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우주 까치글방 187
스티븐 호킹 지음, 김동광 옮김 / 까치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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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으로는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양자론의 초석이 된 '광전효과'로 받았다. 그러나 정작 아인슈타인은 평생 양자론은 거부했다. 일반 상대론에 바탕을 둔 블랙홀의 스티븐 호킹도 매번 후보엔 오르지만 아직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호킹 박사 스스로 말하길, 블랙홀 저온 스펙트럼을 누군가 발견만 한다면 (그러나 우주배경복사 2.7K에 묻혀 찾기가 결코 만만치 않다) 자신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한다 (매우 시니컬하게 들렸다).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도 '중성미자'와 'X-선 망원경' 등 천체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지만 일반 상대론은 역시 아니다. 100년이 막 넘은 노벨 물리학상 역사에 상대성 이론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수상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1993년의 헐스와 테일러2세가 유일한 예외가 되겠다). 현대 물리학의 한 기둥이면서도 아직 확정적인 검증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데, 뭔가 좀 아이러니하다.

서론이 긴 이유는, 정작 본 책에서는 할 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익히 알고 있는 것이 없어 '선택적으로 기억'될 것도 없기 때문인데, 그거야 본인 탓이지 최신 이론물리 분야를 다룬 책 탓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서평이라고 본 졸필을 읽고 있는 예비 독자를 위해, 그리고 책 읽는 데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책을 다시 들쳐보며 뭐라도 건져보자.

<제1장> 상대성 이론은 그 역사 만큼이나 다른 책에서도 충분히 잘 다뤄지고 있다. 본 책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제2장> 여기가 정수精髓일 듯 한데, 전작 <시간의 역사>에 비해 '허시간'을 좀 더 깊이 설명한다. <제3장> 책 제목인 '호두껍질' 우주가 언급되는 데 - 책 표지 그림 때문에 오해는 말길 - 호두껍질처럼 울퉁불퉁하고 약간 납작한 '허시간'의 역사로 '실시간'의 실재 우주를 대응시킨다는 얘기이다. <제4장> 양자역학, 상대론 등의 관점에서 미래 예측 가능성, 즉 '결정론'을 설명한다. <제5장> 일반상대론, 양자론, 양자중력이론에서 보건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긴지 아닌지 아직도 모르겠다. 난해한 문맥과 논리이다. <제6장> 제일 쉽게 읽힌다. 그 만큼 내용도 없다. 저자의 미래관觀을 엿보는 정도... <제7장> 'p-브레인 세계 이론'이라고 들어 봤는지? 이미 좀 알고 있다면 괜찮지만, '수학적 모형'과 '실재'를 연관시키기는 만만치 않을 듯... 마지막으로 <역자 후기> 본문 내용을 잘 정리했다...^^

결론은, 일반인에겐 너무 낯선 최신 이론을 너무 짧은 글에 (총 216 page이지만 그림을 빼면 반도 안될 듯) 압축하다 보니, 쉽게 썼다곤 하지만 오히려 논리가 비약하고 문맥이 난해해졌다. 어디 가서 우주에 대해 아는 척 좀 하고 싶으면 <시간의 역사>로도 충분할 듯하고, 혹 망신 당할까 싶어, 또는 자기 만족을 위해 더 알아야 겠다면, 초끈이론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주 교재로 하고 본 책은 참고 그림책쯤 하면 되겠다. 호킹 박사도 <엘러건트...>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대부분 과학대중서는 그저 그렇다며... 분명 <호두껍질...>도 그저 그런 책은 당연히 아닌데, '별점'을 매기기가 참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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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머리로 이해하는 E=mc2 - F=ma부터 E=mc2까지의 여행
고중숙 지음 / 푸른나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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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수학 공식을 피하고 쉽게 말로만 설명하려다 보면 도리어 번잡해지고 실타래 처럼 얽혀서, 그 쉽게 한다는 방법이 더 어려워진다. 즉 차라리 필요한 수준의 수학을 정복하는 것이 노력의 총합에서도 이익이고 이해의 깊이도 깊어진다”고 주장한다. 필요한 수학 수준은 고등학교 이과 수학 (벡터, 미적분) 정도면 되고!!!

