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좋아, 음악과 함께라면! <로큰롤 인생(Young@Heart)>
늙어도 품위 있고, 아스라한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늙은’ 록스타의 귀환이 아니다. 그저 아마추어 ‘노인네’ 밴드(영앳하트)다. 언니네도, 오빠네도 아니다. 직장인 밴드도 아니고. 은퇴한 실버족들로 구성된 밴드란다. 밴드 멤버들 평균 나이가 무려 81세. 그 연세에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겠느냐, 그것도 로큰롤이라니, 싶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은퇴한 노인네들의 호사취미를 찍은 다큐멘터리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콧방귀 끼다간 크지도 않은 코가, 뭉개질지 모른다. 시큰하게 감동 먹고 코가 벌개 질 일이다. 오~ 마이 갓!
이 할머니, 할아버지들, 정말로 음악에 목숨을 바친다. 얼마 남지도 않은 생인데, 음악이 좋아 죽는다. 아니 다 늙어서 무슨 일인가 싶겠지만, 이들은 병들고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음악을 하고, 음악을 생각하는 순간만큼은 유쾌하고 즐겁다. 조 할아버지가 그랬고, 빌 할아버지도 그랬다. 두 할아버지는 <Alive & well>이라는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거듭하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밴드를, 이승을 떠난다. 그럼에도, 밴드는 멈추지 않는다. 아니 되묻는다. “어떻게 공연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또한, 말한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
이 노인네 밴드를 끊임없이 고개를 넘나든다. 영화는 <Alive & well>공연 6주를 앞둔 밴드의 리허설 과정과 밴드에 얽힌 개개인의 사연을 간간히 담는다. 보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사는 죽어라 외워지지 않고, 리듬을 따라가기에 벅차다. 아파서 연습에 빠지고, 언제 누가 쓰러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비록 갈라진 음성에, 엇박자가 될지라도, 노래를, 공연을 완수하겠다는 의사는 분명해 보인다. 그 모습, 뻑적지근하다. 단순히 노인네들이 로크롤을 한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정말로 음악과 함께 유쾌하다. 보는 사람에게도 그 유쾌함이 전이될 정도로. 그들은 정말로 음악을 사랑한다. “(건강 때문에라도) 공연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닌가요?”라고 묻는 감독에게 산소호흡기를 걸치고 있는 밥 할아버지는 말한다. “앞으로 노래를 못하게 된다면 참담할 것 같다.” 또 그들은 이미 즐거움을 알고 있다. 관객이 박수치고 환호할 때, 황홀경을. 그게 마약 같은 것임을 알고, 그것이 죽음보다 강력한 인생의 즐거움임을 안다.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들은 그렇게 불러 제친다. ‘I Got You’(제임스 브라운), ‘Schizophrenia’(소닉 유스), ‘Life During Wartime’(토깅 헤즈)은 물론, Can이 무려 71번이나 나와 진짜 can이 될 런지 조마조마하던 ‘Yes We Can Can’(앨런 투세인트)도. 더 있다. 콜드플레이의 ‘Fix You’까지 마스터한다. 콜드플레이의 노년버전 ‘올드플레이’라고 불러도 무방해질 정도다. 같이 연습하다가 먼저 떠난 멤버를 위해 밥 할아버지가 무대에서 홀로 부르는 ‘Forever Young’(밥 딜런)은 그냥 눈물을 쏟아낸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있다. ‘Yes, You Can’이라는 환호 한마디, 외쳐주고 싶다. 그리고 살아있다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다. 거참, 노인네들, 다 늙어서 웬 주책이람. 젊은 사람 울리고 말이야. 킁. 아,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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