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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캐빈 10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루스 웨어" ? 국내 독자들에겐 다소 생소한 인물이죠. 국내에 소개된 작품도 『인어 다크 다크 우드』라는 작품 고작 한편만 출간되었으니 더욱 더 생소한 작가라는 느낌이 먼저 와닿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단 한편만 접해봤는데 이 양반의 필력이 만만치 않다는 느낌을 단번에 받게 하는 작가라는 점에서는 그녀의 작품을 대해본 독자들이라면 다들 인정할 것입니다. 이미 영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애거서 크리스티의 뒤를 잇는 여류추리작가로 입지를 굳여가고 있을 정도로 영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 급상승한 작가중 한명이라고 하네요. 전작이었던 『인어 다크 다크 우드』는 이미 헐리우드에서 영화화 결정하고 제작단계에 들어갈 정도로 루스 웨어의 작품에는 뭔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존재함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우먼 인 캐빈 10> 굳이 직역하자면 <10호실의 여자> 정도일까... 아주 드라이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작품의 분위기를 대충은 짐작하게할 정도로 아주 매끈하면서도 간결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이번 작품 역시 군더더기 없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내러티브가 전개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갖게 하고요.
굳이 이번 작품의 장르를 어느 선에 두어야할 지 고민해본다면, 추리스릴러보다는 범죄스릴러에 가깝다고 해야할 듯 합니다. 물론 범인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에서 추리기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작품 전체적인 느낌과 분위기 그리고 설정된 요소등을 감안할때 범죄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초호화 요트 (절대 크루즈 같은 대형 여객선은 아니니까요) 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살인사건과 사건을 둘러싼 알 수 없는 정체의 인물들 그리고 주인공인 로라 블랙록 ('로' 로 불리죠) 의 활약상등을 담은 지극히 평볌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단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라는 특수한 공간적 환경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특이하게 보일 뿐 그외의 요소들은 독자들이 그동안 경험했던 범죄스릴러와 별반의 특색을 찾기란 그다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이렇듯 별반 흥미거리가 없는 작품이 왜 이리 영국의 독자들과 전세계의 독자들에게 호평을 듣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죠. 당연히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라는... 에에 대한 답은 분명히 있죠. 우선 장소적 배경이 바다위에 떠 있는 초호화 요트라는 점인데요. 루스 웨어는 전작인 『인어 다크 다크 우드』에서도 그랬듯이 사건 중심의 장소적 배경을 최대한 축소화 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런 장소적 배경은 전투에서 배수진을 치듯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것을 깨끗하게 공개하면서도 그 협소한 공간속으로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장점이 있는 거죠. 물론 이런 협소한 공간을 배경으로 내러티브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작가 특유의 힘이 있다는 전제가 아니면 작품은 그저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수 많은 억지와 합리화가 교차하면서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루스 웨어에게는 이런 협소적 배경을 극대화 시키는 남다른 재주가 있어 보입니다. 명백하게 어디 갈 수 없는 작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독자들에겐 엄청난 규모의 초호화 유람선속을 배회하게 하는 묘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행동묘사와 심리묘사가 절묘하게 일조를 하면서 쉴새없이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등장인물들의 묘사 역시 군더더기가 안보이는데요 그러니까 몸풀기를 생략하고 바로 100미터 출발선에서 출발하는 단거리 주자들 처럼 단숨에 하나의 틀속으로 몰아넣어 버립니다. 협소한 장소와 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등장인물의 스피드있는 품새 그리고 서서히 진행되는 알 수 없는 공포까지 더해져서 한번 시작하면 그 끝을 보게하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을 범죄스릴러 장르로 봐야한다는 점은 서두에서 피력했는데요. 추리스릴러로 보기에는 설득력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인데요. 이미 왠만한 독자들 (특히 추리스릴러 매니아들이라면 그리고 굳이 추리스릴러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이라면 초호화 요트와 그의 소유주인 리터드 볼며경에 대해서 어느 정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인데요. 그리고 추리적인 논리로 보더라도 상당히 어색한 골조를 가지고 있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루스 웨어는 (아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러한 추리적인 기법을 의도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다고 느껴지는데요) 추리적인 기법보다는 스릴러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들을 최대한 믹싱하여 독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트릭아닌 트릭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종결되고 물론 해피앤딩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도 계속해서 이게 끝이 아니고 뭔가 더 있을 것이라는 희망 아닌 희망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할 만큼 속 시원하게 사건의 결말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단 일주일사이에 벌어지는 시신없는 살인사건 주인공인 탑승한 배속과 실종이라는 언론매체의 발빠른 보도 그리고 핏빛이 낭자한 유형의 사건도 아니지만 왠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것 만 같은 구성들이 한데 뭉쳐 스릴감을 배가시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입니다. 상당한 스피드감을 가지고 있고 블록버스터 같은 스케일은 보이지 않지만 한편으로 그에 못지 않는 알토란 같은 스릴감으로 인해 중독성을 불러오는 작품입니다. 전작의 주인공 '리' 와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로' 뭐 굳이 별다른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왠지 자꾸 오버랩되는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것 역시 루스 웨어의 의도적인 트릭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하네요. 여러모로 무더운 여름에 맞게 캐쥬얼하게 한번 접해볼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