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반란
실베스트르 위에 지음, 이창희 옮김 / 궁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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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₂, CFC 등에 의한 온실효과와 오존 파괴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져서 온갖 기후 재앙이 닥칠 것이다 - 가만히 들여 다 보면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곳은 과학계가 아니라 언론계이다. 언론의 사명(?), ‘선정주의sensationalism’인 것이다. 저자 스스로가 기자이지만 이러한 언론을 비판하면서 객관적이고 정직한 진실을 전하겠노라고 운을 뗀다. 그래서 믿음이 간다.

이제부터, 기후의 속성과 기후에 영향을 주는 인자들을 하나씩 훑어나간다. 한번 태풍이 불었다고 극심한 가뭄이 닥쳤다고 당장 기후가 홀라당 모습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원래 세부적으로 변하는 것이 기후의 속성이고 전체적인 변화의 단계는 1천년 이상이 기본이다. 그런데 북극 얼음을 천공해서 고기후를 분석했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큰 변화가 있었다.
아, 괜찮다. 바다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어, 근데 바다에 부표망을 띄워 놓고 추적해보니, 바다의 순환이 조금만 흐트러지면 오히려 기후의 안정을 깨뜨리는 역할도 한다 (열순환, 대류 통로, 엘리뇨). 물론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백히 온실가스에 의한 기온 상승 영향도 있고, 지구 공전의 영향도 있다 (1941 밀랑코비치).

이렇게 각 장의 앞뒤를 연결해가는 서술은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만 읽기에도 재미를 더한다. 흥미 거리로 그치진 않는다. 기후 시뮬레이션의 원리와 한계에 대한 세세한 접근은, 저자 스스로 많은 발 품을 팔고 많은 공부와 취재를 했음을 알려준다. 가상 지구에 대한 결론은 ‘불확실성, 우연, 혼돈, 따라서 예측불허성’이다. 그럼 무슨 의미가 있냐고?
우리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기후가 이런 식으로 반응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로서 의미가 있다. 해서 저자가 제안하는 대책은 탄소에 대한 과세, 교통과 발전의 개혁, 제3세계에 대한 지원 등이다. 1997년 쿄토 의정서의 탄소 배출 허가량 제도, 배출 허가량 매매 등의 방식은 웃기기는 하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런 황당한 쿼터제의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저자의 마지막 주장; 기술로 통제하기가 가장 어려운 자연 자원인 기후를 계기로 삼아, 문명의 변화를 시도하자!

우리가 알아야 할 점; 객관적이고 냉정한 과학적 시각이 필요하다. 언론이나 이익단체의 과장에 속지않고 우리의 미래가 달린 방향타를 정확히 가눌 수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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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지혜
셔윈 널랜드 지음, 김학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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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달이 넘게 코가 심하게 막혀 고생하다가 큰 맘 먹고 병원에 갔더니, 비염이라며 간단한 처치와 주사, 약 처방을 해주었다. 그 다음날 아침 코에서 큼직한 피딱지가 나오더니만 시원하게 뚫려 버렸다. 이 책에서 얻은 짧은 지식으로 추정컨대, 약간의 외부 도움을 시발점으로 해서 히스타민에 의한 모세혈관 팽창, 백혈구의 대식작용, 피브리노겐의 혈액응고 과정, 섬유아세포 유입에 따른 반흔조직 형성 등 일련의 염증 반응과 자가 치료가 진행된 것일 게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몸의 지혜’이다.

비염 정도는 약과이다. 거의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의 몸도 적당한 처치가 제때에 이루어지면 놀라운 항상성을 이루어낸다. 저자는 외과 의사답게 그 생생한 응급 현장을 손에 땀을 쥘 만큼 생생히 서술해낸다. 그리고는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의학지식을 알려준다. 무슨무슨 호르몬, 신경계, 무슨 조직 등등. 의과생들도 질려 하는 그 많은 의학 용어들을 우리가 굳이 외울 필요도 없고 버겁기만 할 테지만, 내 몸 안의 일을 어느 정도는 과학적으로 감을 잡아 볼 수 있겠다. 계속해서, 저자 자신의 관점과 철학을 설파한다 - 이런 추상적이고 줄줄이 늘어지는 만연체의 문장을 깔끔하게 번역하기가 쉽지않다는 것은 인정해주자. 각 장마다 생생한 현장, 전문 지식, 개인적 사상, 이렇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몸’에 대한 저자의 인식을 좀더 들여 다 보자. 결국은 75조나 되는 세포들이 여러 신호 분자에 의해 행동하고 반응함으로써 우리 몸의 근본적인 항상성과 풍부한 탐색이 유지된다. 매혹적이고 신비하겠지만 이는 그저 원자, 분자, 에너지의 교환이라는 물리/화학의 결과일 뿐이다. 그렇다고 환원주의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고, 생물학적인 부분들의 총합 이상의 아직 발견되지 않은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그렇다고 구닥다리 생기론生氣論을 다시 꺼내 드는 것도 아니다.
틀림없이 저자는 기계론적인 관점에 서 있지만, 그 다양한 물리화학적 현상의 기원과 통합을 보면, 각 기관 부분 부분이 조정되어 전체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을 보면, 분자 상호 작용의 결과이지만 그 자체를 뛰어 넘어선 ‘마음’이란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오랜 논쟁의 역사처럼 저자도 중간의 애매한 입장인 듯 하다.

