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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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이 시작된다!

2001년이었다. 그 유명했던 해리 포터는 시작을 그렇게 알렸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문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땐 20대였다. 모든 것이 뜨거웠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과잉이었던듯도 싶다. 일도 그랬고, 술도 그랬으며, 사랑도 그랬다. 쿨한 척했으나, '척'이었다. (불완전연소가 되고 말았지만) 뜨겁게 사랑하고 있을 때.

해리 포터의 시작, 그녀와 함께였다. 아이처럼 좋아했던 그녀였다. 지금은 없어진 정동 스타식스 였던 것 같다. 그녀와 나, 우리 한 쌍의 바퀴벌레 머글은 마법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런던 킹스크로스역 9와 3/4 플랫폼에서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가 가장 놀라웠다. 우리, 머글인 것이 안타까웠을정도? 그 플랫폼에 가면, 나도 다른 세계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심술궂은 이모 부부와 못된 사촌, 그 머글들에게 구박 받는 해리 포터가 어찌나 애처롭던지. 그런 그에게 날아온 마법세계의 초대장. 더구나 그는 마법세계를 구원할 전설적인 영웅이라니. 응원했다. 해리, 널 응원해. 우리가!
 
꺄르르르르, 10년 전 그 사랑과 나는 그렇게 마법행 특급열차를 탔다. 마법의 세계를 몰래 훔쳐본 머글들은 당최 앞을 내다볼 재간이 없다. 머글에겐 마법의 기운이 없으니까.

그 마법세계,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인 헤르미온느와 론)에게 롤러코스터였을 뿐 아니라, 내게도 그랬다. 살짝 좌충우돌, 생은 다이내믹했다. 번번이 실패했지만, 작고 사소하게 성공하는 대부분 청춘의 시간에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청춘은 어쩌면 마법의 연속이니까. 

음울한 다락방을 빠져나와 호그와트행 특급열차를 타고 마법의 세계에 도달한 해리 포터를 만나는 머글의 마술기행은 계속 됐다. 다만 그것을 함께 즐기는 상대가 바뀌거나 혼자였다. 

시리즈는 흘렀고, 지날수록 희한했다. 마법세계와 현실은 왜 그리 닮은 거야! 그러다 결국 소리쳤다. 이게 뭬야! 우리 사는 곳이 마법세계인 거야, 마법세계가 너무 현실화 된 거야?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것도 점차 풀렸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해리 포터가 친구들과 함께 마법세계를 지키기 위해 펼치는 모험과 분투는, 우리의 것을 닮았다.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 주변의 가족, 친구들과 소소하게 나누는 이야기와 작당. 마법세계는 머글들의 세계와 다르지 않았다. 악은 번번이 이기고, 해리는 소심하게 헐떡거리며 똥침을 찌른다. 그래도 좋아!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 7편 시리즈를 끝내는 10년의 내달림. 한마디로, 뭉클하고 멋지다. 뜨거운 안녕이었다. 거의 마지막 개봉 극장의 마지막 편에서 만난 해리 포터. 

볼드모트와 마지막 대전에 다다른 해리 포터의 결사항전은 스펙터클로 가득했고, 롤러코스터처럼 박진감이 넘쳤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심장에 박힌 것은 스네이프였다. 해리 포터보다 더. 10년의 세월을 송두리째 뺏아간 신 스틸러. 심장이 터질 뻔했다. 그 미친 놈의 사랑, 때문이었다. 스네이프의 아픈 과거와 사랑,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그 압축은 10년을 모두 집어삼켰다. 재배열시켰다. 해리 엄마인 릴리에게서 파생된 해리와의 관계 또한. 

스네이프의 이야기를 외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생겼다. 사랑 때문이었다. 나는 그 사랑이 아프고 또 아팠다. 물론 스네이프는 그 아픈 사랑 때문에 그 모진 세월을 견디고 버텼을지도 모르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의 시작과 끝.

해리 포터의 영원한 선생님, 덤블도어도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금지된 숲속에서 만난 해리에게 이런 말을 던진 것, 아닐까.   

"해리, 죽은 자들을 비통하게 여기지 마라(Do not grieve to the dead, Harry). 산 사람들을 위해 슬퍼하렴(grieve to living). 그 중에서도 사랑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해 슬퍼하거라(And above all.. all those who live without love)."

이런 뜨거운 안녕이라니. 눈물은 주룩주룩, 심장은 벌렁벌렁. 아쉬운 점이라면, 이 마지막을 함께 한 여자는 그런 날 이해 못했다. <해리 포터>시리즈를 처음 봤는데, 그것이 하필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마지막이었던 까닭이었다. 그녀의 10년에는 '해리 포터'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다. 

문득 궁금했다. 10년 전 나와 해리 포터의 처음을 보고 꺄르르르르했던 그녀는 마지막을 봤을까. 혹은 해리 포터의 성장 과정에 함께 한 다른 그녀들은? 

 

 

사랑이 지나가면, 훌쩍 중년의 어른이 된 해리가  런던 킹스크로스역 9와 3/4 플랫폼에 다시 나타난다. 지니와의 사이에서 난 아이가 호그와트행 특급열차를 탈 요량이다. 론과 헤르미온느도 맺어졌는지, 그들의 아이도 함께다. 마법세계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더 이상 그들의 아이에까지 관심을 두기에 나라는 머글은 글러먹었다. 

장영엽 씨네21 기자의 말따마다, 가짜가 아닌 한 시절이 끝났으므로.  
"소년 마법사는 조앤 롤링의 머릿속에서 태어났지만 영화 현장에서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보낸 세명의 소년소녀와 시리즈와 함께 ‘성장한’ 팬들은 가짜가 아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모두의 한 시절이다." 

한 시절을 끝낸 머글은, 이제 어떤 한 시절을 맞이할까. 아니 맞이하고 있구나. 사랑없이 사는 사람들을 슬퍼하면서.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만, 사랑할 때밖에는 삶이 아니란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매조지한다.

마법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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