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생물학 - 실험과 사유의 역사
미셸 모랑쥬 지음, 김광일.이정희 외 옮김 / 몸과마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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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생물학에 대해 문외한이다. 더군다나 분자생물학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서 주어들은 얄팍한 지식뿐이다. 그래서 고른 게 이 책인데, 책을 받아보니 체계적인 입문서는 아니고 분자생물학의 역사서였다. 알라딘의 정보가 부족했다. 뒤늦게 다른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니 그 쪽이 훨씬 자세했다. 알라딘!!! 더욱 분발하시길...^^

그렇다고 이 책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말한다. 그러다 보니 하나하나의 설명이 단편적일 수밖에 없고 그게 문제다. 전공자들이야 전체 흐름을 정리해보고 새로운 역사관을 접한다는 이득이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하나라도 제대로 건지기는 쉽지 않겠다. 사전 정보 없이 튀어나오는 수많은 전공 용어들에 대해서도 익히 알고있지 않다면 계속 흥미를 갖고 읽기에 좀 힘들겠다. 그나마 코돈, 리보솜, m-RNA, t-RNA, 효소-기질 등등은 책 맨 뒤 용어 해설이 따로 있지만, 그밖에도 만만치 않은 것이 많다. 그림도 하나 없다. 역사 서술이니까!!!

그만 투덜대고 나름대로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저자는, 학술지를 읽지않고 ‘스타들’과의 인터뷰에만 매달리는 과학사가들을 비판하면서, 전문 논문과 전기적 자료를 통해 분자생물학의 주요 발견과 기술을 균형 있게 소개한다. 또한 생화학과 유전학의 실험적 방법론에 머무르지 않고 이론적 사유체제도 동시에 다룬다. 역자가 말하길, 이러한 저자 특유의 과학사 접근 방식이 독자에게 어려움을 줄 수도 있지만, 분자생물학은 이론적 사유체제와 실험적 실천체제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분자생물학의 역사는 사유방식 변천의 역사이며 이러한 사유방식을 연구자들이 실험으로 증명해 나간 역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실험과 사유의 역사’라는 부제를 역자가 붙였다.

하여튼, 어려움을 강요하는 수많은 실험과 사유 속에 가까스로 기억에 남는 것은, 분자생물학은 1940년대 생화학(단백질, 효소)과 유전학(유전자)이 접목되어 탄생했다라는 것. 1944년 에이버리가 형질전환 현상을 이용해 유전자가 단백질이 아닌 핵산(DNA)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최초로 암시했다는 것. 노벨상을 받은 모노와 자콥(저자와 같이 프랑스 사람이다)의 유전자 조절 기작 실험도 왓슨과 크릭의 이중나선 발견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1958년 크릭은 모든 생명체의 정보가 DNA에서 RNA, 그리고 단백질로의 한 방향으로 발현된다는 '중심 도그마'를 주장했고 이것은 1977년 모자이크 유전자와 스플라이싱(RNA접합) 발견에 의해 그 진위가 흔들리게 되었다는 것. 음...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ps) 주註가 114페이지로 전체의 1/4에 달하는데, 참고 문헌이 많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단순한 책 제목의 나열임에 불과한 것을 굳이 널찍한 줄간으로 인쇄해서 페이지 수를 이렇게까지 늘릴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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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의 진화 로보 사피엔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5
페이스 달루이시오 지음, 피터 멘젤 사진, 신상규 옮김 / 김영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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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 사피엔스 : 명사 (자동제어에 의해 움직이는 장치를 뜻하는 영어의 로봇과 인류를 뜻하는 라틴어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유래) 1. 순전히 생물학적인 인류보다는 훨씬 우월한 지능을 가진 인간과 로봇의 혼합종 ; 21세기에 출현하기 시작. 2. 지구를 중심으로 한 태양계의 지배적인 종족. [Microsoft Universal Dictionary, 2099]

저자의 위트가 엿보이는 프롤로그이다. 저자는 일본의 혼다P3라는 로봇의 너무나 인간적인 움직임에 인상을 받고는, ‘생물 이후postbiological’라는 미래의 여명이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에필로그는, 2050년 살과 금속이 뒤섞인 로보 사피엔스가 선수로 뛰는 로보컵(월드컵)대회를 상상하며 마무리한다.

