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책 + 테이프 1개) - 4단계 1130단어 명작스프링 (교재 + 테이프) 46
생 텍쥐페리 지음 / 와이비엠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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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하필 ‘어린 왕자’를 고른 이유는, 회사 외국어 교육 과정 중 ‘어린 왕자’를 교재로 하는 강의가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신청할까 하다가는 아무래도 출석을 체크하는 수업은 무리다 싶어 (그것도 퇴근 후에), 이 책만 사서 혼자 공부해보자는 것이었다. 며칠간 차 안에서 테이프만 듣다가 오늘에야 전문을 책으로 읽었는데, 어릴 적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땐 “이게 뭐야? 무슨 얘기가 이래” 했던 것 같은데, 어린 아이답지 않게 상상력이 자유롭지 못했던 듯 싶다. 어른들에 의해 주입된 정형에서 조금도 벗어날 용기가 없었던 게지. 솔직히 지금이라고 크게 다른 것도 없다. 도대체 궁금한 게, 과연 어린 왕자는 죽은 것인가? (어른의 전형적인 시각에서 볼 때 말이다) 마지막 장에서 ‘his body’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것 같은데, 불어 원문은 무엇이었는지가 궁금해진다.

아, 이 책은 영어 교재였지. 듣기 공부하기에는 좋다. 의도적으로 쉬운 영단어로 구성한 듯하다 (1130단어 수준). 그래서인지 어린왕자가 보아 뱀 그림을 단번에 알아보는 장면이 빠져있다. 결정적인 장면인데... 하긴, 영어 공부랑은 상관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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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의 부리 -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
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추천 / 이끌리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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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 동안 진화생물학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가설 검증을 위한 측정과 분석은커녕 실험 자체도 불가능한 판에 과연 자연과학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 싶었다. 잘 봐주면 ‘논리학’, 좀 깎아 내리면 ‘추리 소설‘쯤으로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다윈 자신도 진화는 너무 느려 관찰할 수 없다고 말했고, 다윈이 자연선택을 증명한 게 아니라 그 필연성을 말했을 뿐이라는 비판도 있어왔다. 그러니 문외한으로서는 이렇게 밖에 생각할 도리가 없었다고 변명을 해본다.

이런 문외한이나 비판가들에게 다윈의 영령英靈이 다시 깨어나 외친다. “태평양 한가운데 어느 무인도에 사는 참새들의 입모양을 자세히 그리고 꾸준히 살펴 볼 지어라.” 사실, 다윈 자신은 놓쳤지만 130 여년 뒤 그의 추종자들이 갈라파고스 핀치의 부리에서 진화의 메커니즘이 바로 자연선택임을 ‘생생히’ 밝혀냈다. 다윈이 미처 상상도 못한 순식간의 시간(20년) 만에 진화의 증거가 드러난 것이다. 왜 130 여년 동안 이 사실을 못 밝혔냐고? 그 차이가 너무 미미하고(1mm), 그 시간이 성과를 기다리는 학자들에겐 너무 길었기(20년) 때문이다.

고립된 서식지에서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환경 변화에 따라, 1mm 차이 뿐인 부리 길이가 핀치의 생사를 좌우하고, 따라서 살아 남는 그 후손의 형질이 결정된다. 이런 자연선택과 함께 성선택, 경쟁, 잡종교배 등이 작용하여 종의 분화와 융합마저도 결정된다. 이 책은 여느 진화생물학 책처럼 난삽한 여러 상상을 이리저리 나열해서 헷갈리게 하지 않고, 위와 같이 명백한 증거를 갖추고 일관된 논지로 책 전체를 관통한다. 그래서 ‘추리 소설’ 운운하는 누구 같은 문외한이 오해를 풀고 제대로 이해하기 딱 좋다. 종종 지나친 수사修辭가 논지를 흐려놓지만 큰 맥락에서는 문제없다.

