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정말 정신이 없고 기분이 나빴다. 그렇게 이상한 자리는 처음이었다.
B선배는 같이 식사하자고 불러낸 자리에 5명의 남자를 데리고 나왔다.
그들에게 나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저 오랜만에 만났다고 저희들끼리 욕을 섞어 수다떨기 바빴다.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얼만큼 먹다 그만둬야 할지 모를 정도였고,
선배와는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이야기도 제대로 못 나눈 채 헤어지고 말았다.
다음날 오후 4시,무료하고 약간은 나른한 시간,사무실에서 게임을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내 책상위의 전화기가 울렸다.
대부분 나를 아는 사람들은 휴대폰을 이용하기에 일관계로 걸려온 전화려니 해서
사무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ㅇㅇㅇ부 ㅇㅇㅇ입니다."
"안녕하세요?저 A입니다." 낮지만 가라앉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누구일까?
"네?"
"어제 B선배와 ㅇㅇ에서 같이 식사했었죠?" 점점 나긋나긋하고 우아하며 건강미가 느껴지는 목소리..
"아...네..."
"어제는 잘 들어가셨나요? 인사도 제대로 못했군요." 자상하고 편안한...
"네..."
싸우듯 떠드는 다섯 남자중 하나라는 사실 밖에는 모르고 대화내용도 평범했으나
목소리만은 처음부터 내 귀에 싹 들어왔다.
A는 다음날부터 매일 오후 4시에 전화를 걸어 나른함을 날려주고 자기 목소리에 익숙하게 해 주었다.
나는 첫번째 전화를 받은지 3~4일 후부터 오늘 쯤은 만나자고 하겠지...하고 기대를 하게 되었다.
1주가 지나고 10일이 지났을때는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고 조바심도 났다.
2주째 되던날 만날 의향을 물어왔을 때 나는 한 박자도 쉬지 않고 "네!"라고 소리치고 말았다.
2주동안 나는 그의 목소리에 익숙해졌을 뿐 아니라,그의 목소리가 좋아지고
어떤 말투를 들으면 달콤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심지어 몸이 떨린 적도 있었다.
우리가 처음 마주대하던 날 나는 마치 오래전부터 A를 알고 지내온 듯 편안했다.
우리는 2년간 연애를 하고 약혼을 했다.
약혼 피로연 자리에서 나는 선배와 친구들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5명의 남자중 C가 선배를 졸라 나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 자리에 친한 친구 4명이 따라 나왔다고 한다.
인연은 부지런한 자의 몫인가보다.
지어낸 글입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