 탓하거나 너무 무심하게 지나치진 마세요. 무책임하게 접근해서 기분 내키는 대로 먹이를 주는 건 절대 금하되, 꾸준히 조금씩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언제고 그들이 마을을 바꿀 지도 몰라요. 그렇듯 이전에 그냥 지나치거나 외면했던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열어보세요. 마을은 그렇게 작고 사소한 것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 '서울 마을공동체 풀뿌리모임(www.maeulnet.net)'에 각 마을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건네주세요. 아주 작고 사소해도 노프라블럼. 다른 마을 사람들과 공유해주세요. :)

참, 듀이라는 이름에서 반짝하지 않으셨어요? 학교를 중시하고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공동체주의자이자 철학자 존 듀이. 그는 이리 말했죠.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배운다." 바로, 마을공동체의 작동원리죠? 7~9일 열리는 마을만들기 전국대회(창원)에서 우리, 만나요. 냐아옹~ 전, (사)마을의 고양이 '똥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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