읽다 보니 문외한은 또 궁금증이 생긴다. 살충제에 내성을 키워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는 곤충이나, 의약분업을 시행하게 만들 정도로 점점 더 항생제에 끄떡없는 바이러스도 진화의 증거가 될 수 있지 않나? 아니나 다를까, 곧 이어 DDT와 피레드로이드에 저항성을 갖는 헬리오티스 나방, 페니실린 저항성을 지닌 네이세리아 균, 그리고 AIDS 바이러스와 독감 바이러스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굳이 구별하자면 자연선택이라기 보다는, 인간선택(?), 즉 인간이 자연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물 종에게 더 빠른 속도의 진화를 강요하는 위치에 이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저자의 말대로, 아직까지 인플루엔자 특성과 AIDS 특성이 결합된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은 게 천만 다행이다. 언뜻 건방진 용어 G.O.D.가 원래 뜻대로 다양성의 생성(Generation of Diversity)이 될지 파괴의 생성(Generation of Destruction)이 될지는 심각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이 다윈에게 바치는 헌사獻詞 ; “라마르크주의를 뛰어넘고 우여곡절의 겪으며 신다윈주의, 종합진화론으로 변모해온 찰스 다윈 경이여. 이제는 편히 주무시길...” 흰 턱수염 속에서 씨익 미소 짓는 얼굴이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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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북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피터 탤랙 엮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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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백과 사전? 꼭 그렇지는 않다. 역사 순으로 배열된 구성에 각 주제마다 딱 2 page씩 할당되어 있다. 왼쪽 page에는 1000자 이내의 설명이, 오른쪽 page에는 그림이나 사진이 한면을 가득 채운다. 처음 책을 받아 보고는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일순 당황했지만 차근히 읽다 보니 나름의 맛이 있다. 한 눈으로 그 맛을 지레 알아챌 수는 없고 꼭꼭 씹다 보면 숨어 있던 깊은 맛이 느껴지는 식이다.

우선, 본문 설명도 백과 사전 식은 아니다. 백과 사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 중에 나온 새로운 용어를 다시 찾아 다녀야 하고 그러다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 자리에서 결론이 난다. 전체 맥락을 잡아 주면서도 간결하고 함축적인 설명 덕이다 (필자들의 면면을 보라). 그러나 행간에 숨겨져 있는 뜻은 만만치가 않다. 아쉽다면, 각주를 따라 책 전체를 넘나들며 퍼즐을 풀 듯 읽어 보자. 또 다른 맥락이 보일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면 이 책에서 얻은 키워드로 인터넷을 뒤져도 좋겠다. 한편, 그림이나 사진도 본문 설명을 보충하거나 깊은 정보를 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어떤 분위기를 느끼게끔 해주는 식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예를 들면, 식물의 유성 생식 편(p.84)에서는 큐피드가 식물에 화살을 쏘는 1804년 어느 화가의 그림이, 비타민 편(p.248)에서는 1890년의 대구 간유 광고 포스터가 실려 있는 식이다. 좀 엉뚱하다 싶기도 하지만 독자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남겨 주는 듯 하다.