그러나 솔직히, 저자들이 취재한 수많은 로봇공학의 현장은 아직 로보컵을 상상하기엔 요원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여유 있게 50년 뒤를 가정하긴 했지만, 글쎄? 하여튼, 세계 100여 개의 연구소, 학교, 기업을 (주로 미국, 일본이다. 독일도 하나 있었던 것 같고... 한국은 없다) 취재하면서, 저널리즘 특유의 비현실적 과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차분히 그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은 인정할 만 하다. 인터뷰 위주의 책이라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엔 부족하고 좀 산만한 느낌도 있지만, 오히려 현장의 생생한 열정을 전달하기엔 적합했다고 본다.

하나 더, 한스 모라벡, 마빈 민스키, 로드니 브룩스, 스티븐 제이콥슨 같은 쟁쟁한 대가大家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작품(?)을 기막힌 사진들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매니아들에겐 짜릿한 경험이겠다. 사르코스 로봇이 연구원들과 포커를 치면서 슬쩍 남의 패를 훔쳐보는 사진은 (물론, 연출된 것이지만, p.219)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인상적임엔 분명하다. 어쩌면, 저자가 상상하는 그러한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인간성 일부를 잃게 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끔찍한 두려움이 될수도 혹은 위대한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 생각은?

ps) 책 껍질에, ‘내가 읽은 책 중, 마음을 긴장시키는 가장 무서운 책 중의 하나’라는 아서 클라크의 추천사가 있다. 이거 진짜일까? 에이, 설마 클라크가 이 정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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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창세기 - 새천년을 과학으로 읽는다, 이인식 과학칼럼
이인식 지음 / 김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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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식 소장이 1999년까지 써오던 과학 컬럼 중 33편을 묶었다. 그의 칼럼집으로는 3번째다. 책 제목인 ‘제2의 창세기’는 생명공학의 약속과 공포를 다룬 26번째 컬럼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제2의 창세기’란 제목도 그 칼럼에서 인용하는 많은 책들 중 하나인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The Biotech Century. 1998] 중 제3장의 제목에서 따왔다. 이 책은 곧 이어 국내 출판사에서 [바이오테크 시대, 민음사, 1999] 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일전에 과학 칼럼니스트의 역할을 ‘인터넷 검색 사이트’로 비유한 적이 있었는데, 바로 위 예가 좋은 보기가 아닐까 싶다. 어떤 한 주제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인용되고 정리되어서 독자의 관심을 끌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보다 깊은 내용을 쉬운 글로 설명하는 책을 낸다든지, 또는 아예 그 원서가 번역출판 된다든지 하면서 우리네의 과학적 소양이 더 넓고 높아질 수 있겠다. 위의 [바이오테크 시대]가 그런 과정으로 출판된 것인지는 솔직히 모르지만, 본 칼럼집에서 인용된 원서가 후에 번역 출판된 것은 그 밖에도 많이 있다 존 호건의 <과학의 종말>, 리들리의 <붉은 여왕>, 호프스태터의 <괴델, 에셔, 바흐>... 등등. 저서에서 인용을 밝히는 것은 과학 저술의 도덕성 측면에서 저자가 매우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 서문에 있는 글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좀 길지만 그대로 옮겨놓고 졸평은 끝냅니다. (알라딘 리뷰에도 있지만 한번 더 보시라고...)