여하간에 나로서는 그저 코가 시원하게 뚫린 것이 신날 뿐이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연하면서도 참 신비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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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
조 슈워츠 지음, 이은경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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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인 화학책을 쓰는 저자들이 꼭 빼놓지 않는 얘기가 ‘화학의 이중성’에 대한 것이다. ‘화학적’, ‘인공의’, ‘합성의’ 등등의 단어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이 결코 곱지 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전공자들의 입장에서야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니 동전 반대편의 ‘좋은’ 면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게 마련이겠다.

그래서 1981년 노벨화학상 수장자인 로얼드 호프만은 화학을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케이론에 비유했고, 이 책의 저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비유를 들었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니트로글리세린은 폭탄의 원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심장병 약으로도 쓰인다는 말이다. 아, 물론 적당량을 써야지!!!

주제가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저자는 짐짓 점잖은 목소리로 ‘화학이란...’ 하는 식의 설교를 늘어놓는 대신에, ‘요건 몰랐지? 이게 화학이야...’ 라며 생활 주변에서 쉽게 부딪히는 실례들로 재미있는 화학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원제목인 < Radar, Hula Hoops & Playful Pigs > 는 폴리에틸렌에 관한 이야기인데, 소재로 돼지 장난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짐작이 갈 줄로 믿는다. 이렇게 저자의 수다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화학의 이중성’ 그러니까 동전의 양면이 자연스레 한눈에 다 보이게 된다.

이런 식이다; 실내 수영장 냄새가 소독약인 염소때문인줄 알았겠지만, 정확히는 염소가 물속의 요소와 반응해서 생긴 클로로아민이 주범이다. 1828년 독일 화학자 F.뵐러가 요소를 합성해냄으로써 합성물질과 천연물질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 해진다. ‘자연=안전, 합성=위험’의 등식은 더 이상 옳지않다. 어떤 물질의 특성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느냐 자연(요소의 경우엔 우리 몸)에 원래 있는 것이냐가 아니라 오로지 그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뵐러 이후 170년 이상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천연비타민C가 합성 아스코르브산보다 더 우수하다는 생각에 젖어있으니 안타깝다. 근데, 요소가 뭐냐고? 尿素!! CO(NH₂)₂!!! – 사실, 이 책에서는 단 한 개의 화학 공식도 안 나온다 - 그리고 그게 왜 물에 있냐고? 그건 저자도 모르겠다던데? ㅋㅋ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화학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는 우리들을 설득하기에 딱 좋은 재료를 재기 발랄한 입담으로 버무려 놓았다. 그러니 맘 놓고 맛 보시고 그 가자미 눈길도 이젠 거두어 주십사 부탁하는 듯 하다. 우리말 제목처럼 소풍 나온 듯이 한번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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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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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배경으로 하지만, 보통의 하드-보일 SF는 아니다. 단지 지금으로부터 수 천년 뒤의 시간적 배경과 현 인류가 사는 지구로부터 11광년 떨어진 쌍행성이란 공간적 배경을 차용했지만, 저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은 우리들의 과거일수도, 또는 생생한 현실일 수도 있다. 즉, 현 우리 체제의 허울과 아나키즘 체제의 이상과 현실을 말한다.

