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알싸하게 차가운 날씨를 맞으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유는 모르겠지만, 죽기 전까지 꼭 쓰고 싶은 책이 떠올랐다. 사랑.
매우 거대하고 넓고 깊은 주제라, 사실 난망한 것이 사실이나,
아는 만큼, 알고자 최대한 노력해서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혹한의 칼바람을 맞아서 화들짝 놀라서겠지. 그래도, 사랑.
너는 나고, 나는 너 자신이야, 우리는 한 사람이야.
온 삶을 걸거나 삶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든가, 사랑.
참, 미칠듯이 매혹적인 주제다.
지금처럼 비루하고 천박하게 쓰일 단어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말은.
쉽게 판타지라고 치부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사랑이라는 의미는.
냉면
겨울의 맛은 역시 냉면.
오늘, 4대천황의 하나로 꼽히는 필동면옥이었는데,
장충동 평양면옥의 슴슴한 담백함에 비해선 아쉬운 감이 있다.
어쩌면, 누구와 함께였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평양면옥에선 사랑이 앞에 있었을 때니, 그 맛이라는 게 얼마나 감질났겠는가.
쩝, 그리 생각하자니 좀 슬프군.
계절의 맛보다, 더 진한 것이 사랑의 맛인가 보다.
아, 나는 맛칼럼 같은 건 쓰기 글렀다.
원 데이
어쩜 이리, 한 마음을 한 순간에 홀라당 빼앗는 영화포스터가 다 있는가.
포스터 하나 때문에 이 사랑을 만나봐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앤 헤서웨이! <브로크백 마운틴>때부터 알아봤다. 된장, 이토록 알흠답다니.
Twenty years, Two people... 내용이야 어쨌든 닥치고 관람.
혹시 실망하더라도, 포스터 하나 만으로도 충분한 영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