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까치글방 142
스티븐 호킹 지음 / 까치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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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선 한 분야의 대가로 인정 받은 과학자의 대중 저술서가 왕성하게 출판되고 또 제법 판매도 되는 듯 하다. 본 책도 1988 초판 이래 전세계적으로 900만 부가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책을 구입한 사람중의 단 2% 만이 끝까지 읽었다는 기록도 있다. 저자의 서술이 아무리 명료하고 기지에 넘친다고 해도, 쉽게 이해가 되어 끝까지 읽힐 것인가는 분명히 독자 개개인의 수준과 배경에 좌우될 것이다.

전혀 물리학적인 배경이 없는 독자라면, 결코 쉽지 않은 책임엔 분명하다. 기원전 아리스토 텔레스의 천구 개념에서부터 현대의 팽창하는 우주, 블랙홀, 인플레이션 우주, 무경계 제안 등으로 발전된 인간의 우주관을 엿보는 정도에 만족해야 할 듯 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본 책의 많은 부분들이 아깝게 된다. 장서용으로 책장에 꼽힌 채 먼지만 쌓이게 될까? (98%의 확률로..^^)

대학에서 교양으로 현대 물리학 정도까지의 배경을 갖는 독자이고, 그래서 뉴튼 고전 역학의 절대공간/절대시간 개념이 아인쉬타인 상대성 이론에선 상대공간/상대시간 개념으로 바뀐다는 어마 어마한(?)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면 (시간 개념은 본 책의 후반부에선 다시 ‘허시간’ 으로 발전된다), 그리고 한가지 더, ‘시간’ 대 ‘공간’ 축으로 그려지는 도표들을 이해할 수 있다면, 본 책의 상당 부분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게다가 지적 자극을 갈망하고 있기까지 한다면 더 많은 부분들까지 챙길 수 있을 듯 하다. 단, 여러 번 다시 읽을 각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전공자들에게 어떨지 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다만 역자나 수많은 평론가들의 일치되는 관점은, 1980대 대중 과학서의 한 장을 장식한 책임엔 분명하다는 것이다.

본인의 경우를 말하면, 아직 한번 밖에 읽지 못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그 순간에 바로 다시 처음부터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파에 누워서가 아니라 책상에 앉아서 밑줄도 그어 가면서 제대로 몇번이고 다시!!!! 아니면, 호킹 박사의 최근 저서 ‘호두껍질 속의 우주’ 나 본책에서 언급된 인물들, 예를 들면, 초끈 이론가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 Big Bang 이론의 가모브, 양자전기학의 파인만 등의 저서가 너무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외국의 대중 과학 교양서는 참 많은데 우리네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젊은 예비 과학도들에게 기대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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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
실비아 네이사 지음, 신현용 외 옮김 / 승산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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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미 2000.7에 ‘아름다운 정신’ 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가, 2002년 영화가 제작되어 주목을 받으면서 영화와 동일한 제목을 달고 양장본으로 다시 출판된 이력을 볼 때, 당연히 우선적으로 영화와 비교를 해보고 싶어진다.

한 개인의 人生事에 대한 감동을 기대하고자 한다면, 영화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충족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니 오히려, 이 정도의 좋은 소재라면 감동적인 스토리로 만들어 내는데 탁월한 할리우드가 더 극적이고 감동적인 인생사를 제공한다. 물론 영화는 당연히 많이 각색되어 있다 (기숙사 룸메이트와 그 조카 아이, 비밀요원, 만년필 등). 좀 더 솔직한 실존 인물의 실제 인생으로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자 한다면 책을 선택하면 될 것이다. 단, 낯선 영어 지명과 수많은 주변 인물들의 이름은, 재빨리 그 경중을 파악해서 필요한 것만 기억해야, 책 전체 흐름에서 빗겨나지 않고 원하는 감동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수학적인 업적이나 그 내용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책을 봐야 하겠지만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큼의 수준에는 못 미치는 듯 하다. 경제학 석사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일부러 전문적인 내용은 배제했을 수도 있겠지만, 수 많은 수학 이론들이 그 제목만 달랑 나오고 마는 점이라든지, 주인공의 주요한 업적인 ‘비협력 게임 이론’, ‘매장 정리’ 도 언뜻 백과 사전 수준의 해설에 머물다 만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본책이 수학 해설서가 아닌 다음에야 굳이 불평할 만한 이유는 못 되는 듯 싶다. ‘선택적 기억’ 이라고 자기가 아는 내용만 기억하고 싶은데, 하나도 아는 것이 없어서 기억할 것도 없는 본인의 투정일 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저자는 저널리스트답게 부담스러우리 만큼 수많은 인물과 자료를 섭렵하여 한 인물과 그 업적에 대한 서사시를 자세하고 또 진솔하게 그려냈다. 720페이지에 이르는 그 수고에 경의를 표하지만 ‘별표’는 결국 주관적인 점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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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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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문에 보면, 카메론 디아즈가 <프리미어> 잡지와의 인터뷰 말미에 '도대체 E=mc2 가 뭐죠?' 라는 다분히 농담적인 질문을 던진 것을 보고 저자는 본책에 대한 구상을 시작했다고 되어있다. 어디 카메론 디아즈 뿐이랴!! 많은 일반인들이 아인쉬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해 그 존재는 알며 그 내용은 모르는 모순에 빠져있지 않은지?

