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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평점 :
박상미의 말마따나,
취향은, "삶의 미세한 결들 속에 숨은 매력적이고 거추장스러운 문제"이다.
누구든 취향이 있겠지만, 그것을 스스로 알고 있거나 알려고 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많은 이들이 자신을 아는 일에 생각만큼 충실하지 않다. 아마도, 지금 사회가 강요하는 '스펙'과 '사이클'에 자신을 맞추다보니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나 싶다. 삶의 미세한 결을 내동댕이치고 마는.
어쩌다, 혹은 운좋게도 공동 저자로 참여하게 된 책에 대해 씨불거리는 것은 다소 남세스로운 일이겠다. 그냥 하나객담(실없고 하찮은 이야기)으로 여겨주면 되겠다.
1. 우선, 글을 싣게 된 과정. 한때, '원튀'(원고 먹고 튀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도 했다.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런 일을 당해본 입장에선, 트라우마인 게지. 아무리 허섭한 글일망정, 거기엔 내 마음과 시간과 내가 있으니까. 그런 일을 당할 경우, 절로 입에서 튀어나온다. "식빵(신발), 꽃 같다. 된장."
거의 1년여 전에 청탁을 받았다. 낑낑대며 긁적이다가 글을 넘겼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처럼 말하기에, 그리 믿었다. 잘 아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못 믿을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깜깜 무소식이었다. 청탁자의 블로그에도 비밀글로도 물어봤으나, 답도 없다.
'신발, 당했나...'하는 생각이 들고, 걍 포기하고 있을 무렵, 연락이 왔다. 처음 내는 책이다보니,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늦어졌단다. 그리고 진도가 빨라지더니 뚝딱뚝딱. 뭐,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
따져보면,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지만, 첫 책이다. 이전에 역시 공저로 나온 책들은 뭐랄까, 대회 수상작들 모음집이니 이벤트성이랄까. 허허, 내가 박힌 책이 나오는구나. 별 일이 다 있구나. 근데, 책으로 나온 나를 읽어보니, 아 신발, 쪽 팔려. 이런 졸필을 책으로 내놓다니. 끙. 괜히 다른 저자들에게도 초큼 미안시럽더라.
2. 뭐, 쪽 팔리고 미안한 건 그렇고. 23명의 공저자. 꽤 많은 사람들이다. '책세이(책+에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러프하게 말해, '이 책(들)은 내 삶에 어떻게 삼투압했나'이다.
각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그 사람이 나온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으나, 취향이 나온다. 삶이 묻어난다. 괴테가 그랬다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 네가 자주 가는 곳, 네가 읽는 책들이 너를 말해준다."
저자들이 읽은 책들이 곧 저자를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책을 보면 된다. 모든 것은 아니지만, 일정부분 그 사람이다. 취향이다. 곧, 그 사람의 삶의 결과 매력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책은 편차가 심하다. 저자가 스물셋이나 되다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균질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거부감이 있다. 읽고 나서, 글에 묻은 결이 영 아니어서, 왜 실었을까, 의문도 생기는 글도 있다. 물론 불균질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롤러코스터 타듯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나의 글도 그런 면에서 숙청의 대상이겠다. 글에 언급한 선생님들, 내 인생의 F4에게 참으로 민망하고 죄송스럽다. 일부 그런 글이 보여서, 다른 좋은 저자들의 글을 갉아먹지 않았나 싶다.
오해는 말자. 당연히 좋은 글도 풍성하다. 혹, 책을 읽게 된다면, 별로 믿을만하진 않은 권유지만, 은이후니님의 <나는 천천히 가기로 했다>, 김원국님의 <환경 활동가, 그 열정의 이름으로> 등은 책과 삶이 맺는, 책보다 중요한 삶이 알차게 담겼다. 강추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다들 힘들게 나를 담아서 썼을 거다. 좋은 결과물을 내놓은 저자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저자도 있을 것이다. 힘들게 책 낸 과정을 대충이나마 알고 있으니, 편집자나 출판사에 대고 뭐라고 할 공저자의 입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인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글 쓰고 책 만드는) 노동의 가치와 결과물로 나온 책의 가치는 별개의 것이라고.
3. 이 책이 단순히 책수다로 끝나지 않기를 나는 바란다. 책에 대한 이야기는, 곧 공저자들이 언급한 책에 대한 호기심과 읽기로 이어지면서 삶과 세상에까지 삼투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성각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책보다 더 놀랍고 대단한 것이 바로 이 세상"이라고. 그리고 이 책에 추천사를 써주신 장석주 시인도 이런 말씀을. "독서인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가끔 언급했지만, 책 많이 읽는다고 자랑질하는 인간이 나는 영 미덥지 않다. 그래, 니가 그렇게 많은 책을 읽어댔는데, 뭘 어쩌라고. 책읽기를 통해, 진짜 세상과 만나야 하고, 삶과 융화돼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성각 선생님도 역시 이 말씀도 빠지지 않고 하셨다. "책에만 빠져 있는 삶이 매우 한심하고 불쌍하다."
날림글을 끼워넣어서 미안하긴 하지만, ≪100인의 책마을≫은 책이 세상에서 어떯게 존재하고 존재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각 저자의 삶이 묻은 책을 통해 어떤 세계를 위해 살아가고 노동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하게 한다. 뭣보다 각 저자의 취향을 엿보는 재미도 있다. 아, 이 사람은 이런 결을 가지고 있구나. 내 옆의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나? 그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어보라.
나의 허섭한 글은 곧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겠다.
* 표지의 캘리그래피. 좀 마음에 안 든다. 힘이 느껴지질 않는다. 100인이나 되는 책마을인데도. 책마을을 드러내는데도 미흡하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