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가족(의 아픔)을 생각하기엔 어린 나이다.
그러나 11살 줄리안은 커서 배우가 돼 돈을 벌어 가족을 돕고 싶단다.
엄마는 이미 암으로 돌아가셨다.
아임 파인(I'm fine), 괜찮다고 이 소녀, 웃었지만 이내 눈물을 뚝뚝 흘리고야 만다.
어쩔 수 없는 11살 소녀다.
어찌 괜찮을 수가 있나. 그건 평생 괜찮지 않을 상처인데.
아이 해브 어 드림. 꿈을 그리고 있다. 이 소녀.
돈을 벌어 밑의 세 동생들 학교에 보내주겠다는 다짐도 한다.
꿈을 이루겠다고 약속한다.
그 약속, 꼭 지켜졌으면 좋겠다고 울음을 터트리는 13살 한국의 소녀도 있다.
줄리안 로렌쇼.
한국 아이쿱생협 조합원들이, 그들이 건립한 공정무역 마스코바도 설탕공장의 첫 설탕 생산 공정을 보기 위해, 필리핀 빈곤율 2위의 파나이섬을 찾았다.
그들과 사흘동안 부대끼며 지냈던 11살 소녀는, 그들이 떠나자 이내 그들이 그립다며 눈물을 펑펑 흘린다.
KBS2TV < 다큐멘터리 3일 : 달콤한 공생 - 파나이 섬의 이상한 설탕공장 >.
파나이 섬에 안티케 빨간지붕의 설탕공장이 만들어졌다.
좋은 품질의 사탕수수로 유기농 설탕을 만들 수 있는 그곳은, 공정무역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행복하자는 모토의 공정무역.
줄리안에 감정적으로 꽂혀 단순히 돕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줄을 잇겠지만,
지속가능한 삶(사회)과 사회 인프라 확충 등 공정무역이 지닌 진짜 의미와 그들을 빈곤에 빠트린 주류 경제(무역)구조에 대한 사유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공정무역 커피를 내리고,
미욱하지만 공정무역과 관련한 활동을 계속하는 건,
그것이 우리가 지금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를 통해 세계의 일부임을 자각하고 세계는 우리의 일부임을 확인한다.
부디,
의사나 교사보다 마스코바도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년의 꿈이 이뤄지길. 가족들을 돕고 싶다는 줄리안의 꿈이 열매를 맺길.
그 꿈에 당신의 흔적이 보태지길.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공정무역 제품을 통해 당신은 그들과 맺어질 수 있으니까.
그것이 내가 아는 세계가 작동하는 원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