그러나 다분히 대중매체에 의해 그 난해함이 과장되어 일부 일반인들에겐 그 내용을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일부에겐 도전해볼 만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해보니 '상대성 이론' 관련 한국어로 작성되거나 번역된 것만 30여 편의 책들이 나오던데, 적지않은 이 책들이, 바로 그 기특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닌지 싶다.

초등학교~대학교까지 과학 교과서의 많은 정리, 이론, 법칙들 그 하나 하나의 의미와 배경, 그리고 역사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는지? 누가 처음에 만들었고, 어떤 과정으로 수정 보완되고, 다른 누구에 의해 증명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래서 결국은 교과서에 인용될 만큼 공인된 것이 되었는 지까지 (그렇게 되지 못하고 사장된 이론들이 또 얼마나 많을 것인지도). 누구나 입시 공부에 바빠 그런 생각과 시도를 해볼 엄두가 쉽지 않았을 듯 싶다…

만약 그 하나 하나의 과학 이론과 법칙들이 생명을 갖고 나름의 역사가 있어 서로를 잉태하고 키워내서 위대한 하나의 공식으로 수렴되는 이야기가 있다면 훌륭한 전기 소설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상대성 이론의 ‘내용’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에게 이책은 그 내용과 더불어 그 잉태와 성장의 ‘역사’도 알려 준다. 또한 고맙게도(?) 우주가10^100년 뒤에 그 역사를 마감할 것이라는 ‘미래’까지도!!! 저자는 10^100 을 1,000,000... 이런 식으로 100 개의 ‘0’ 을 3줄에 걸쳐 다 표시했다. 우주에 비하면 인간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과 시간의 양이라는 게 얼마나 미미한지를 알려 주려는 듯이. 한편으론 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낸 위대한 공식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책을 가볍게 읽고 난 뒤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나 ‘파인만의 QED 강의’ 같은 책에 도전해 E=mc^2 이후의 새로운 지식을 맛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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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정영목, 홍인기 옮겨 엮음 / 도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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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가 아닌 초보자 (본인을 말함) 에게 본책의 많은 단편들이 마찬가지지만, 코니 윌리스의 ‘사랑하는 내 딸들이여’ 는 작가가 창조해낸 듯한 상황과 신조어 (특히 性에 관한) 가 아무런 설명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더욱 낯설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예로 지그지그(섹스?), 플로트(마약?), 본과 바즈(남녀 성기?) 등등. 그리고 낯뜨거운 욕설 (역자가 나름대로 고민해서 번역했겠지만 원어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들이 어린 여학생 입에서 선생님이나 남자 친구 그리고 심지어는 아버지 (실제로는 단지 정자 제공자에 지나지 않는) 에게 수시로 튀어나오는 상황도 독자에게 불편함을 (적어도 본인에겐) 배가 시켰을 듯 하다.

그러나 본 단편이 끝나고 사족처럼 달려 있는 작가 소개 글에서 본 단편에 대한 짧은 해설을 읽자 이 작품의 커다란 문맥이 비로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해설 내용인 즉, ‘충격적인 소재와 언어를 이용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도식적인 시선으로 폭력적인 남녀 관계를 바라보던 기존의 관념에 통렬한 일격을 가하고 있다.’ 본책에 실려있는 라쿠나 셀던의 ‘째째파리의 비법’ 이나 팻 머피의 ‘채소 마누라’ 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직 본인은, 해설을 읽기 전까진 작품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낯선 상황과 단어들에 불편함만 느끼는 초보자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본책의 마지막에 첨부된 역자의 후기 ‘과학 소설에 첫발을 들여놓으려면… 독자들은…상상해 내고, …머리 속에 그리는 급진적인 행위를 수행해야만 한다.’ 처럼, 그 불편함을 기꺼워하고 그로부터 본인만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진정한 SF 의 맛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코니 윌리스, 라쿠나 셀던, 팻 머피의 작품들을 꼭 해설대로만 이해하라는 법도 없고 본책이 ‘마니아’ 만을 위한 것일 이유도 없다. 여러분들은 어떤 상상을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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