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마감이 하루 지났지만 모르는 척하고 글을 씁니다.
제목이 ‘연애’지만, 그와는 관계없는 글을 모르는 척하며 써 봅니다.
나이가 들수록 느낍니다.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 보인다고요.
한때 장밋빛 연애와 결혼생활을 꿈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결혼하는 연인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그 중엔 부모의 반대를 결연한 의지로 이겨내고 결혼한 커플도 있었지요.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이 결국 반대에 굴복했기에 더 멋있게 느꼈을 겁니다.
세월이 흘러 삶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깨달은 지금은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애를 키우며 사는 친구를 만나면 안쓰럽고,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잘 살 수 있을지 걱정을 합니다(정말 별 걱정을 다하죠?)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주변 사람들 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5%도 안돼 보입니다.
지난 토요일, 모의환자 분들을 접대하는 일을 맡아 토요일 하루를 봉사했습니다.
그때 남자분 둘과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한분은 평생 독신으로 사신 A라는 분이고,
또 다른 분은 30년간 결혼생활을 하신, 지금은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셨어요.
살면서 늘 자신의 삶에 만족하셨다는 A는 딱 한번 위기가 있었답니다.
“하마터면 내가 결혼할 뻔했다니까.”
그래요, 그분의 위기는 결혼할 뻔 한 그 일이었습니다.
여자가 살갑게 다가와서 몇 번을 만났는데
그 와중에 그녀가 자신의 돈을 우려내기 위해 자기와 결혼하려 했다는 걸 알았다네요.
전후사정은 모르지만 큰 재벌도 아닌데
돈을 노리고 결혼을 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분은 그날 이후 여자에 한눈을 안팔고 60이 넘은 지금까지 재미있게 사셨답니다.
자, 이제 교장 선생님 차례입니다.
남녀는 성격이 달라야 한다고 믿었던 그분은
외향적인 자신과 달리 내성적이고 신앙생활에 열심인 여자를 아내로 맞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취미가 하나도 안맞아서 인생을 망쳤다”고 교장선생님은 투덜거리십니다.
“같이 배드민턴을 치려고 해도 싫다고 하지, 테니스를 배우라고 해도 거절하지....
같이 뭘 할 수가 없잖아. 그래서 나 혼자 놀았어.
마누라는 늘상 교회 나가서 기도만 했어.“
그러다 결국 교장 선생님은 취미가 맞는 여자분과 외도를 하기도 했는데요,
외도는 무조건 나쁘다고 믿는 저지만, 별반 딴지를 걸고 싶지가 않더군요.
지금은 그냥 ‘미운정’으로 산다나요.
이 두분의 경험이 결혼이 좋고 나쁘냐를 말해주는 건 아닐 겁니다.
먼젓번 분은 돈에 욕심없는 그런 여자분을 만났으면 잘 살 수 있었을지 모르고,
교장 선생의 경우는 취미가 맞는, 좀 활달한 분을 찾으셨다면
재미있게 사실 수도 있었겠지요.
그렇긴 해도 여기서 이런 결론을 이끌어 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혼자 살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결혼 생활을 해도 불행할 수 있다고요.
모든 스토리가 결혼하는 데서 끝이 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결혼 이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결혼을 합니다.
혹시, 결혼 후의 삶을 배우면 아무도 결혼을 안할까봐
모두들 함구하는 건 아닐까요.
연애에 대해 삐딱하기만 한 부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