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차에 대한 환상이 내게 있었다..하지만 냄새가 진하리란걸 난 알고 있었다..어느날 대여섯살 된 꼬마 아이가 노오란 국화꽃 한 줄기 꺽어와서 지 엄마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고 컵가득 물을 따르게 하더니 국화꽃 가득 넣어서 스푼으로 휘휘 저어주며 차라고 마시라고 한적이 있었다.노오란 물이 너무 이쁘게 우러나와서 참 곱다 하며 마시는 시늉을 해 보이다가 결국에 한모금 꼴까닥 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진하던지..아기들 감기약 시럽 액티피드 생각했다..그처럼 노오란 물이 였으니...그게 내가 처음 마셔본 무공해 들국화 차였다.
이번에 아는 분께서 여행다녀왔다며 내민 국화차..두고 두고 누구에게 선물할까 생각하다가 오늘 꺼내 마셨다. 둘째녀석의 성화에 못 이기고..그런데 참 잘했다..싶다..아마 안 마셔보았으면 계속 그 진한 국화꽃 냄새만 생각했을 것이다. 노오랗게 우러나온 국화차는 진하기는 진하다. 하지만 그렇게 마구잡이로 꺽어다가 스푼으로 꾹꾹 눌러 주던 아기표 들국화처럼 진한 맛은 아니다.
향긋하면서도 은은하다 싶으면서도 진한것도 같고..우아하게 한잔 마시며 하는 소리..이제 장미차도 먹어봐야지??오잉??장미는 안 먹을거얌..무슨 수로 당하겠는가..장미도 마신다는데..아마 저녁엔 장미차를 마시고 있을 것이다.
흐흐..군고구마에 국화꽃차..참 안 어울린다고 웃지만 그래도 즐겁게 두번째 물을 붓고 있다..딸아이는 안 마신다..냄새가 진하다네..지에밀 꼭 닮았다..나도 냄새가 조금만 진해도 싫은데 저 녀석은 무슨 비위가 저리도 좋은지..나는 우아한 맛에 마신다.. 향과 눈으로 보는 이 황홀함에...고로 폼생폼사..ㅋㅋ
아..꿀을 넣어 마시니 더 부드러운 맛은 나지만 향은 더 진해진듯..다음부터 그냥 마시기로 했음 꿀 안넣고.첨부터 차를 무작정 많이 넣고 마시기보다 적게 넣고 마시다가 괜찮다 싶으면 더 많이 넣어도 좋을듯 싶은데..취향이 다 다르니..뭐. 맘내키는 대로 먹자...이렇게 세명이서 앉아서 먹어도 다 다른데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