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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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탄탄대로의 드라마, <선덕여왕>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먹고살 게 없는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절규지 폭동이 아니다.” 

혁명은 그렇게 마지막 순간의 선택이다. 참다참다 못해, 견디다견디다 못해, 그렇게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귀결이다. 또한 그것은 말 그대로 절규다. 폭동이라는 말로 가치 전복을 시켜선 안 된다. 그것은 살기 위한 것이지, 어떤 이권이나 권력 교체를 위한 목적이 개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프란츠 파농도, “혁명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면에서 혁명은 좀 시끌벅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석훈 박사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를 처음 대하고선, 그 제목이 왠지 조심스러운 듯해서 뭔가 석연찮았다. 하지만, 읽어가면 마냥 그렇지 않다. 제목 뒤에는 '시작되었다'라는 말이 생략됐다는 것부터, '혁명'이라는 레토릭을 좀더 넓힐 것을 요구한다. 혁명을 좁게 가두어선, 안 된다!

그렇다. 잔혹하고 엄한 시대다.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사회에서 최고의 경구가 된 어처구니 없는 시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착각하진 않지만, 행복의 조건으로서 돈의 힘을 절감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 도저히 인간 세상에선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나는 시대다.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라. 열 이면 여덟아홉은 지금이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알면서도 그들은 묵묵히 참고 걸어간다. 스스로를 억누르고 시선을 회피하면서. 그것이 또한 일상화된 시대다. 괴로운 시대다.   

이상했다. 아직은 견딜 만 하다는 건지. 우석훈 박사는 임계치를 지났다고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혁명이 시작되었다고 얘길하지! 어느덧 20대 전문가로 낙인(?)이 찍힌 그는 학원강사들의 삶에서 이 책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들은 이른바 '루저'들의 세계다. 사교육을 책임진다는 수사는 그저 사기를 북돋기 위한 알랑방귀다. 스스로도 안다. 이미 나락은 진행되고 있음을. 스타 강사? 억대 강사? 그건 돈에 미친 놈들이 만들어낸 착취적 수사다.     

20대들은 철저히 꼰대들의 울타리에 감금됐다. 누구도 그들을 대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조차도. 꼰대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스펙 늘리기에만 몰두한다. 다른 어떤 이유도 없다. 그것은 자아실현도 아니다. 단지 그들은 광대가 됐을 뿐이다. 

우 박사는 '혁명'을 일단 입에 올리라고 말한다. 혁명은 울림이, 에너지가 큰 단어다. 어머니나사랑과 같이. 물론 그것을 과거 군사놀이를 통해 구현하라는 것, 아니다. 20대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을 통해 혁명을 꿈꾸란다. “움츠리고 웅크려 있는 20대들에게, 특히, 대학생들에게, 나는 ‘혁명’이라는 단어의 생동감을 돌려주고 싶다. 아, 걱정 마시라. 혁명하라는 거 아니다. 군사놀이 하라는 것도 아니다. 내가 혁명가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혁명이 일어난다면, 내가 정말로 혁명의 일원이 된다면 따위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져 보는 건 어떠냐고 말하는 것이다.”(p.35) 그리곤 그 일례는 코코 샤넬. 20세기 여성을 코르셋으로부터 해방시킨 샤넬처럼 문화혁명자가 돼라! 

말하자면,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는 혁명의 레시피를 제언한 책이다. 그 레시피를 택하건 택하지 않건 그것은 자유다. 젊은 세대들을 사육하고 훈육하고 싶어하는 꼰대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선택이다. 하지만 20대의 그 선택은 중요하다. 앞선 꼰대들이 잘못 빚어낸 이 사회의 고통 부담자로서, 앞으로 다른 사회를, 다른 삶을 꿈꿀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이 또한 그들이다. 20대.  

“이들은 외롭다. 그 이유도 알고 있다. 이런 사실은 수업이나 책을 통해서 알려 줄 수 있다. 그러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말해 줄 수가 없다. 그건 존재론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경쟁과 평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닌 다른 사회를 꿈꾸는 것이다.”(p.54)   

과연 혁명이 가능할까, 의심하기보다 혁명의 일원으로 꿈꾸는 것이 더 행복한 일임을. 20대가 꿈꾸면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이 책은 조심스레 권한다. 혁명이라는 말에 쫄지 말고, 혁명의 레시피를 만든다면, 우리는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다. 이 책은 20대를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냥 그렇지 않다. 우정과 환대의 마음으로 함께 꾼다면, 혁명은 충분히 가능하다.  

조한혜정 교수가 ‘이 시대의 수다쟁이, 언어의 연금술사’인 우박과 함께 꾸는 꿈처럼 말이다. “나와 우박이 맺은 ‘우정’의 품앗이가 ‘환대’의 두레 마을로 둔갑하는 꿈, 청년들이 맺은 무수한 품앗이와 두레 공동체들이 돈의 순환 체계가 지배하는 사회를 무력화하는 ‘개벽의 새벽’을 상상해 본다. ‘우박과 그 아이들’을 통해 혁명이라는 불씨를 선물 받은 친구들, 그들이 부는 피리 소리를 들은 이들이 함께 춤추는 꿈을 꾼다. 부모가 돈이 없다고 해서 세 탕의 알바를 뛰어야 하고 수업시간에 졸아야 하는 일이 없는 세상, 남자도 여자도 모두 돌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세상,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벌고 사회에 좋은 일도 하는 20대 사회적 기업가들로 세상의 빛깔이 달라져 버린 날을 상상한다. 누림, 멈춤, 마을, 환대 등의 주문을 외우면서, 경쟁과 가시적 성과라는 주술에서 벗어나 정의와 아름다움의 세상을 발견한 이들이 사보타지의 신체를 바꾸어 내면서 새벽을 맞이하는 모습을 꿈꾼다.” (p.17 ‘추천글’ 중에서)

나는 혁명한다, 고로 존재한다. 혁명을 꿈꾸는 당신과 나, 우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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