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외로운 너를 위해 쓴다
정이현 지음 / 마음산책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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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 무엇을 떠나보내고 싶어서였을까. 무엇을 정리하고 싶어서였을까. 누군가 그러더라. 연말, 소득공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안에 가득찬 미련한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흠, 그럴 듯하단 생각이 들긴해.

사실, '작별'이란 제목이 냉큼 마음으로 들어왔다. '이별(離別)'이 아닌, '작별(作別)'이어서 좋았달까. 그게 뭐, 별다른 차이냐고 투덜거리면, 할말은 없어.^^; 순전히, 내 억측이지만, 작별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행위라면, 이별은 왠지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야. 이별은, 쓸쓸한 느낌이 더해. 백과사전을 뒤져보니, 그러더라. 작별은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또는 그 인사', 이별은 '서로 갈리어 떨어짐. ≒별리·상별'. 내겐, 혀에서 구르는 '작별'의 어감이 더 좋아.

정이현은, 말하고 싶어했어. 나직하게. 나는, 그 말을 조근조근 듣는 아이가 됐어. 별다른 이유가 있겠어. 진짜, 작별할 시간이잖아. 2007년에게.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이 묘한 감상들. 당신도 알잖아. 말끝마다, 마지막, 마지막 하면서 사람들은 어떤 주술을 외지.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어느 순간에 대해. 나는, 그 순간을 나누고 싶은 책으로 <<작별>>을 고른 게지. 나에게도, 영영 작별을 고하고픈 2007년의 어떤 순간들이 있으니까.

정이현은, 7개의 감정을 분절해 놨어. 외롭게, 가득하게, 어른스럽게, 자연스럽게, 사랑스럽게, 뼈아프게, 당혹스럽게. 덜그럭덜그럭. 정이현은, 균질하지 않아. 감정의 결은 출렁거리면서도 켜켜이 생의 결을 쌓아가고 있더라. 굳이 어렵게 따라갈 필요는 없더라. 자신을 증명하면서 타인과 소통하고픈 욕망에 시달리면서도, 타인과의 부대낌에 에라이,하고 고독을 택하고픈 소망 사이에서 외줄을 타기도 한다.

나는 처음, 정이현을 읽었다. 대체로 <<작별>>은 나른하고 미끈해. 섬뜩한 귀기나, 감정의 파고가 벅차 오르는 클라이맥스는 없어. 이 글에는, 도시 중산층, 큰 굴곡 없이 사랑받고 자란 사람의 향기가 은연 중에 뿜어나오더라. 뭐, 그것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그런 말은 아니야. '마지막'을 레떼르를 붙이고 보기엔 무난하단 얘기. 2007년12월31일과 2008년1월1일이 사실 다를 건 없지만, '작별'은 12월31일에 어울리는 인사가 아닐까. 정이현의 '단칸방'에서 나온 지금, 나는 그냥 '90년대'가 아른거린다. 보고 싶거나, 그리운 그런 것은 아니고. 작별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지. 발길에 걷어채는 과거 때문에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다고? 발목을 친친 감으면서 매달리는 미련과 후회 때문에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겠다고? 그래도 우린, 거닐어야 한다는 걸 알잖아. 생은 그래도 지속됨을 알잖아.

그래, 2007년의 '균열'은 뒤편으로 밀어넣고. 2008년을 향한 '항해'가 기다리나니. 

그래,
작별은,
'뜨거운 안녕'보단 '나직한 안녕'이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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