책 전체로 보면, 고대의 천문학, 수학, 생물학, 의학에서부터 20세기 물리학과 생물학의 도약까지 인류 과학사가 총 망라되어 있다. 주제 선정 기준은, 오랜 숙제를 해결했거나 새로운 탐구 영역을 개척했거나 우리의 세계관을 바꿔 놓은 것들이다. 비록 나중에 틀렸다고 밝혀졌지만, 그 분야에 심대한 영향을 준 것도 포함되어 있다. 과학이 직선적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기에 이런 실패(?)담도 의미가 있겠다. 어차피 과학도 인간이 하는 일이고 보면, 그 안에 창조성과 상상력 외에도 경쟁과 혼란, 천재적 직관과 실수가 이리저리 얽히는 게 당연하고, 우리는 그 내막을 들여 다 보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씹을수록 그윽한 맛만 나는 게 아니다. 떫은 맛도 있다. 이 책에서 글만 추려서 작은 활자로 재편집한다면 한 ₩5,000 짜리 얇은 소책자가 될 듯 한데, 그렇다면 비쥬얼 디자인 편집 값만 ₩50,000 이었다는 말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소장용 책을 원한 게 아니라면 꽤나 비싼 값을 치른 셈이다. 가끔 돌도 씹힌다. 이렇게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책에서 오자, 오류는 다 된 밥에 돌 가루 뿌린 격이다. 다음 판에서는 수정되리라는 기대로 하나하나 읊어보자. p.96 본문 중의 ‘명왕성’(Uranus) → ’천왕성(Uranus)’, p.162 본문 중 ‘샐리스는 천왕성을’ → ‘해왕성을’, p.172 본문 중 ‘1865년’ → ‘1856년’, p.198 기체의 밀도가 ‘높을’ 때 → ‘낮을’, p.247 광속은 초속 30km → 30만km, p.286 두껑 → 뚜껑, p.310 온다 → 온도, p.350 트랜지스터를 설명하면서 ‘구멍’은 심했다. → ‘Hole’이나 ‘정공’, p.406 19780년 → 1970년, p.452 조개의 크기가 150m → 150mm. 더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자, 이제 결론. 역자가 말한 것처럼, 좋은 책이란 지식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읽으면서 독자의 관점과 수준에 따라 저마다 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면, 이 책은 그 기준에 부합한다. 그러나 아이러니칼 하게도 그토록 비싼 값을 치른 디자인이 이 책에 맛을 더하기도 했고 깎아 먹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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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키 빌랄의 니코폴
엥키 빌랄 지음 / 현실문화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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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SF배경이라도 일본 만화는 달짝지근하다. 심지어 폭력과 섹스를 다루더라도 아기자기하다. 일본 만화에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단순히 같은 동양 문화권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반면에 유럽 만화는 (프랑스로 대표하자. 사실 나에겐 니코폴이 첫 경험이었다) 떫고 시큼하다. 식도에 뭔가가 턱 걸린 느낌이다. 단순히 동양과 서양의 문화 차이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인간 사회 체제와 이집트 신화가 얽힌 설정으로 시작되어, 강박적인 사랑 이야기 (이걸 사랑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리고 모든 인연과 체제를 기억에서 지우려는 듯한 결말까지의 스토리도 그렇고, 한치의 여백도 없이 꽉 찬 화면 구성과 강한 원색 대비의 색채까지, 한눈에 봐도 단순한 문화 차이를 넘는 색다른 충격임에 틀림없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흔히 하는 표현이 ‘그로테스크grotesque’인 듯하여,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이렇다; 1.【미술】그로테스크풍의 ((인간동물식물의 공상적인 형상을 결합시킨 장식의)), 2. 사람 ·동물 ·꽃 ·과일 등을 포함하는 아라베스크 무늬를 말함. 원래 그로테스코grotesco란 이탈리아어로 보통의 그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를 장식하기 위한 색다른 의장意匠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괴기한 것, 극도로 부자연한 것, 흉측하고 우스꽝스러운 것’ 등을 형용하는 말로 사용됨.
글쎄? 당연히 부족한 느낌이다. 괴기하다고? 부자연스럽다고? 오히려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만화였다고 말하고 싶은데... 하긴, 현실만큼 괴기하고 우스꽝스러운 게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ps) 솔직히, 작품 내용에 쉽게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작가의 열정에 공감하기는쉽다. 3부작 완성까지 걸린 10 여년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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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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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의 불평 중 하나가, 도대체 책은 잔뜩 주문하는데 정작 자기가 읽을 책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외곬스런 책 읽기 탓인데, 이 책만큼은 집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와이프도 파인만의 이름 정도는 익히 알고 있으니까.어느덧 우리나라에서도 아인슈타인만큼 유명해진 물리학자 파인만!!! 그 일생의 엉뚱하고 솔직한 에피소드들이 흥겹게 펼쳐진다. 물리랑 별 관계없는 얘기들이 주다. 물리 이야기는 아주 조금만 있다. 베타붕괴 이론 정도. 과학 교육에 대한 일갈一喝도 있는데, 브라질 과학 교육에 대한 애정어린 비판과 그가 이름 붙인 카고 컬트cargo cult 과학에 대한 경계심은 관련된 사람 모두에게 인상적이었으리라 믿는다.

물리 이야기이건 다른 이야기이건 간에 이 책에서 일관된 것은 그의 독특한 사고 방식, 막말로 하면 ‘비딱하게 세상 보기’가 아닐까 싶다. 평범을 거부하고 권위에 도전하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사실, 여차하면 ‘왕따’ 당하기 십상인데 아슬아슬 줄타기를 잘 해냈지 싶다. 얌전히 순종하지 않고 튀는 사람을 짓밟지 못해 안달인 우리 같은 사회 풍토에서 이런 종류의 천재가 길러질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좀 나아지겠지...

ps) 원자폭탄 프로젝트에 대한 파인만의 입장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러한 비판은 이 책의 수준을 넘은 게 아닐까 싶다. 그의 표현대로 그는 밑바닥에서 기었을 뿐이거니와 원자폭탄에 대한 비판이 어디 한 사람이 짊어질 문제이겠는가? 이책은 그저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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