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교
종교(기독교)가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지만, 말하고 싶은 진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늘 사람이다. 후배는 종교 문제로 여자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후배는 나름 개종해서 교회에 나가고 있지만, 여자 부모는 성에 차지 않나 보다. 여자도 부모의 반대에 주춤하고 있는 것 같고. 물론 그 종교는 언제나처럼 기독교. 종교가 걸림돌이라는 말은 거짓말에 가까운 핑계다. 문제는 종교를 핑계로 대고 있는 사람이다.

무교인 내 알기론, 성경에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을 배우자로 맞이하지 말라는 교리는 없다. 예수도 그랬을 테고. 그런데 결혼에도, 결혼 중에도, 그게 늘 문제가 되는 건, 종교에 핑계를 넘기고픈 사람의 비겁함이다. 종교가 대체 뭔 짓을 했기에 그러는가. '종교'라는 말 뒤로 숨지 마라.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데, 죄가 무슨 죄냐. 사람이 다 죄다. 종교가 뭔 죄냐, 사람이 다 죄다. 

(알랭 드)보통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에서 "종교는 위기에, 즉 절망하고 두려운 나머지 우리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간절히 바랄 때에 (…) 우리가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러나, 많은 경우, 결혼에 있어 종교는,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뿐 아니라, 남에게 친절해야 함을 망각하게 한다. 결국, 그건 종교가 아닌 것이다. 종교의 탈을 쓴 사람이 행하는 의지일 뿐이다.  
 
독실하다는 말, 어쩌면 죄가 많다는 얘기다. 맞다. 순전히 나의 독설이다. ^^;


2. 결혼
내 어린 날의 우상, 대마왕 해철님. <승승장구>에 출연해서 결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정확하게는 아내 윤원희와 딸. 20년 간 정신과 치료와 수면제로 지탱해온 삶을 구원해 준 존재. "더 이상 내게 신경안정제와 수면제가 필요없다는, 그리고 8살 때와 똑같이 깊이 잠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저도 알았죠, 제가 구원됐다는 걸." 내 눈가엔 물이 그렁그렁했다.

결혼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고? 아니, 그건 결혼이 준 게 아니다. 아내 윤원희와 딸이 준 것이다. 결혼이 해철님을 구원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아내 윤원희와 딸이다. 결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와 만나고 사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나도 '윤원희'를 만나고 싶고, 나는 누군가에게 '윤원희'가 되고 싶다. 김원희가 아니다.ㅋ 

두 사람, 정말 아름답다. 사랑한다면, 윤원희·신해철처럼. 
 
 

3. 감수성
피부클리닉. 암, 다녀야한다. 그 정도의 미모가, 아무리 타고난 부분이 있다해도 그냥 나올 리 없잖나. 더구나 정치인으로서 이미지 메이킹, 얼마나 중요한가 말이다. 백성들 안구정화도 시켜줘야한다. 구케의원이자 한나라당 얼굴 담당으로서 그건 의무다! 돈 액수나 장애인 딸의 개입 여부는 차치하자. 뭣보다 여자라면, 알흠다워지고 싶은 본능. 그걸 갖고 뭐라 그러면 밉지. 알다시피, 나경원 예쁜 후보님 얘기다.

그런데, 다 좋은데, <시사인>에 했다는 이 해명은 뭥미?   
“시장이 된다면 피부관리 클리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건강관리를 해나가겠다.”
 
나는 그만 뒤집어졌다. 도대체, 그 예쁜 얼굴에 이런 참혹한 감수성이라니.
차라리, 아름다움(美)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조롱을 퍼붓지 그러니.
시장이 되면, 청사 내에 피부관리클리닉이나 시술자를 두겠다는 소리? 시장이 안 되면 계속 이 곳을 출입하겠다는 얘기? 대체 이런 해명은 어떡해야 나올 수 있는 거지? -.- 

<도가니>를 보고, "(국민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하고, 사회 전반에서 자기 희생이 요구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감을 남기신 대통령 가카의 뇨자임을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냐.   
 
나는 예쁘면 다 용서하는 인간인데, 
감수성 제로의 추녀임을 만방에 커밍아웃하는 너, 경원이는 당최 용서가 안 되는구나. 
감수성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추녀라서, 못 뽑아주겠소. 쯧. 


4. 달팽이와 <돼지들의 왕>
투개월이 '달팽이'를 부른 밤, 내겐 《달팽이 안단테》가 있다.

허나 이밤, 동의하기 힘든 문구가 있다.
책에는 에드워드 O. 윌슨의 《바이오필리아》에 나온 말을 인용해놨다.
 
"인간은 고귀하다.
다른 살아 있는 생명체들보다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른 생명체들을 잘 앎으로써
바로 생명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툭 내뱉았다. 개뿔~
올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빛나는 <돼지들의 왕> 를 보고 온 밤이라서일까.

아주 먼 옛날에는 인간이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인간은 다른 생명체를 잘 알면, 포식하고 집어삼키려고 눈이 벌개지고 아가리를 벌린다. 인간이 인간에게도 그러하다. 그러니, 절대 고귀하지 않다.

아, 맞다. 지금 대부분은 인간이 아닌, 돼지들이지. 미안하다. 깜빡했다.
진짜 인간은 윌슨의 말처럼 고귀할 것이다. '진짜'가 워낙 희귀여서 그렇지.
아니, 돼지들도 화를 낼지 모를 일이다. 이 야만을 돼지들에게 빗대다니. 돼지는 우리에게 고기를 주는데, 이 야만은 어디 쓸 데도 없다.  

비록 우리의 야만을 확인하게 되는 일이 될지 모르나,
당신에게 이 영화, 꼭 권한다. 11월3일 개봉인데,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꼭 봐라.
리얼한 우화에 가까운 이 영화는, 우리네 현실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당신이라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정말 센 영화다. 끔찍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현실이 더 그러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