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이른 새벽에 출근하는 신랑을 위해 함께 새벽밥을 먹어주는것..
월욜 아침이면 보통 새벽 다섯시쯤에 서울로 출근을 한다.
그래서 난 어떻게든 새벽밥을 먹여 보내고 싶어서 새벽밥을 한다..
하긴 아침밥도 먹기 싫은데 새벽밥을 먹고 싶을까..하면서 마주보고 앉아 나도 밥을 먹어준다..
그게 내가 그에게 표한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늙어가는 아내에게 / 글/황지우(속삭이신님 댓글을 보고 찾아옴)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지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 주었지
그런거야. 서로를 오래 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 알 한 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 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지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지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일 것이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 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