그러다 보니 어린 학생으로부터 물리와 관계없는 일반인들까지 폭 넓게 아우르지 못하고 그 대상이 매우 좁아지고 말았다. 똑똑한 고1에서 덜 똑똑한(?) 고3 정도가 될까? 같은 이유로, 책의 성격도 교과 참고서쯤 되어 버렸다. 국민학교 때 (명칭이 바뀐 걸 안다. 그 만큼 옛날이란 의미로 그냥 쓴다) 누구나 한 권쯤 가지고 있었을 텐데, 모든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쓰고 한 문장 마다 좀 더 자세한 설명 (구어체로!!)과 지루하지 않도록 가외加外 이야기 거리가 첨가된 ‘OO전과’라는 참고서가 있었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에 대한 ‘OO전과’가 없었기에 이러한 시도도 의미는 있다고 본다. 관심 있는 고등학생에겐 좋다. 솔직히 본인도 이 책에서 전혀 건진 것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본문 내용을 대충 훑었더라면... 인터넷 서점의 약점이 바로 이거다. 그래서 다양하고 구체적인 독자 서평이 필요하겠다. 이왕 산 거, 막내 동생이나 줄까? 아니면, 갖고 있다가 가끔 들쳐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한데...

ps) 책의 초반부에 느닷없이 엉뚱한 얘기가 튀어나와 당황했었는데, 혹시나 하고 저자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각설하고, 독일 수학자 힐베르트의 묘비에 쓰인 글 형식을 흉내내서 한 마디만 하면, “Science must be nonpolitical. Science will be nonpoli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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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갈릴레오 총서 3
사이먼 싱 지음, 박병철 옮김 / 영림카디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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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피타고라스 정리>로부터 17C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가 그 증명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채 탄생되었다. 이 ‘정리’(엄밀히 말하면 ‘추론’)는 300년 동안 수 많은 수학자들의 무릎을 꿇리더니 20C말 드디어 정복된다.

파란 만장한 그 역사과정을 피상적으로라도 잠간 살펴보면, 1955년 <타니야마-시무라 추론>이 타원과 모듈형태가 연결됨을 추론함으로써 대통일 수학의 기반을 마련한다. 1984년 프레이가 ‘비정상적 타원방정식’을 이용하여, 만약 <타니야마...>가 증명된다면 <페르마의 정리>도 증명됨을 밝히고, 1986년 캔 리벳이 <프레이의 오류>를 증명함으로써 프레이의 주장을 완성한다. 결국 남은 것은 <타니야마...>를 증명하는 것 뿐인데, 이제부터 앤드루 와이즈의 7년간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그는 ‘귀납법’을 사용하기로 하고, 19C <갈루아의 군론群論>으로 첫 번째 도미노를 넘어뜨리고, 1991년 <콜리바겐-플라흐 방법>으로 나머지 도미노들을 넘어뜨려 1993년 드디어 증명을 발표한다. 그러나 오류가 발견되어 추가로 2년이 더 소요되는데, 이미 사용했다 폐기했던 <이와자와 이론>과 <콜리바겐...>을 접목하여 비로소 완벽한 논문을 1995년에 출판한다.

위의 낯선 이론 명칭들에 질려버릴 사람도 있을 듯 한데,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식 수준의 수학 지식만 갖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따라 갈 수 있고 (본인도 그랬다..^^), 보다 전문적인 수학 내용에 대해서는 적당한 수준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저자가 나름대로 설명해준다. 양념처럼 들어가 있는 주변 이야기 (오해가 없길... 양념도 중요한 요리 재료이다..^^)도 그 양과 질이 우수하다.

