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책을품은삶 > 황교익 선생님의 일리!
1. 황교익 일리
서울시장이 원순씨로 바뀌는 밤, 황교익 선생님과의 막걸리 담화. 역시나 유익했고, 벅찼던 시간. 선생님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것을 의심하라는 것. 그리고 최소한 우리가 먹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오는 것인지 알라는 것. 거대 식품복합체는 이미 우리의 입과 위를 장악했다. 어떡할 것이냐.
이마트는 이제 논농사까지 짓기 시작했단다. 소작농을 고용해서 이마트 쌀을 생산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젠 당신의 선택이다. 당신의 먹을 것 모두가 이마트에 있다. 그것은 원스톱이 아니다. 이마트에 의해 사육당할 것인가, 아닌가를 선택해야 할 문제다.
거대 식품복합체는 잘 알려주지 않는다. 당신이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브랜드만 보고 먹게끔 만든다. 반가공식품이 창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먹거리의 공포는 자본에 의해 조장되는 것이고, 자본이 저지른 악행이다.
선생님의 말씀을 감히 정리하건대,
자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 그것은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러하기 위해서, 뭣보다 거대 식품복합체의 탈정치화 마수에서도 걸려들지 말 것.
그들은 먹는 것이 정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박한다. 다 수작이다. 먹는 것은 곧 정치다. 정치는 먹는 것을 나누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먹고 누가 덜 먹을 것인가, 누가 좋은 것을 먹고 누가 나쁜 것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
먹거리가 정치가 아니라고 하는 작자들은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다.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문제가 비정치적인 일인 듯이 여겨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먹을거리 유통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2010년대 한국의 상황에서 보자면, 재벌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강자로 군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p.275)
애들 먹는 것 갖고 장난 친 5세 훈이를 비롯한 협잡꾼들의 음모가 발가벗겨지는 순간이다. 서울시장에 낙마한 것은 당연하고, 보궐에서도 맥을 못춘 것은 정치를 우습게 봤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여하튼 정치적인 것에 대한 재각성과 재사유가 필요하다. 슬로푸드, 로컬푸드 모두 그것이 어떤 정치적 맥락에서 이뤄졌으며, 무엇을 의미하는지, 채식주의 혹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맥락과 상통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 자체가 가진 정치성과 운동성을 배제하고 탈정치화 시켜서 모든 것을 보니, 왜곡이 있을 수밖에.
아울러, 소울푸드의 개념적 정의. 직역하여, 내 영혼을 사로잡은 음식이 아니다. 소울푸드는 흑인들의 恨과 역사가 담긴 음식을 지칭한다. 고향을 떠나 강제로 노예로 끌려와서, 고난의 시절을 함께 한 음식이다. 음식의 맛이 아닌 내 안의 절박한 이야기가 담긴. 가령, 고 최진실 누나의 수제비 같은.
《식객》의 비하인드 스토리 또한 흥미진진. 허영만 선생님이 짜장면 만화에 실패(?)하고, 제대로 된 음식만화를 만들고자 황 선생님을 찾았다. 황 선생님 또한 《맛의 달인》과 같은, 우리나라 음식만화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에 만화가를 찾고 있던 차. 두 사람의 만남. 황 선생님은 자신이 그동안 모은 자료를 조건없이 주셨단다. 그리고, 허영만 선생님 화실에서 오랜 추가 취재를 통해 국민만화 《식객》이 탄생했다.
황 선생님은 스토리나 원작자는 아니지만 원안제공자 정도는 되겠다. 허영만 선생님이라는 걸출한 만화가와 이야기를 뒷받침한 호준이형의 꼼꼼한 취재 근간에 황 선생님의 오랜 음식 연구기록이 있었던 것이다.
나도 커피로 그러고 싶었다. 황교익 선생님처럼. :)
커피가 가진 정치성을 제대로 읽고 독해하여, 커피문화박물지를 만드는 것. 아님 커피문화속물지라도?ㅋ
2. 커피대세
연 이틀, 지인들의 전화벨. 주변에 커피를, 정확하게는 커피하우스(혹은 이를 통한 사회적기업)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만나서 조언을 해달란다. 이전에도 커피하우스를 두루뭉술 하고 싶어하거나 간을 보는 사람들을 만난 적 있었으나, 이번엔 당장이라도 할 것 같은 사람들인 것 같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 알겠지만, 커피가 어쨌거나 대세.
글쎄, 내 기본적인 입장은, 태어날 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커피하우스는 로망이 될 수 없다고 말린다. 개인이 커피하우스를 하지 말아야 할 백만 스물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 덕에 포기한 사람만 뻥쳐서 백만 열아홉 명이다.ㅋ
그래도 나는,
건강하고 즐거운 먹을거리와 공정무역 커피를 품은 작은 커피하우스들이 연대를 맺어 커피하우스가 줄 수 있는 작고 사소한 위안을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을 놓지 않는다. (거대)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자기만의 색깔과 표정을 내건 인디 커피하우스들의 동네적 연대! 돈 지랄 브랜드(프렌차이즈)들의 노동착취형 획일적인 커피점과 다른 지향의 인디 커피하우스들. 그들이 내린 좋은 커피가 이 세상을 좀 덜 슬픈 곳으로 만들리라는 믿음.
공정무역과 관련해 연대하고 싶다는 연락을 취해온 한 쇼핑몰 운영자와도 좋은 관계를 맺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노아의 방주도 무색할 정도인 태국은 걱정이다. 태국의 공정무역 커피 수입을 추진하고자 했던 지인의 계획도 홍수에 떠내려갈까 염려도 되고. 태국산 공정무역 커피를 맛보여주고 싶었던 나의 바람도 덩달아?
참, 서울과 강릉에는 커피축제가 지금 한창이다. 서울 정동에 나가봐도 좋고, 강릉을 찾아도 좋다. 혹시 만난다면 가볍게 눈 인사라도. ^.~
3. 홍수
'방콕 엑소더스'가 현실화되고 있다. 주말이 기점이란다. 태국 정부도 포기했다는 얘길 들으니, 결국 국민들을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속단도. 조선시대, 임진왜란 정유재란이었다. 임금이 나라를 버리고 피난을 갔었지. 한국전 당시 이승만이가 서울을 버리고 도망갔고. 버릴 줄만 알았지, 거둘 줄 모르는 놈들이 통치권자가 되면, 아래 것들만 죽어나는 법이다.
사실 그것보다, 다음달 아버지를 캄보디아 여행 보내드리려 했는데, 홍수 때문에 어떡하나 싶다. 이럴 때일수록 캄보디아 관광산업이 붕괴되지 않도록, 여행을 보내드려야지. 이성적인 판단이야 그렇지만, 노인네라서 혹시나가 앞선다. 나도 소인배라.ㅠ.ㅠ 더구나 방역이 잘 되는 나라가 아니라서 노인네, 음...
차라리 이 핑계로, 내가 6년 만에 캄보디아 두 번째 여행을? ^^;
4.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
27일, 12년 반 동안 나를 키워준 칼럼이 끝을 맺었다. 홍세화 칼럼.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려니 칼럼을 끝낸다'는 말씀을 듣고, 궁금했는데, 아, 감격적인 무대 인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진보신당 당 대표로 출마하셨다. 서울마포당협 당원 세화씨의 출마의변,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며>를 읽으면서 울컥했다. 출마의변에 밝혔듯, 분명 상처 받으실 터이지만, 그것이 비인간적인 도가니에서 함께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면!
선생님, 12년 반 동안 고맙습니다. 그리고 응원하고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