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은퇴는, 슬퍼. 좆나 슬퍼. 눈물이 잠시지만, 그렁했어.
'주형광 은퇴.'
이, 다섯자가 주는 단상이, 어떤 것인지 넌, 알 수 없을거야. ㅠ.ㅠ
☞ '조기 은퇴'주형광, '형광등'처럼 빛난 에이스
솔직히, 올 시즌, 형광이 나올 때, 욕한 적 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와서 안타를 두들겨 맞거나, 점수 내줬을 때,
괜히, 광분하면서 형광이 왜 나왔냐고 내뱉은 적 있음을 고백한다.
미안하다. 형광아.
은퇴 소식을 받아들이자니, 울컥해진다.
어쩌란 말이냐. 언젠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음도 알았지만,
이제 31살. 우리 뽈록이, 형광이는 아직 마운드에서 씽씽 투구를 날릴 때 아닌가.
14년이라고 했다.
앳띠고 뽀얀, 형광이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다닌 해가.
그래, 1994년 형광이는 신성이었다. 92년 종석이의 원맨쇼이후, 새롭게 등장한.
비록, 그해 나는 군대에 끌려가서, 그 활약상을 볼 기회가 없었지만,
들리는 풍월에, 그는 자이언츠의, 우리네 야구인생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제대하고 보니,
형광이는 완전, 날았다. 미친 듯이 마운드에 나와서 공을 뿌려댔고,
승리 보증수표! 다 나오라 그래!! 18승7패. 비록, 늦여름부터 떠나있던 탓에, 오래 못만났지만,
바다 건너온 소식에, 그는 자이언츠의 유일신이었다. 민한신 이전의, 형광신.
자이언츠의 마지막 가을야구 시즌까지,
형광이는 고군분투했다. 한마디로 혹사,당했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만개한 탓이었을까. 형광이는 조로했다.
팔꿈치는 망가졌고, 반짝반짝 빛나던 에이스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전락했다.
반전을 꾀했을 것이다.
나도 바랐다.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하면서 툭툭 털고, 우뚝 마운드에 선, 형광이를.
야구는 없고, 선수만 있는 자이언츠의 또 다른 이야기를 기대하면서.
그러나, 결국 31세의 형광이는 은퇴를 선언했다. 코치 연수를 받는댄다. 어흑.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누가 형광이의 그 깊은 슬픔을, 알 수 있을까. 도저한 슬픔을.
나 역시도, 형광이의 그 슬픔을 알겠는가마는, 나는 형광이가, 아프다. 마이 아프다.
아마도, 형광이는 울고 또 울 것이다. 은퇴는, 그렇다. 알면서도. 영원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맞다. 미친넘, 괜히 지랄하고 있다.
누구나 은퇴를 한다. 시간을 이겨낼 재간은 누구도, 없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속도로 시간 속을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너와 나의 시간은, 너와 나의 간극만큼이나, 또 다른 갭을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조기은퇴라고 우겨봤자, 형광이는 이제, 떠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
형광아,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오라, 외치는 건,
당연 전혀 상관없지만, 어떤 사람들처럼, 은퇴한 정치인을 대선 출마하라고 우기는 격 아닌가.
지난 시절, 내 소중한, 행복과 즐거움을 안겨다 준 선수들의 은퇴 소식을 듣자면, 괜히 몽클해지는 내 가슴.
역시나, 이제는 안녕을 고할 때.
안녕, 주형광...
아, 이럴 땐, 쓰끼다시 내 인생.
역시나 이런 날엔, '쓰끼다시 내 인생'이 좋아. 좆나 좋아. 은퇴는 슬프지만, 쓰끼다시 내 인생은 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