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영욱아. 넌 늘 까불거렸지만, 그건 어쩌면 외피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너의 마음엔 늘 외로움이 웅크리고 있었고, 네 이야길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겠지. 가끔은 어떤 추억들을 꺼내 그것으로 널 희화화하면서도 그것을 공유하길 바랬다는 것, 그땐 몰랐다. 영욱이 네가 그렇게 외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때 그시절처럼 노닥거리고 치고받는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좀더 너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그땐 그것을 왜 몰랐을까, 라고 나는 후회하지만, 글쎄, 변명을 하자면, 그 당시 나의 한계이자 현실이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난 나로서는, 그 전만큼 너와 붙어다닐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삶의 환경과 주변 모든 것이 바뀌었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나는 네게 미안하다. 좀더 네 이야길 들어주지 못해서, 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나는 그냥 네 소식을 들었을때, 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영욱아... 그때 그시절엔, 너와 보낸 시간이 내 세계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음에도... 미안하다, 혼자 널 내버려둬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