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주야장천 듣는 노래(들)가 있어요.   
언제부터인가 늘, 이맘때, 12월8일 즈음해서 그래요.
맞아요, 존 레논이에요.
특히나 올해,
존 레논 30주기입니다.
ㅠㅠ 

 
그건, 별 도리가 없어요.
무방비입니다.

압력솥에서 밥 뜸들이기가 끝난 뒤, 신호가 오듯,
시간을 살면서 뜸을 들인 생체시계가 이맘때면 그렇게 작동합니다.

그러니, 주야장천으로 귀쏭쏭 뇌탁탁 노래는, 존 레논의 것이지요.

1980년, 마흔이었습니다. 
존 레논의 나이가 그랬어요. 1980년의 12월8일, 집앞에서 열혈팬을 자처한 마크 채프먼의 총탄에 불온했던 혁명적 몽상가는 저격을 당합니다. 탕탕탕탕.

몹쓸 '저격의 꿈'에 탄피처럼 내동댕이쳐진, 존 레논.
역설적이게도, 저격은 요절이라는 신화적 외피를 둘렀다지요.
특히나, 전지구의 정치경제 지형도를 바꾼 레이건 대통령 당선 직후였던 그 시절.
혁명적 아이콘의 죽음은, 시대의 변화를 예감한 징후적 사건이었음에 분명하겠죠.

아, 그러고보니 저도, 곧 마흔을 바라보는 시절.
물론 신화도 전설도 영웅도 될 생각이 추호도 없을뿐더러, 그럴 깜냥도 못되니,
어떻게든 무조건, 가아늘고 기일게, 버티고 견디는 것이 사명인 가장 보통의 남자. 


그 사랑, 중독됐습니다.
존의 노래(들)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훌륭하지요.
거기에다 그 노래가 품고 있는 혁명적 운동성과 실천을 생각하면, 어휴.

저 같이 소심쟁이 장삼이사야 그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을 품고 있는데,
뭣보다 저는, 그의 사랑(오노 요코에 대한!)에 중독당한 사람 중의 하나지요.

1966년 11월9일.
스물여섯, '예수보다 위대한' 밴드의 멤버였던 그의 시간은 그날 이후, 방향을 달리해 돌아갔다죠. 당시 서른셋의 오노 요코를 만났던 그 순간, 모든 것이 바뀌는 순간. 재밌게도, 오노는 당시 존이 비틀스의 멤버인지도 몰랐다더군요.

존의 시간은 그날 이후 오노를 향해 시침과 초침을 돌리게 됩니다.
음악 역시, 음악의 혁명에서 혁명의 음악으로.

알다시피, 그녀와의 만남은 비틀스 팬들이나 멤버들에겐 달갑지 않은 것이었죠.
존은 1969년 오노와 결혼했고(물론, 이후 한 번 헤어지도 했지만),
아울러 비틀스를 탈퇴했으며, 세상과 본격 싸우는 전사의 길을 걷게 되죠.

그 모든 것이, 이 죽일놈의 '사랑' 때문이었습니다(라고 나는 감히 생각합니다).

혁명이니, 불온이니 긁적였지만, 결국 존은 탐미주의자가 아녔을까요.
아름다운 사람에, 아름다운 세상에 탐닉하고자 했던, 그리하여 법이 없고, 재산과 소유가 없으며, 국경따위도 필요없는 세상을 몽상(혹은 망상?)했던 사람.
그 중심엔 '오 마이 러브', 오노 요코!!!

오죽하면 이리 말했겠습니까. "태어났노라! 살았노라! 요코를 만났노라!"
누군가는 아따, 이거 뭔 닭살 멘트여, 라고 살을 벅벅 긁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그 사랑, 솔직히 부럽지 않습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예술적·정치적 영감은 물론, 또 다른 세상을 향한 몽상적 영감까지도 불어넣고 받을 수 있는 동반자 관계. 그리하여, "우리는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군요!"라고 말할 수 있는 동맹적 사랑.

알다시피, 존의 압권적 퍼포먼스. 아아아!!!
유명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가 <롤링스톤>의 표지사진용으로 그들을 찍기 위해 찾아갔을 때, 존이 행한 그 사랑의 퍼포먼스.  

일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다시 꺼내볼까요?
사진을 찍으면서 애니가 존에게 묻습니다. "당신, 오노 요코를 얼마나 사랑해?"

존, 아무말 없이 옷을 훌러덩 벗습니다. 그리고 오노를 꼭 껴안듯 매달려선 입을 맞춥니다. 쪼오옥~ 그리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던지죠.
"봤냐? 이게 내가 오노를 사랑하는 방식이야."
 
아, 그리하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훌륭한 잡지표지 중의 하나인 <롤링스톤>의 1980년12월호 표지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랑의 마지막 징표가 되고 말았다지요. 
사진을 찍고 몇 시간후,
그 남자의 가슴에는 그 여자만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그 자리에 총알이 박히고 말았습니다...

사랑.
존과 오노의 것이 사랑의 모든 것이라거나, 사랑이라면 저 정돈돼야 한다며 땡깡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세상 모든 사랑은, 사랑하는 그들만의 것이겠지요.

그래도, 나는 오늘 그 사랑을 다시 떠올립니다.
아울러, 그 지독한 사랑을 '저격의 꿈'에 날려보냈어야 했을, 눈앞에서 사랑이 총탄이 맞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사람, 오노 요코.
그렇게 홀로 남아 "존이 인류를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던 것처럼 그를 위해 기도해달라"던, 지금도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을, 오노의 마음도 생각해봅니다.

눈이 나리고, 비가 흩날린 오늘, 12월8일.
당신을 생각했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커피를 내려주고, 함께 땅을 밟으며, 그 시간의 공기와 냄새를 오감을 열어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나의 상상은, 존과 오노의 것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나는 다른 어떤 세상보다 당신이라는 세상에 편입하고 연대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장심이사입니다. 저격이나 암살 당할 깜냥이 아니기에, 나의 심장은 당신이라는 총알이 박힌 '저격의 꿈'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같은 온도를 지녔으니까요.
 

자, 그래요. 오늘 노래는, 존 박 아니고, 존 레넌입니다.
그래서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이 노래, "
Oh my love for the first time in my life~"로 시작하는 이 노래, Oh My Love.  ^^
 
당신에게 그 언젠가, 우쿨렐레를 띵가띵가 치면서 들려주고 싶습니다.
아마도 그 어느해, 12월8일. 눈이 내린다면 더욱 좋을 그날, 존과 오노의 사랑을 만담처럼 나누며 들려주고 싶은 이 노래. 내 품에 안겨 잠든 당신에게, 나즈막이 들려주고 싶은 이 노래.
우리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탕탕탕탕.
 

참, 내일 개봉하는 <존 레논 비긴즈 : 노웨어보이>. 그러니까, '껌 좀 씹던' 시절의 , 비틀스 이전의 존 레논을 다룬 영화. 당신과 함께,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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