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돼지들의 화학피크닉
조 슈워츠 지음, 이은경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중적인 화학책을 쓰는 저자들이 꼭 빼놓지 않는 얘기가 ‘화학의 이중성’에 대한 것이다. ‘화학적’, ‘인공의’, ‘합성의’ 등등의 단어에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감정이 결코 곱지 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전공자들의 입장에서야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니 동전 반대편의 ‘좋은’ 면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게 마련이겠다.

그래서 1981년 노벨화학상 수장자인 로얼드 호프만은 화학을 반인반마半人半馬의 케이론에 비유했고, 이 책의 저자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비유를 들었다. 구체적인 예를 보면, 니트로글리세린은 폭탄의 원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심장병 약으로도 쓰인다는 말이다. 아, 물론 적당량을 써야지!!!

주제가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저자는 짐짓 점잖은 목소리로 ‘화학이란...’ 하는 식의 설교를 늘어놓는 대신에, ‘요건 몰랐지? 이게 화학이야...’ 라며 생활 주변에서 쉽게 부딪히는 실례들로 재미있는 화학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원제목인 < Radar, Hula Hoops & Playful Pigs > 는 폴리에틸렌에 관한 이야기인데, 소재로 돼지 장난감까지 나오는 걸 보면 짐작이 갈 줄로 믿는다. 이렇게 저자의 수다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화학의 이중성’ 그러니까 동전의 양면이 자연스레 한눈에 다 보이게 된다.

이런 식이다; 실내 수영장 냄새가 소독약인 염소때문인줄 알았겠지만, 정확히는 염소가 물속의 요소와 반응해서 생긴 클로로아민이 주범이다. 1828년 독일 화학자 F.뵐러가 요소를 합성해냄으로써 합성물질과 천연물질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 해진다. ‘자연=안전, 합성=위험’의 등식은 더 이상 옳지않다. 어떤 물질의 특성은, 실험실에서 만들어졌느냐 자연(요소의 경우엔 우리 몸)에 원래 있는 것이냐가 아니라 오로지 그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될 뿐이다. 뵐러 이후 170년 이상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천연비타민C가 합성 아스코르브산보다 더 우수하다는 생각에 젖어있으니 안타깝다. 근데, 요소가 뭐냐고? 尿素!! CO(NH₂)₂!!! – 사실, 이 책에서는 단 한 개의 화학 공식도 안 나온다 - 그리고 그게 왜 물에 있냐고? 그건 저자도 모르겠다던데? ㅋㅋ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화학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로 째려보는 우리들을 설득하기에 딱 좋은 재료를 재기 발랄한 입담으로 버무려 놓았다. 그러니 맘 놓고 맛 보시고 그 가자미 눈길도 이젠 거두어 주십사 부탁하는 듯 하다. 우리말 제목처럼 소풍 나온 듯이 한번 즐겨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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