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일이든 완벽하게 하려고 했지. 실수할까 두려워 몸을 사리면서.
다시 한번 세상을 살수만 있다면 쓸데없는 것들에 매달리지 않겠어.
그냥 느긋하게 삶을 즐길 거야,
여행도 자주가고,많은 산을 오르고,많은 강을 헤엄쳐 건너고,한번도 가보지
못 했던 곳을 다 가보고 싶어.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고 콩은 조금만 먹을 거야.
진짜 고통은 더 겪어도 좋지만,상상 속의 고통 따윈 겪지 않을 거야.
난 언제 어디서나 미리 미리 예방하고 예측하며 살았던 사람이야.
체온계 없이는, 보온병 없이는, 치약 없이는, 우산 없이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어.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 그 순간들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을 떠날 거야.
다시 태어난다면 이른 봄에 맨발로 풀을 밟고,
가을이 깊어지도록 그 향기에 젖어들겠어.
회전 목마도 많이 타고,
해가 솟아오르는 광장도 자주 지켜 볼거야.
손주 놈들과도 오래 놀겠어.
다시 세상을 살 수만 있다면."-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