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1
배식한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 업무상 1년에 한번 정도는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자리를 옮기는데, 그때 마다 PC에 네트워크와 인터넷 설정을 바꿔야 한다. 전산 담당자가 적어주는 대로, IP, WINS, Gateway, DNS에 이상한 숫자들을 쳐넣고, proxy라는 것에 예외 설정을 한다. 물론 이게 뭔지는 모른다. 본 책의 제2부에서 약간의 답을 얻을 순 있었다.

본 책의 주제는 이것이 아니고, 하이퍼텍스트 기능에 의해 기존의 인쇄 책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 쓰기, 글 읽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게 다다. 나머지는 사족이고 수사修辭일 뿐이다. 본 책의 성격은 ‘책’이라기 보다는 조금 두꺼운 논문집 정도일 듯하다.

과학/기술과 철학(특히, 과학철학)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하나의 기술이나 이론이 성숙되면, 그 주변에 나름의 일필휘지一筆揮之를 날려대는 수많은 논객論客들이 꼬인다. 비슷한 시기에 ‘하이퍼텍스트’라는 주제로 철학과 문학이론에서 많은 글들이 범람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정작 기술자, 과학자들이 쓸데없이 어렵기만 한 철학적 물음에 별로 신경 쓰지않는 동안, 엉뚱한 손님들이 주인인 양 다른 손님들을 대접한다.

사실, 리처드 파인만같은 물리학자는 몇몇 철학자들의 거만한 허세를 들추어내려고 오랫동안 애를 썼단다. 그들이 우쭐대며 미사여구를 남발하고 현학적인 단어를 많이 쓸수록, 그들 주장의 과학적 기초는 오히려 더 약하다고 파인만은 생각했다. 철학계에 대한 논평을 부탁 받았을 때, 그는 딱 한마디만 했다. “Bs!!!” 미국의 어느 대학 총장이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왜 당신들 물리학자들은 언제나 그렇게 비싼 장비를 요구하는가? 지금 수학과는 종이, 연필, 그리고 휴지통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철학과는 한결 더 낫다. 그들은 휴지통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괜히 엉뚱한 데다 시비를 걸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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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개발자 2017-01-0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왠 열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