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리안 모리아티는 이미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해지기 시작한 오스트렐리아의 떠오로는 작가입니다. 이미 전작에서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심장을 거침없이 뛰게 하는 적절한 스릴러 그리고 절묘한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내러티브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리안 모리아티는 등장인물이나 상황 그리고 배경 묘사에 있어 상당히 디테일한 면을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이러한 상황들을 한테 묶어 큰 덩어리로 묘사함으로써 미시적인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고 있죠. 이러한 상당히 부조화스럽게 보이는 필치들이 오히려 작품 전반에 새로운 힘을 부여한다는 것을 이미 알만한 독자들이라면 캐취했을 정도로 신선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는 작가이죠. 이번 작품 <정말 지독한 오후, Truly Madiy Guilty> 굳이 지역해보면 - 정말 미칠듯이 죄책감이 드는 - 정도랄까요. 작품을 읽고 나면 원제나 번역한 제목이나 둘다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어느 날씨 좋은 날 친구의 옆집에서 우연히 참여하게 되는 바비큐 파티 그리고 그 바비큐 파티속에 뭔가의 비밀이 남겨지고, 그 파티 이후 세 가정의 비밀스러운 비사가 하나 둘 밝혀 지면서 그날 바비큐 파티에서 있었던 진실을 알아가게 되고, 그로 인해 세 가정이 은근히 눌러 두었던 각각의 또 다른 죄책감과 비밀들과의 화해... 대충의 스토리는 이런 방향으로 끌어가고 있죠. 뭐 그러다보니 결말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해엔딩으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뭐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에 뻔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갖고 있지만 내러티브의 전개 과정은 다소 산만하고 어수선하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게 꽁꽁 숨겨져 있습니다. 일종의 추리스릴러 기법을 차용하여 두달전에 있었던 바비큐 파티와 그로부터 두달이 지나 '에리카-올리버, 클레멘타인-샘, 티파니-비드' 주연 3쌍의 부부들과 이들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비밀아닌 비밀들이 시점을 과거 (굳이 표현하자면) 속에서 하나 둘씩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기제는 다름 아닌 그날 오후의 '바비큐 파티' 이고요 바비큐 파티속의 사건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굴레에 빠져들게 됩니다. 여기에 비록 이 바비큐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던 조연급 인물들 역시 나비효과처럼 자유로울 수 없는 고백아닌 고백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 재미있게 설정된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무엇보다 왜? 아니 분명히 그날 오후의 바비큐 파티의 사건이 중요한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리라고 충분히 인지가 되는데도 리안 모리아티는 그런 독자들의 조바심을 얄밉도록 잘 이용하고 있죠. 파티가 있었던 두 달 후로 리셋된 시간속에서 시작되는 세쌍의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상황묘사는 정말 그 사건을 제대로 추측할 수 없게 다양한 설정들을 뿌려놓고 있습니다. 우선 맨 처음으로 떠오르는 가정 하나는 참석자들의 폭력? 혹은 참석자들의 불륜? (사실 가장 많은 이들이 얼핏 이부분을 떠올리게 하죠. 아니 그렇게 유도된 심문을 받고 말죠. 작가는 마치 그러한 방향으로 요상하게 대결구도 비슷하게 만들어 갔으니까요) 대충 이런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스토리 전개를 합니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바비큐 파티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면서 아하! 라는 생각과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당했다는 뭐 그런 비슷한 느낌을 자아낼 만큼 작가는 치밀하게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지 않죠. 사건과 관련된 그 어떤 흰트 역시 주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런 면에서 추리스릴러 장르로 판단해도 될 만큼의 스릴감을 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번 작품 역시 전작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할 듯 합니다. 내러티브 전개의 기법이야 추리스릴러를 인용했지만 내러티브 전반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이 휴먼드라마 그 자체이니까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건을 계기로 인간 본연속에 내재되어 있었던 아니 어쩌면 끄집어 내고 싶은 않았던 비밀들의 실체를 마딱드리게 되고 그 비밀들을 그 사건을 계기로 상대방과 서로 화해해 나간다는 큰 줄기에서 보면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휴먼드라마 장르라고 보는게 타당할 것입니다.


          자짓 휴먼드라마라는 일률단편적인 밋밋한 분위기의 작품이 될 법한 내러티브를 추리스릴러 기법을 동원하여 작가들의 시선을 한시도 놓지 못하게 꽁꽁 붙잡고 있어 유니크한 맛을 내고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클래식의 음악처럼 현재와 과거의 일들이 서서히 (어떤이는 참기 힘들정도로 답답하게) 진행되지만 바비큐 파티의 결정적인 사건을 매게로 단숨에 놀이공원의 롤라코스터를 연상케 하는 증폭된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게 만들면서 독자들의 눈과 가슴을 단숨에 제압해버립니다. 그러면서 이름 지울수 없는 묘한 매력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죠. 다시한번 리안 모리아티의 절묘한 신의 한수를 느끼게 하면서 왜 이 작가가 오스트렐리아를 대표하는 신예 작가로서 명성에


         이번 작품에서 덤으로 흥미로운 부분을 대면할 수 있는데요.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친 클래식이나 세미 클래식 계열의 음악들을 유트브를 통해서 들어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릅을 치는 묘한 끌림을 받게 된다는 것인데요. 음악들과 그 음악들이 등장하는 씬을 오버랩해보는 재미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죠.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에 메인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야냐체크의 심포니에타가 작품 전반을 상징하듯이 이번 작품에 수록된 음악들을 통해서 작품의 분위기와 장면 하나 하나를 떠올려보는 재미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클레멘타인이 첼로리스트인 만큼 첼로로 연주된 곡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듯 하네요. 이렇듯 리안 모리아티는 다양한 설정들을 통해서 작품의 품격을 나름 업그레이드 했고 이를 대면하는 독자들의 눈은 즐겁기만 해집니다.


          <정말 지독한 오후> 는 올리버가 수집벽이 강한 엄마를 대하는 에리카에게 던지 멘트에 모든 사유가 함축되어 있는 듯 하는데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사람은 당신이야. 당신은 장모님을 못 바꿔. 하지만 당신이 장모님한테 반응하는 방식은 바꿀 수 있어" 라는 말한마디에서 작가가 던지는 사유 그리고 이번 작품이 표방하는 '화해와 용서 그리고 미래를 향한 희망' 이 응축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상대방 (물론 그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르고 비록 틀릴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을 어떻한 방법을 동원해서 바꿀 수 있고 그렇게 하기 보다는 내가 그 상대방을 보고 반응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상대방에게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수있는 지름길이다라는 사실. 그리고 모든 오해와 곡해는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에게 시작한다는 그야말로 아주 간단한 진리를 그동안 우리는 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한번 나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고 되묻게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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