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다. 죽을 수밖에 없는 병에 걸린 여자와 그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니. 그럼에도,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임을 인정해야 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사랑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신파는 사랑이라서 영원할 것이다.

<천일의 약속>은 그런 드라마다. 이런 드레진 드라마, 참 오랜 만이다. 아마, <죽도록 사랑해>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작가의 역량이 고스란히 배우의 연기로 틈입한다. 그런 앙상블 속에서 드라마는 충분히 감정을 싣는다. 대사는 찰지며 대사 사이의 감정은 촘촘하다. 허투루 짜맞춘 기성품 혹은 쪽대본 드라마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뭐, 닥치고 사랑이다. 서연과 지형의 사랑이다. 나는 그 사랑 앞에 그저 허물어질 뿐이다. 비겁했던 내 뒷걸음질을 부끄럽게 만드는 그들의 사랑. 마음을 움직이는 건, 그 사랑이다. 오롯이 사랑, 오로지 사랑.

서른 겨우 넘어선 애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미치는 게 있을 수 있냐고 노발대발하는 지형의 아버지에게, 지형의 어머니는 단 한 마디로 설명한다. "사랑이다." 졌다. 맞다. 그게 사랑이다. 알츠하이머라는 것 알면서도 그 사람밖에 없는 것, 아버지 어머니는 관심 밖인 것. 오늘보다 내일 더 사랑하는 것. 닥치고 사랑!

사랑은,
안 먹는다고 고집했던 치매약도 먹게 한다.
치매에 좋은 음식리스트도 뽑게 만든다.
전사로 살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생각날 때 하기로 한다. 내일, 생각 안 날 수 있으니까.

그런 한편으로,
<천일의 약속>은 김수현 작가가 마음 먹고 쓴 '부모 교훈극' 같다.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이자 액세서리로 여기거나 결혼(생활)까지도 관여하는 헬리콥터 부모들을 향한 일갈. 그건 사랑이 아니지. 아무렴. 부모들이 꼭 봐야 할 드라마. 

그런 면에서 지형 엄마는 참, 현실적이면서 바람직한 상. 
지형 엄마는 드라마를 통해 세상의 엄마들을 향해 엄마수업을 진행하는 것 같아.   

닥치고 사랑!


결혼식 전날, 결혼식에 참석할 순 없는 지형 엄마가 지형에게 진심으로 건넨 이 말이 자꾸 맴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해.
 
사랑한다면, 내 유일한 존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
그저 외로워서 혹은 내 옆 이성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닌,
다른 어떤 여자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끝없이 사랑해.  

아울러, 늘 생각날 때마다, 미루지 않고 꺼내야 할 이 말들. 수애병 걸려도 잊지 말고 할 말들.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그래, 또 무엇이 필요할까. 다 필요없다. 모든 것을 다 무화하는 것, 사랑.
세상이 멸망해도 딱 이것 하나면 충분하다, 사랑. 세상 모든 것의 총합보다 큰 것, 사랑.
사랑, 이 두 글자 얼마나 상투적이고 식상한가 싶지만, 사랑만이 모든 것이다.
서연과 지형처럼, 지순한 사랑은 서로를 아름답게 의탁하도록 해주고 두려움 없이 헌신하도록 만든다. 어떤 설명도 해설도 필요없다. 닥치고 사랑! 

그래서 그만큼, 나는 그 사랑이 아프다. 사랑 그놈 참...  

  


근데, 웨딩드레스 입은 수애, 미치도록 아름다운 여자. '드레수애'다워.
세상 모든 선녀들을 모아놓아도 수애 발끝에 따라갈까. 닥치고 수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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