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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평점 :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이후 모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입니다. 늦은밤에 이 책을 손에 잡았다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새벽녘까지 완독하는 바람에 다음날 스케줄이 엉망진창 비몽사몽으로 변해 버렸으니까요. 예전에 스티그 라르손의 작품 첫 시리즈를 이 처럼 접하고 나선 다시는 이 양반의 작품은 멀쩡한 대낮에 읽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으니까요) 읽어 내려간 작품입니다. 국내 독자들에겐 낯선 피터 스완슨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라는 작품인데요 뭐 밀레니엄 시리즈의 작가 역시 당시만 해도 국내 독자들에겐 생면부지 였으니까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기도 하고 그저 작품의 제목이 요즘 들어 대한민국의 모든 언론의 집중을 받고 있는 최모씨를 연상케하는 타이틀 달고 있어서 그런지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읽은 보람이 있었다는 거죠. 뭐 그렇다고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담론이 대단하다거나 세칭말해서 문학성이 넘실거린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냥 부담없이 그러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정도랄까요. 그런데 이 작품은 한번 손을 데면 끝장을 보게 하는 매력이 무수히 많이 산재되어 있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중도 포기할 수 없는 오기가 발동하게 하고 도저히 그 끝을 확인하지 않고선 못버틸것 같은 유혹이 아주 강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제목처럼 우리에겐 한번쯤은 혹은 지금도 여전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목록이 마음 깊숙한 곳에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요.. 피터 스완슨은 바로 이런 아무에게도 털어놓고 싶지 않은 욕망의 한줄기를 테제로 이번 작품의 동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추리 스릴러와 범죄 스릴러의 기법이 가미되어 있고 여기에 심리 스릴러가 두가지의 원형을 꽉 잡고 있어 시종일관 숨막히는 전개에 독자들은 한시도 헛눈을 팔 수 없게 합니다. 도입부에서 릴리는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 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 라는 말을 하죠. 바로 이 말이 이번 작품의 실체 즉 핵심적인 모티브가 된다는 점은 왠만한 독자라면 간파할 수 있습니다. 비록 추리물이지만 작가는 거추장스러운 일련의 복선과 설정들을 확 걷어 버리고 바로 핵심을 찌르는 정공법으로 독자들을 도발하는데요. 이어서 바로 이어지는 릴리와 테드의 살인 계획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해서 둘간의 파트너쉽을 증폭시키는 곁가지의 설정들 등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독자들을 한번 살짝 비트는 전개를 보여주죠. 아마도 이런 전개가 없다면 왠지 조미료를 제거한 무미하고 드라이한 밋밋한 느낌을 받게 될거라는 걸 아는듯이 작가는 내러티브의 방향을 살짝 비틉니다. 그리고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과의 심리게임을 통해서 뻔한 아주 뻔한 내러티브를 뻔하지 않을것만 같은 방향으로 풀어버립니다.
릴리와 테드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만 같은 그러면서 상당히 자연스러운 커플 (사실 테드와 미란다보다 오히려 더 어울린다라는 느낌을 주는데요. 막상 스토리를 다 간파하게 되면 릴리와 어울리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전적으로 남성의 시각에서요) 의 등장과 그리고 연이어 등장하는 미란다, 브래드, 킴볼 형사등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흥미를 배가시키고 있죠.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각자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기법이 이번 작품을 더 흥미롭게 하는 열쇠인데요. 각자 자기 처지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상대를 보고 평가한다는 플롯이야말로 죽여도 마땅한 사람들과 기막히게 일치하는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여기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물론 릴리에게 한정되어 있지만요) 설정들을 통해서 독자들을 잠시 헷갈리게 하는 면도 있지만 굳이 이 부분을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라고 평하기 힘드네요. 그 만큼 과거 시점에 대한 무슨 복선을 깔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스토리의 전개상 자연스러운 설정으로 봐야할 듯 합니다. 그 만큼 큰 임펙트는 없다고 봐야겠죠. 그저 릴리의 사이코패스적인 심리상태를 깔아주는 정도니까요.
이번 작품은 누구나 한번쯤 그저 마음속에서나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정말 실천해 옮기는 릴리라는 여성을 통해서 나름의 대리만족 같은 기분도 자아내게 합니다. 물론 현실속에선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왠지 릴리에게 일종의 동정심 내지는 공감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독자 스스로가 당황스러울 수 도 있습니다. 이런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충분한 개연성을 유발한다고 보여지네요. 특히 결말 부분 릴리의 아빠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독자들로 하여금 정말 많은 생각과 추측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유도하고 있죠. 릴리의 행동에 공감하는 독자들과 설마 그래도 사이코패스일 뿐이야라고 여기는 독자들 양측의 추측과 결과는 사뭇 다르게 판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고 피터 스완슨이라는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