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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제리.
내가 아는 제리는 셋이었다.
우선, 톰과 제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리가 아닐까 싶은데. 고양이 톰을 늘 골탕 먹이는 영리한 쥐 제리. '고양이 앞의 쥐'라는 인류의 편견을 부순, 재능 있는 쥐. 쥐 한 마리가, 세상의 권력도 바뀔 수 있다?
두 번째, 제리. 제리 제리 고고. (이)승환 형의 노래다. 이 노래, 무척 좋아했었다. 지금도 좋아한다. 특히, 이 구절. "제리 제리 고고/ 락앤롤 고고/ 불타는 피아노/ 너만이 할 수 있어." 멋쟁이 제리를 향한 연서?
너의 이름은 멋쟁이 제리
너의 피아노는 최고였지
사람들은 말했었지
엘비스도 문제없다고
너의 무대는 환상의 축제
사람들은 모두 열광했지
흥겨운 Rock `n Roll 리듬
정신없이 춤을 추었지
Jerry Jerry Go Go
Rock `n Roll Go Go
불타는 피아노
너만이 할 수 있어...
셋째는, 제리 로이스터. 프로야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다. 8888577, 8년 연속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만년 꼴찌, 그래서 '꼴데'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던 팀을 부임 이후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진출시킨 부산 명예시민. 올해도 4위로 턱걸이했지만, 팀 창단 이래 처음이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은. 역시 제리는 능력자의 이름?
그리고, 최근 제리 하나가 더 붙었다.
김혜나 작가의 [제리] . 어떤 제리일까. 궁금도 했다.
그러나, 문학상 수상 작품이라는 레떼르보다 이 책을 사게끔 불씨를 당긴 것은,
'요가'의 유혹이었다.
김혜나 작가와의 만남. 그녀는 요가 강사였다. 작가와 요가 강사. 독자와의 만남이 요가를 통해 이뤄진다는 이야기. 솔깃했다.
왜 솔깃했냐고?
여름의 초입에 만나뵀던 [문숙의 자연 치유]의 저자 문숙 선생님의 필살기(?) 중의 하나가 요가였다.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된 요가의 힘. 이전까지 요가는 그저 운동의 하나이면서, 명상이 가미된 뭐 그런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문숙 선생님을 통해 듣게 된 요가는 달랐다.
여기에 덧붙여, 일종의 카운터 블로. 고미숙 선생님과 함께 떠난 열하여행에서 알게 됐다. 고미숙 선생님이 요가를 하고 계신다는 것. 아니, 두 번의 요가.
어찌 가만 있을쏘냐. 요가!
제리를 만나러 가는 시간. 둑흔둑흔 쿵쿵.
요가는 뭐랄까, 새로운 신천지였다. 어떤 관념이 실체와 맞닥뜨리며 만나는 그런 놀라움 혹은 매력.
김혜나의 [제리]는 어쩌면, 요가가 가져다 준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소설 속 제리는 소설 속 '나'에게 그랬다. "그저 하룻밤만의 쾌감을 안겨 준 채 떠나기로 예정된 아이"였지만, 나는 제리를 어쩔 수 없이 찾는다. 그 짧은 체험이 나는 요가가 김혜나에게 끼친 영향을 생각했다. 불쑥 나에게 다가온 제리가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