여기까지 읽다 보니, 17C의 페르마가 20C의 최신 수학 테크닉과 이론으로 증명을 했었을 리 없다는 의심이 문득 들었다. 좀 더 읽으니, 이에 대한 저자의 언급도 있는데, 페르마의 오류였든지 아니면 보다 영감 어린 17C만의 방법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덕분에 수학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고, 그 결과 물리학도 마찬가지지만 수학에서도 ‘대통일 수학 (랑랜드 프로그램)’ 이라는 수학 각 영역의 통합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물리학의 대통일 이론의 하나인 ‘양자중력이론’도 수학적 끈이론string theory을 그 도구로 하고 있다. 21C의 화두는 ‘통일’인 듯한데, 과연 완성될 수 있을 것이며 완성된다면 그 이후는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글을 마치며 하나 더, 수학이 과학기술 분야에 응용되고 있지만 이를 위해 수학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냈을 때의 즐거움이야 말로 수학의 진정한 존재 가치이고, 역자의 후기처럼 이는 ‘완전함’을 추구하는 순수과학의 존재 이유이며, 순수함, 고결함, 그리고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닐까? 수학자는 아름다운 지성이다!!! –- kstone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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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
조지 가모브 지음, 승영조 옮김 / 승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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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원자 같은 미시 세계에서는 뉴튼 고전 역학이 더 이상 옳지 않으며, 그래서 상대론이나 양자론 같은 현대물리 이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개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주위 세계를 인지하는 五感으로써는 이해될 수 없다'라고 지겹게 들어왔을 듯 하다. 그래서 도통 이해가 안되더라도 원래 그렇다니까 하고 넘어가곤 했었는데, 거꾸로 우리가 미시 세계에 직접 들어가 본다든지, 우리 세계에 미시 세계의 규칙을 적용해 봤더라면 (물론 상상으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Big Bang 이론으로 유명한 저자가, 이런 상상의 결과를 직접 볼 수 있게 해준다. 빛의 속도가 매우 느리고, 양자 상수가 매우 큰 세상이라니!! 얼마나 멋진 아이디어인가? (Beiser의 현대물리학 4th ed. 제1장 제1번 연습문제로도 인용되었다) 과학에 호기심이 많은 어린 학생이라면, 탐킨스씨의 모험을 따라가며 그가 이해하는 만큼만 쫓아가도 현대 물리의 신비감을 맛볼 수 있겠다. 고학년이나 물리를 전공하려는 대학생이라면, 탐킨스씨 보단 훨씬 똑똑한 (당연하지!) 노교수의 강의에서 보다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 복잡한 수식부터 풀기 전에 개념 정립을 위해서도 이런 종류의 책을 먼저 보고 전공 서적 공부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더구나 이렇게 저명한 학자의 호평 받는 저서임에야!!!

개인적인 입장에선, 한참 늦은 지금에서야 본 책을 봤으니, 공부를 거꾸로 한 셈이지만 손해볼 것은 없다. 전공 책을 다시 보면 되니까!!! 아마도 예전과는 다른 맛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하다 (시험 볼 필요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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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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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세 부류의 독자(문외한, 전문가, 공부중인 사람)를 염두에 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진화 생물학의 문외한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책일 듯 하다. 저자가 공상 과학 소설처럼 읽어 달라고 했지만, 논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앞 페이지로 몇 번을 다시 돌아가고, 밑줄까지 쳐가며 공부하는 것처럼 읽어야 했다. 특히 물리/화학적 언어에 익숙한 사람에겐, 본 책의 가설이나 논리 전개가 영 낯선 언어로 쓰여진 추리 소설 같았다고 할까? (저자도 생물학이 무엇인가라는 그 자체가 추리 소설이라고 하긴 했다) 예로, “먹이를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이, 근친도나 유전자 소유 확률 등으로 따졌을 때 나의 유전자를 위해서도 유리하다.”라는 식의 논리는, 생물학에서는 일반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검증 실험 디자인도 불가능한 가설?!?!

어찌 됐던 문외한이 끙끙거리며 이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된 내용은 북리뷰와 많은 서평에 잘 정리된 듯 하니까, 여기선 특이하게 인상적인 것들만 읊어보자. --- 자기 복제자인 DNA가 운반자인 동식물로 하여금 병목 생활환(bottleneck life cycle)을 갖게 하며, 그 형태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결정한다. 집단 내 각 개체의 행동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 (ESS)’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다름 아닌 유전자의 영속성을 위함이다. 개체의 공격성, 친족 관계, 가족 계획, 세대/암수간 대립 등이 모두 해당된다. 다행히(?) 인간은 ‘문화’ 라는 것에 의해 어느 정도는 차별된다 (‘밈 유전자’ 도입). 개정판에서 새롭게 추가된 '비영합 게임 이론'과 '연장된 표현형'은, 경제학의 ‘죄수 딜레마’ 이론으로 이타성을 설명하고, 유전자가 개체 몸 속에 한정되지 않고 외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수백 야드까지 – 비버).

그러나 위는 지엽적인 부분 부분들일 뿐이고, 책 전체의 메시지는 분명 매력적이고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저자가 책 전체에 걸쳐 계속 강조하는 것이, 유전자가 의식을 가진 목적 지향적인 존재는 분명 아니며, 맹목적인 자연 선택의 작용에 의해 마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존재인 양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 복제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이 아니라 세계에 대하여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덕분에 살아 남는다. 그렇다면,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라는 제목과 책의 주 논지인 ‘결정론적 생명관’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다. 어떤 한 유전자가 지가 살겠다고 이용하는 단순한 로봇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많은 유전자들에게 전쟁터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이용하는 관리자(?)로서 인간을 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ps) 책 읽는 데도 참 오래 걸렸지만, 서평을 쓰는 것도 며칠이 걸렸다. 거의 책을 처음부터 다시 훑어야 했다…--; 덕분에 책을 좀 더 이해할 수는 있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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