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북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
귄터 그라스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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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리히 뵐과 쌍벽을 이루는 전후 독일 현대 문학의 거장 권터 그라스는 좌파적인 작품으로 인해 노벨문학상 수상이 늦어졌던 대표적인 작가중의 하나로 새삼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당시에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정도로 매번 제일순위에 위치했던 작가였습니다. 워낙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쓰디쓴 (사실은 지금 시간이 훌쩍흘러서 보게 되면 그의 지적 하나 하나가 틀리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병들어 가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통열하게 비판하고 있고, 그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있지만요) 지적들로 인해 알러지반응 같은 불유쾌한 감정을 던져주고 있었지만 퀀터 그라스의 사유는 어찌보면 정말 정확한 지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죠. 무엇보다 근현대 독일이라는 나라가 세계사에 던졌던 거대한 파장에 대해서 통열한 자기반성과 비판으로 역사적 책임에서 회피하지 않는 모습은 비단 작가로서의 소명뿐만 아니라 일개 소시민으로서의 최소한의 염치를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양철북> 이라는 작품은 세계에 권터 그라스라는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면서 전후 독일문학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으로 오랜 세월동안 세계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작품으로 강렬한 언어 구사와 암시적인 이미지, 반어와 역설 그리고 풍자로 가득한 서사적인 표현 기법으로 독자들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죠. 이에 반에 교회와 신성에 대한 모독 그리고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인해 또 다른 독자들에게는 격렬한 비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양극단의 평가로 인해서 더욱더 세계 문단에 주목받는 작품이자 작가로 기억되는 경우도 흔하지 않는데요. 작품을 바로보는 시각에서 전혀 다른 영향을 불러온다는 그 자체가 이번 작품이 갖고 있는 묘한 매력이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세인들에게 격한 반응을 불러왔다는 것은 이번 작품의 근간에 깔려 있는 사유에서 우리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세살때 자기 스스로가 성장을 멈추었던 난쟁이 오스카라는 주인공의 시각으로 1899년부터 1954년까지의 독일 역사를 개괄하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현재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는 오스카의 회고를 기반으로 자신이 겪었던 독일의 현대사를 되돌아보는 형식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정신병원이라는 현재와 오스카 어머니의 탄생비화를 비롯한 과거의 회상속에 담겨져 있는 오스카 가족사를 통해서 당시 이데올로기의 아노미상태였던 독일과 파시즘과 나치즘으로 격변하는 독일의 실상을 풍자와 반어 그리고 역설에 가까운 서사들로 묘사하고 있어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지만 작품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사유는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죠. 오스카라는 난쟁이는 귄터 그라스 자신의 현현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출생지나 부모의 직업등 여러면에서 일맥상통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자 당시를 살았던 독일시민을 대변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양철북> 이라는 작품은 그야말로 한마디로 제단할 수 없는 수 많은 역설과 반어 그리고 풍자 여기에 교회와 신성에 대한 모독 포로노그라피보다 더 외설적으로 서사되는 부분들...로 점철되어 있지만 내러티브 전반에 깔려있는 사유는 그야말로 아주 단순한 의미를 갖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작품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오스카라는 인물이 정상적이지 못했던 시대를 탐미하는듯 보이지만 한편으로 정상적이지 못하기에 어둡고 깊게 숨어져 있는 비정상적인 것들을 제대로 간파할 수 있다는 역설이라야 말로 이번 작품의 주된 모티브로 시대가 그러했으니 나 하나의 개인도 어쩔 수 없었다라는 자기 합리화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기도 하죠. 귄터 그라스는 자신의 현현인 오스카를 등장시켜 당시 독일을 지배했던 이데올로기에 철저한 자기반성과 각성 그리고 전후 독일에 불어 닥친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비판을 동시에 담고 있기도 하죠. 귄터 그라스는 자신이 직접 온 몸으로 겪었던 역동과 불운의 시대를 오스카를 비롯한 약간은 비정상적인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당시 독일사회가 앉고 있었던 체제의 결함과 사유들을 고스란히 전달해줌으로서 시대의 불운으로 돌릴 수 있는 시민들의 자기합리화에 메스를 가하고 있기도 합니다.


          작품 플롯이나 내러티브의 전개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상황묘사등에서 귄터 그라스 특유의 필치를 엿볼 수 있고,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성애의 서사들이 그야말로 압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죠. 밀란 쿤데라의 서사와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면서 인간 본성의 관음성과 내면 깊숙히 봉인해 버린 성에 대한 야릇한 생각들을 살짝 끄집어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와 신성에 대한 작가 나름의 사유들은 비록 종교인 입장에서야 모독수준으로 폄하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신병원과 과거를 넘나드는 스트럭쳐가 다소 혼란을 주기도 하고, 오스카와 나라는 화자가 믹싱되어 가독성을 높여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속에는 수 많은 사유의 표출들을 담고 있는 의미심장한 단어와 서사들로 넘쳐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무엇보다 작품속의 반어와 역설 그리고 풍자가 표방하는 의미가 그로데스크하고 유머스럽지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귄터 그라스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더불어 행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하게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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