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역보다 미용!

 

이발을 하다가, 헤어디자이너가 모발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나는 전혀 몰랐던 것이다보니,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미용학과 출신인데, 그 정도는 대학에서 다 알려준다면서 싱긋 웃는다.  

 

순간, 부러웠다. 그런 지식은 누군가에 도움이 된다. 

 

아울러 부끄러웠다. 내 전공과 FTA가 자연스레 맞물리면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무역을 전공했다(고 하나, 그때 수집한 지식은 쓰레기에 가깝다!). FTA 체결의 장본인 무역을 전공한 사람인 것만은 아니나, 내가 무역과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때, 자유무역은 온통 선(善)이요, 미덕이었다. FTA는 자연 (강대국 혹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무엇이었다. 쉬파. 그땐 진짜 그런 줄 알았다. 아마 시험에서도 나는 그렇게 주입받은 대로 지껄였을 것이다.

 

무역보다 미용이 낫다고 했다.

무역을 배운 자들은 FTA로 세상을 망가트리지만, 미용을 배운 당신 같은 디자이너는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니까. 누가 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지 보라고.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디자이너, 무척 고마워한다.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 처음이라면서. 신분에 귀천이 없다고 배웠지만, 자신은 미용이 정말로 좋아서 선택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대개의 사람들 시선은 헤어 디자이너를 천대하거나 우습게 본다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쥐뿔도 몰라서, 그렇다고 해줬다.

FTA로 대다수 사람들을 수렁에 몰아넣는 것보다 자신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더 낫다.

무역은 사람을 피폐하고 황폐하게 만드나(돈에 눈 멀고, 돈에 쪼들리고),

미용은 사람을 아름답고 예쁘게 만든다.  

 

그리고 커피 만드는 노동자인 나를 생각했다.

무역을 버렸지만, 나는 타인을 기분좋게 만드는 커피향을 선사하는 사람이 됐다.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무역을 완전히 버리진 않았구나. 공정무역!

 

아, 나는 헤어 디자이너 한 명을 마음으로 울리고야 말았으니, 나쁜 남자로다! 캬캬.  

 

 

2. 장하준

 

장하준 교수(+정승일 교수, 이종태 기자)의 기자간담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출간기념)를 정리하다가, 눈이 다시 멈춘 지점. 그는 그날, 젊은이들에게 사과를 했었다.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했다.

 

현장에서도 그것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정리하면서도 그랬다. 

 

그의 주장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장 교수는 '염치'를 아는 '진짜'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기성세대의 가장 큰 문제는 염치는 없고, 위로랍시고 멘토질만 해댄다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이, 아직 니 시계는 아침 7시 몇 분에 불과하니까, 휘휘 에둘러 죽도록 노력하라는 멘토질 같은 것.

 

공허하다.

멘토질보다 더 앞서 필요한 것은 다음 세대를 향한 사과여야 한다. 

이따구 세상을 만든 세대로서 이런 세상에서 악전고투하도록 헛발질을 해서 미안하다고 진정한 사과가 우선이어야 했다.  

 

장하준 교수는 미안함 때문에라도 복지국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짜 어른은 저런 염치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구나.

 

그런데, 나는 네 가지 없는 놈이니까, 어른이 되긴 글렀다. 허허. (나는 사과 안 해!ㅎㅎ)

주야장천, 염치 모르는 꼰대들을 향해 비수나 휘휘 날려야겠다. 

이런 허~접 같은 것들.(역시 김꽃두레 톤으로~)   

 

문제는 사과야, 이 바보야!

 

참고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장 교수의 답변은 이런 것이었다.

"미안하지. 40~50대의 많은 사람들은 잘한 것도 없는데, 좋은 시절에 태어나 적당히 공부하고 직장 얻어서 잘 사는데, 지금은 온갖 것을 다해도 취직이 어렵다. 어른들은 꿈이 없어서라고, 노력을 안 한다고 타박만 하고. 젊은 세대에게 참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들은 온갖 노력을 해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 세대는 노력하면 100%는 아니지만 많은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복지 이야기도 하는 거다. 그 문제에 대해선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청년당은 계속 당원들이 탈당을 해야 하는데, 그런 당이 가능할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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