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자들 환상문학전집 8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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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를 배경으로 하지만, 보통의 하드-보일 SF는 아니다. 단지 지금으로부터 수 천년 뒤의 시간적 배경과 현 인류가 사는 지구로부터 11광년 떨어진 쌍행성이란 공간적 배경을 차용했지만, 저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들은 우리들의 과거일수도, 또는 생생한 현실일 수도 있다. 즉, 현 우리 체제의 허울과 아나키즘 체제의 이상과 현실을 말한다.

주제가 이러하다 보니, 만연체의 토론식 대화와 사설辭說을 늘어놓는 듯한 서술은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그러나 이만한 주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기꺼이 감수하기로 하면, 그렇게 고역만은 아니다. 쉐벡이라는 개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감정이입도 되고 생각보단 어렵지 않게 커다란 맥락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작품성’일지도 모르겠다.

ps) 오히려 특이하다고 할까? 그 흔한 SF적 장치나 자극적인 소품도 별로 없다. 그저 머리를 빡빡 민 우라스인들, 다이브랩 컴퓨터가 중복 없이 지어주는 이름을 갖는 아나레스인들 정도? 속도의 한계를 넘으려는 쉐벡의 <동시성 이론>과 <앤서블(비록 완성되진 않지만)> 정도? 그러나 읽다 보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SF적으로 느껴진다. 왜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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