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199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세 부류의 독자(문외한, 전문가, 공부중인 사람)를 염두에 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진화 생물학의 문외한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책일 듯 하다. 저자가 공상 과학 소설처럼 읽어 달라고 했지만, 논리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앞 페이지로 몇 번을 다시 돌아가고, 밑줄까지 쳐가며 공부하는 것처럼 읽어야 했다. 특히 물리/화학적 언어에 익숙한 사람에겐, 본 책의 가설이나 논리 전개가 영 낯선 언어로 쓰여진 추리 소설 같았다고 할까? (저자도 생물학이 무엇인가라는 그 자체가 추리 소설이라고 하긴 했다) 예로, “먹이를 동생에게 양보하는 것이, 근친도나 유전자 소유 확률 등으로 따졌을 때 나의 유전자를 위해서도 유리하다.”라는 식의 논리는, 생물학에서는 일반적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검증 실험 디자인도 불가능한 가설?!?!

어찌 됐던 문외한이 끙끙거리며 이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된 내용은 북리뷰와 많은 서평에 잘 정리된 듯 하니까, 여기선 특이하게 인상적인 것들만 읊어보자. --- 자기 복제자인 DNA가 운반자인 동식물로 하여금 병목 생활환(bottleneck life cycle)을 갖게 하며, 그 형태뿐만 아니라 행동(!)까지도 결정한다. 집단 내 각 개체의 행동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 (ESS)’으로 귀결되는데, 이는 다름 아닌 유전자의 영속성을 위함이다. 개체의 공격성, 친족 관계, 가족 계획, 세대/암수간 대립 등이 모두 해당된다. 다행히(?) 인간은 ‘문화’ 라는 것에 의해 어느 정도는 차별된다 (‘밈 유전자’ 도입). 개정판에서 새롭게 추가된 '비영합 게임 이론'과 '연장된 표현형'은, 경제학의 ‘죄수 딜레마’ 이론으로 이타성을 설명하고, 유전자가 개체 몸 속에 한정되지 않고 외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수백 야드까지 – 비버).

그러나 위는 지엽적인 부분 부분들일 뿐이고, 책 전체의 메시지는 분명 매력적이고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저자가 책 전체에 걸쳐 계속 강조하는 것이, 유전자가 의식을 가진 목적 지향적인 존재는 분명 아니며, 맹목적인 자연 선택의 작용에 의해 마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존재인 양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 복제자는 자기 고유의 성질이 아니라 세계에 대하여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 덕분에 살아 남는다. 그렇다면,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라는 제목과 책의 주 논지인 ‘결정론적 생명관’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겠다. 어떤 한 유전자가 지가 살겠다고 이용하는 단순한 로봇으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많은 유전자들에게 전쟁터를 제공하고 그 결과를 이용하는 관리자(?)로서 인간을 볼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ps) 책 읽는 데도 참 오래 걸렸지만, 서평을 쓰는 것도 며칠이 걸렸다. 거의 책을 처음부터 다시 훑어야 했다…--; 덕분에 책을 좀 더 이해할 수는 있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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