“나는 가장으로서 기초생계비조차 해결되지 않는 과학저술에 오랜 세월 매달린 무책임을 상쇄할 만한 명분을 아무 것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쪼가리 글로 여기저기 이름을 팔면서 다짜고짜 과학대중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처럼 나이를 덜 먹지도 않았다. 아마도 나는 운명 절반, 선택 절반으로 과학저술의 길에 들어서게 된 성싶다. 과학저술의 한 전형을 제시하려는 나의 작업이 헛되지 않아 국내 과학저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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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시대
필립 볼 지음, 고원용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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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C 칸트는 그 당시의 화학이 과학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과학은 아니라고 선언했다 (본책 p.413). 진짜 과학을 판별하는 기준을 수학과의 관련성으로 볼 때, 화학은 영 아니었던 것이다. 1930년 폴 디랙 같은 양자물리학자는 ‘화학에 관한 모든 것’을 양자역학의 기본원리로부터 유도할 수 있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들에게 있어서 화학은 더 이상 기초과학이 아니라 응용과학일 뿐이었다. 1994년 필립 볼은 우리가 ‘화학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엥? 무슨 뒷북 치는 소리지? 화학이 영 궁지에 몰린 듯하니 반발하는 거 아냐? 그게 아니란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저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탄소 원자를 60개나 모아서 축구공을 만드는 분자 합성, 분자 체/그릇으로 사용되는 제올라이트의 촉매 작용, 분자 수준의 영화를 보여주는 분광학,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준결정의 결정학 등이 바로 현대의 화학이다. 아직은 아니라고? 그럼 분자 수준의 화학이 어떻게 분자생물학, 전자공학, 재료과학 같은 다른 분야와 관련되는 지를 보자. 그래도 모자란다면, 이런 주제들은? 초기 지구의 화학에서 생명이 나왔다.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복잡성도 간단한 화학과정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기와 환경과 기후의 중요한 변화도 화학이 그 시작이다. 이제 어떤지? 물리학처럼 아원자에서부터 거대 우주까지 엄청난 스케일은 아닐지라도 ‘화학의 시대’라는 제목이 민망하지는 않다. 오히려 ‘첨단의’나 ‘궁극의’ 정도의 형용사를 끼워넣는데도 시비 걸 생각은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래간만에 방향족 탄화수소, 브래그 법칙, 엔탈피, 랭뮈어 등 예적 녀석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미처 몰랐던 다른 놈들의 최근 소식도 듣게 되어 뿌듯했다. 아이고 참, 언제 그런 일들이 있었는지? 저자와 역자 모두 애쓴 흔적이 많이 배어있는 책이다. 특히, 1994년에 화학이 끝난 게 아니라고 항변하듯이 역자가 관련 주제마다 꼼꼼히 2000년까지의 새로운 소식들을 첨가해주었다. 진정한 전문 번역자다움이다. 하나 더, 책 중간에 삽입된 16페이지의 컬러사진과 본문 중에 그 많은 그림들 모두 너무 마음에 든다. 쓸데없이 화려하기만 한 비쥬얼 그래픽이 아닌 진정 본문 내용을 보조하는 사진과 그림들이다. 그림 설명만 읽어도 본문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 교양과학서는 이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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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하이퍼텍스트 그리고 책의 종말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1
배식한 지음 / 책세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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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상 1년에 한번 정도는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자리를 옮기는데, 그때 마다 PC에 네트워크와 인터넷 설정을 바꿔야 한다. 전산 담당자가 적어주는 대로, IP, WINS, Gateway, DNS에 이상한 숫자들을 쳐넣고, proxy라는 것에 예외 설정을 한다. 물론 이게 뭔지는 모른다. 본 책의 제2부에서 약간의 답을 얻을 순 있었다.

본 책의 주제는 이것이 아니고, 하이퍼텍스트 기능에 의해 기존의 인쇄 책을 대체하는 새로운 글 쓰기, 글 읽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이게 다다. 나머지는 사족이고 수사修辭일 뿐이다. 본 책의 성격은 ‘책’이라기 보다는 조금 두꺼운 논문집 정도일 듯하다.

과학/기술과 철학(특히, 과학철학)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하나의 기술이나 이론이 성숙되면, 그 주변에 나름의 일필휘지一筆揮之를 날려대는 수많은 논객論客들이 꼬인다. 비슷한 시기에 ‘하이퍼텍스트’라는 주제로 철학과 문학이론에서 많은 글들이 범람하는 상황을 볼 수 있다. 정작 기술자, 과학자들이 쓸데없이 어렵기만 한 철학적 물음에 별로 신경 쓰지않는 동안, 엉뚱한 손님들이 주인인 양 다른 손님들을 대접한다.

사실, 리처드 파인만같은 물리학자는 몇몇 철학자들의 거만한 허세를 들추어내려고 오랫동안 애를 썼단다. 그들이 우쭐대며 미사여구를 남발하고 현학적인 단어를 많이 쓸수록, 그들 주장의 과학적 기초는 오히려 더 약하다고 파인만은 생각했다. 철학계에 대한 논평을 부탁 받았을 때, 그는 딱 한마디만 했다. “Bs!!!” 미국의 어느 대학 총장이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왜 당신들 물리학자들은 언제나 그렇게 비싼 장비를 요구하는가? 지금 수학과는 종이, 연필, 그리고 휴지통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철학과는 한결 더 낫다. 그들은 휴지통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괜히 엉뚱한 데다 시비를 걸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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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개발자 2017-01-04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왠 열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