주제가 이러하다 보니, 만연체의 토론식 대화와 사설辭說을 늘어놓는 듯한 서술은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만한 주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기꺼이 감수하기로 하면, 그렇게 고역만은 아니다. 쉐벡이라는 개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감정이입도 되고 생각보단 어렵지 않게 커다란 맥락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작품성’일지도 모르겠다.

ps) 오히려 특이하다고 할까? 그 흔한 SF적 장치나 자극적인 소품도 별로 없다. 그저 머리를 빡빡 민 우라스인들, 다이브랩 컴퓨터가 중복 없이 지어주는 이름을 갖는 아나레스인들 정도? 속도의 한계를 넘으려는 쉐벡의 <동시성 이론>과 <앤서블(비록 완성되진 않지만)> 정도? 그러나 읽다 보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SF적으로 느껴진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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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양식의 과학 경문수학산책 8
케이스 데블린 지음, 허민 외 옮김 / 경문사(경문북스)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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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얘기부터 해야겠다. 기하학의 그리스 시대 이래로 19C 수학은 수, 형태, 운동, 변화, 공간 등에 대한 연구와 그 도구에 대한 연구로 발전된다. 현재 수학의 정의는 어떤 ‘양식patterns’에 대한 연구로 의견일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추상화’쯤 되겠다. 수학의 토대를 형성하는 수, 점, 선, 평면, 곡면, 기하학적 도형, 함수 등 그 어떤 것도 물리적 실재가 아닌 인간의 정신에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가 실재하지 않는다고? 글쎄~

책 내용은 정통 교과서적的이다. 어설픈 비유나 수학자 주변 잡기 등으로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나간다. 그래서 이미 중고등학교 수학에서 봤던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다만 그것들에 이런 제목이 있었는지를 몰랐던 게다. 명제/술어 논리학, 칸토어 집합론, 카발리에리 불가분량의 연속 기하학, 복소 계수 방정식에 관한 대수학의 기본정리, 유클리드 기하학, 테카르트 좌표 기하학, 대칭 변환 등등. 물론, 이것으로 끝이면 섭섭하다. 한 단계를 높여서 공부가 계속된다. 소수 판정과 소인수 분해가 암호와 연결되는 과정 [제1장 셈], 공리 체계에 대한 형식주의를 의도했던 힐베르트 계획과 그 꿈을 깨뜨린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제2장 추론과 전달],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 그리고 복소 해석학까지 [제3장 운동과 변화]. 특히 3장에선 제논의 수수께끼 (화살, 아킬레스의 역설) 같이 심오하면서도 흥미거리가 될 수 있는 이야기와 자연수→미적분→무한→복소함수→자연수로 돌고 도는 수학 역사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아직 아니다. 이제부터가 알짜다. 쌍곡 기하학과 구면 기하학의 무모순성은 우리의 직관을 넘어 당혹케 한다. 게다가 차원을 기하학이 아니라 자유도로 간주하면 상상의 나래엔 끝이 없다 [제4장 형태]. 대칭 변환의 결합법칙, 항등원/역원의 존재가 갈루아의 군론과 연결되어, 주어진 방정식이 근호에 의해 풀릴 지를 판정할 수 있게 한다. 브라베 14격자에서 발전된 리치 24차원 격자는 디지털 통신 기술에서도 응용된다 [제5장 대칭성과 규칙성]. 위상 수학 (모서리 개수, 가향성, 오일러 표수), 클라인 병, 리만의 다양체, 프앵카레 대수적 위상 수학, 매듭이론에서 위튼의 위상적 양자장 이론 (초끈이론, 이 책에선 초줄로 번역, 이젠 물리와 수학의 짬뽕이다) 까지의 이야기는 숨가쁘다 [제6장 위치]. 여기까지 오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도 증명할 수 있다. 1993년 와일즈가 발표했지만 오류가 발견되어 1995년 재출판한다. 이 책이 쓰여진 것은 1994년이라 앞 부분 얘기만 나온다.

저자는, 수학의 전반적인 구조를 ‘단순화→양식의 발견→공리화→추상화→공식화와 증명→타영역과의 관계’ 단계로 설명한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과정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또한, 수학의 추상적 개념들이 미처 의도하지 않았던 물리, 화학이나 디지털 공학등에서 전용轉用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을, 수학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앞서 선도하는 예라 자부한다. 아닌 게 아니라 동시대에 자신의 업적이 실재에 응용되는 것을 보는 수학자의 기분은 짜릿하겠지? 동시대라는 조건이 한계가 되겠지만! 그런 면에서 뉴턴은 직접 수학을 만들고 물리에 써 먹었으니 참 대단한 양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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