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이웃, 함께 사는 마을, 살고 싶은 서울

화이트데이 : 사탕보다 더 맛있는 마을

일본 가가와 현의 작은 섬, 나오시마. 과거 구리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 유령섬이 됐어요. 그러나 지금, 달라요. 1987년 어린이교육기업 '베네세'가 섬 일부를 샀습니다. 나오시마를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고요. 지난하게 이뤄진 작업, 나오시마는 지금 세계인의 주목을 끄는 섬입니다.

대기업의 투자 덕분이었냐고요? No! 그걸 무시할 순 없지만, 숨은 주인공은 바로 주민들! 섬에 미술관 짓는다고 명소가 된다면야, 우리나라도 섬마다 미술관을 지으면 되겠죠. 중요한 건, 나오시마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자신들의 삶으로 받아들였어요. 문화예술의 주체가 됨과 동시에 문화예술을 위해 자기네 일상을 양보한 거죠.

여행객들이 돈을 풀면 슈퍼마켓, 여관, 식당 모두 삐가번쩍 간판을 달고 호객행위를 하고, 정체불명의 카페들이 흥청망청대는 풍경. 우리가 이런 것에 익숙하다면 나오시마 주민들은 욕심을 조절하며 문화예술이 숨쉬는, 고즈넉한 단절을 유지했어요. 이곳엔 네온사인은 물론 별 다섯 호텔도 없고, 슈퍼마켓도 일찍 문을 닫는답니다.

이런 마을, 어때요? 삶과 유리되지 않은 예술과 찰랑거리는 바다만 존재하는 곳. 전 세계 사람들이 예술적 고립감을 느끼려고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찾는 곳. 예술의 섬 나오시마입니다. 이곳, 안도 다다오가 만든 '지중 미술관'에서 별빛 따사로운 밤하늘도 볼 수 있어요. 도시의 번잡함에서 잠시 로그아웃하고 싶을 때, 1년 전 일본 동북부 대지진도 추모할 겸 가볼까요? 우리, 거기서 마주치면 가벼운 눈인사라도 나눠요.

 

그나저나 베네세 같은 사회공헌 제대로 하는 기업, 어디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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