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위의 역사 - 역사학자, 조선을 읽고 대한민국을 말하다
이덕일 지음 / 인문서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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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역사는 흘러간 옛날옛적 이야기라고 하죠. 즉 과거의 일이라는 거죠. 그러다보니 굳이 과거의 담론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이해보다는 바쁜 현재와 더불어 불확실한 미래를 설계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뭐 단순하게 보면 이말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짝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굳이 과거의 현재의 거울이다는 표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역사를 되돌이켜 보게 되면 그야말로 현재와 같은 중복성을 쉽게 찾게 되니까요. 역사를 반면교사로 현재를 제단하고 미래를 설계해라라는 문구가 격언적인 울림이 더 이상은 아니다는 것은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비록 지난간 과거속의 사건들과 담론들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게 합니다.


          이덕일의 <칼날 위의 역사> 는 역사평설로 바로 조선사와 근대사를 되돌아 보면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더불어 실정을 되새겨 보고 이를 근간으로 작금의 대한민국 현주소를 제대로 파악하게 하면서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어렴풋 하게나마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 칼럼 같은 느낌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파탄이 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라보고 있자면 굳이 멀리 갈 필요성도 없이 우리의 역사를 상고해 보면 조금이나마 이번 사태의 원인과 재발방지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저서는 더 실감나게 독자들에게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군주제에 붕당정치로 인해 조선시대 특히 선조이후의 시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팽배해 있는데요. 이러한 역사적 시각 역시 많이 뒤틀려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지금의 대한민국민주공화국이라는 정치시스템과 비교해서 보면 별반 차이점이 없어 보이기 때문인데요. 물론 민주공화제보다 군주제가 더 낫다는 표현은 결코 하니죠. 다만 조선사에서 우리가 깨닫고 취해야 할 좋은 시스템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조선시대를 현시점과 비교해 보면서 더 나은 방향의 어젠다를 발견했으면 합니다.


          지금의 권력구조인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처럼 조선시대에서도 의정부 서사제와 육조 직계제를 둘러싸고 군주와 신하들의 권력쟁탈 줄다리기 싸움과 그로 인한 폐해와 장점등을 엿 볼 수 있는데요. 우리는 조선시대의 정치구조를 지금의 정치구조와 비교할 수 없다고만 단정하지 말아야할 정도로 권력의 중심과 그를 둘러싼 이권투쟁은 거의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오히려 지금의 권력체제보다 비록 군주제였던 조선시대의 권력체제가 더 이상적일 수 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비록 왕를 중심으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만(지금도 대통령에게 거의 모든 전권이 부여되어 있죠)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등을 비롯한 언론기관의 견제와 이조 좌랑등이 가지고 있던 인사권등의 제도를 보게 된다면 지금의 제왕적인 대통령 제도하의 구조보다 더 효율적이면서 권력의 견제 역활을 할 수 있었던 구조였음을 알게 됩니다. 비단 이런 예를 들지 않더라도 조선시대를 상고해 보면 어떻게 권력의 힘을 분산시키고 집중시키느냐에 따라 그 명암이 극렬하게 나뉜다는 점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현재 성군의 반열에 오른 군주들의 면면을 보게되면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다름아닌 권력의 최점과 그 권력을 받치는 중간계급의 끊임없는 소통이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통의 바탕에는 백성의 민의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이고요. (물론 지금처럼 100%의 민의 반영은 아니였지만 세종조의 세금징수와 관련된 일련의 여론조사 방법등을 유추해 볼때 지방관을 통한 민의의 반영이 있었다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민의의 소통과 군주와 신하간의 소통 이렇게 삼박자를 잘 수행했던 군주들은 대부분 치세기간이 평온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제도의 개헌이라는 화두가 대두되었지만 결국 대통령중심제이던 내각책임제이던 이러한 정치제도의 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과 시민간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앞선 시대의 역사를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가지를 더 살펴보자면,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세월호 7시간' 과 긴박한 국가 초유의 재난사태에서 최고 권력자의 행동반경을 참모들 (조선시대로 비유하자면 승지들인데요) 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는 점 과연 지극히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보더라도 어불성설으로 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데요. 조선시대는 군주라는 개념자체가 사관과 왕를 보필하는 승정원의 승지들에게 의해서 일거수일투족이 남김없이 기록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지금의 권력시스템 보다 뛰어났다고 판단됩니다. 최고 권력자에게는 사인의 개념보다 공인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어 있었고, 때문에 조선시대의 군주는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지만 그 반대급부로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자리이기도 했죠. 그런데 현대의 최고 권력은 그저 권리만 있을뿐 의무는 없는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한번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대부분의 권력구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직화되고 정체되기 마련입니다. 조선시대 경연이라는 제도는 이러한 최고권력자의 경직화와 정체감을 유연한 방향으로 물꼬를 틀 수 있게 했던 제도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고사에 군주는 물에 떠있는 배와 같다고 했고, 태종은 권력을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라고 비유했던 말을 다시금 환기 해봐야할 때이죠. 그 만큼 권력은 한시라도 방심하게 되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삼켜 버린다는 뜻입니다. 계속되는 대통령들의 임기말년의 암울한 모습속에서 매번 되풀이 되는 국민들의 한숨 속에서 정작 우리의 정치권은 아주 단순한 국민과의 소통에 무관심 해왔던 것이 사실이죠.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 시스템이 좋던 나쁘던 장구한 흐름속에서 보면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물리적 시간개념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겠죠. 중요한 것은 과거사를 반면교사로 부정적인 역사는 되풀이 하지 않는게 해답일 수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우리는 조선시대를 현시점과 비교해 보면서 더 나은 방향의 어젠다를 발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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