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 School of Ro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Most Wanted : 잭 블랙 (Jack Black)

Crime : 스쿨 오브 락(The School of Rock, 2003),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Shallow Hal, 2001),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 2000) etc... 

 

못생긴 얼굴에 작은 키로 어쩜 넌 그 애를 좋아하니.
끌리는 마음 이해하겠지만 넌 안 돼 안 돼...

...나처럼 괜찮은 남자 세상에 없는데 없어
하지만 난 착하고 겸손한데
남들이 뭐라 해도 나는 정말 잘 났어
나도, 나 역시, 나만...

- 푸른하늘의 노래, <자아도취> 중에서 - 


 
그래, 내 팔뚝 굵다! 
 

<파리의 연인>에서 기주(박신양)가 태영(김정은)을 구박하는 방식은 한결같다. “넌 거울도 안 보냐” “너희 집에는 거울도 없냐?” 그런데 그 말할 때 기주는 알고 있었을까? 거울은 태영에게 강력한 무기이자 ‘나에게 힘을 주는 노래’라는 것을.

캔디렐라(캔디+신데렐라) 태영은 사실 나르시시스트다. 거울을 갖다 대주면 더 안하무인, 기고만장, 후안무치해지는 존재. 기주의 구박은 외려 태영의 나르시시즘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피박’이다. 겉으로 안 드러내서 그렇지 태영의 대답은 뻔하지 않나. “그래 (거울) 봤다, 어쩔래. 진짜 이쁘구만, 뭐~”

팔뚝 굵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자, 유죄다! 난치병을 넘어 불치병 수준인 나르시시스트들에게 경배를!!


나는 나를 무척 사랑해, 견딜 수가 없어~
 

그런데 솔직히 태영은 약과다. 캔디에서 신데렐라로 신분상승을 하는 과정에서의 귀여운 공주병 증세 정도라고나 할까. 그 정도는 애교지. 진정한 나르시시즘의 경지는 멀고도 험하다. 어디 하찮은 공주, 왕자 정도 갖고 명함을 내밀려고 하나. 덱끼. 혼나요. 강호의 나르시시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여기 진정한 고수가 있다. 이 남자. 못생긴 얼굴에 작은 키, 라고 다들 생각하는 이 남자, 잭 블랙. 더구나 허리 주변부를 감싸고 있는 배둘레햄까지. 그런데도 그의 나르시시즘은 경악 그 자체다. 통제 불능, 제어 포기의 몽환적 나르시시스트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자기 자신에 대한 넘치는 사랑을 주체 못하는 <스쿨 오브 락>을 보라. 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고? 천만에 그건 록보다는 ‘자기애’에 빠져 주체 못하는 자의 모습이다. 스스로가 대책없이 사랑스러워 그걸 분출하지 않으면 미치는 거다. 그 ‘잘남’은 당최 측정 불가능한 심해와도 같다. 행여 고두심 아줌마처럼 “잘났어, 정말~”하고 입 밖에 꺼내지도 마라. 그랬다간 뼈도 못 추스른다. 조심해야 한다.


꺄아~ 이 남자, 멋있다
 

사람들은 그를 루저(looser)라고 불러댔다. <스쿨 오브 락>에서는 자신이 결성한 밴드임에도 다른 팀원들에게 왕따 당하기 일쑤고 그마저 여의치 않자 빈둥빈둥 뒹굴 거린다. 친구한테 신세까지 지는 주제에 말이다. 다른 영화라고 별 수 있나.



 

<내게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도 잘난 것 쥐뿔도 없으면서 심심하면 여자에게 집적거리고 작업에 열중할 뿐이다. 이 험한 세상에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서 온갖 술수와 불굴의 투지를 짬뽕해서 이 풍진 세파를 넘어설 의지가 도무지 없다. 오로지 관심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나를 사랑하는 것! 그래서 나는 그에게 ‘루저’ 대신 ‘나르시시스트’라는 타이틀을 붙인다.

‘오버’를 넘어 ‘엽기’ 혹은 ‘광기’처럼 보이는 잭 블랙의 모습은 대체재를 찾을 수가 없다. 바로 거기 뽀인트가 있다. 그 수억 개의 신경세포가 동시에 작동되는 기상천외한 표정과 열성인자로 치부될만한 몸뚱이의 과감한 노출. 잭 블랙이 아닌 누가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으랴. 원맨밴드 마냥 생쑈를 부리는데도 어색하거나 역겹지 않다. 오히려 열광이다. ‘잭 블랙 만만세~!’하고 부르짖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 나르시시즘을 위하여 *
 

무엇보다 잭의 표정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인간의 전형이다. 짝퉁 교사 주제에 초딩들에게 매우 진지하게 ‘록’의 개요와 역사를 설파하고 밴드까지 결성하면서 “세상은 man들이 지배하기 때문에 그것을 타파하려고 록이 존재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이라니. 공연에 앞서 “록의 신”에게 기도하자는 오버의 극치까지. 그 색깔은 매우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그 절체절명의 나르시시즘은 강호의 비기(秘技)로 우뚝 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런 면에서 잭 블랙은 마음의 정체를 간파하지 못했으면서도 겉으론 냉정하기 그지없는 나르시시스트를 보여준 <스캔들>의 배용준이나 고급 대중주의를 아젠다로 삼은 김윤아의 나르시시즘과는 분명 다르다.

“내가 좋아서 한다”는 자기애에 철저히 기반 해서 행동하고 마는 잭은 그만한 신념과 열정의 장작불을 어디서든 산화시킬 수 있다. 그래서 잭은 왕자들과 공주들의 가면무도회 같은 점잖 빼고 내숭 덕지덕지 붙은 자리는 사양이다. 이유는 별 것 아니다. 급이 맞지 않으니까!


모든 시험에는 답이 있듯 뻔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는 이 세계에 나르시시스트가 되는 것도 하나의 탈출구이리라. 물론 그 경지까지의 수행도 만만찮을 터이지만. 그런 잭에 대해 열광하고 그러는 당신은 어디 급수냐고? 물론 나는, 당근 황태자다. 왕자나 공주 따위와 놀 수는 없지. 나도 언젠가 물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빠져 죽을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돌 던지지 마시라. 황태자에게 돌을 던진 자, 역시 유죄다!





여하튼,
잭 블랙, 이 남자, 참 매력적이다. 멋있다.
미친 존재감? 맞다!

헌데, <걸리버 여행기>는 그렇다치고,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함께 지난 2010년,
<스쿨 오브 락2 : 아메리칸 락>을 연주(!)했다던데, 국내 개봉 안 해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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