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중략 ...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임무를 완수하게 하여... 중략..."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개정된 우리 헌법의 전문 내용입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憲法' 은 가까이하기엔 왠지 거리감이 있는 법이죠. 가장 기초적인고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 그리고 국가와 국민의 당위성을 명시하고 있는 한 국가의 대들보 역활을 하지만 일반 국민들에게 헌법은 그다지 피부적으로 와닿지 않는 면이 강합니다. 현실의 실생활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들속에 면면히 녹아들어 있지만 막상 헌법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죠. 이토록 멀게만 여겨졌던 헌법이 어느날 갑자기 일반 국민들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일개 방송인이 방송에서 헌법을 다 암기하는 모습 자체가 이제는 그렇게 신기하다거나 낯설지 않다는 말이죠. 초중학생에서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왠만한 국민들이라면 이제 헌법은 마치 운전자의 도로교통법 만큼이나 친숙하게 다가왔죠. 그것은 다름아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문을 활짝 열면서 대한민국의 온 국민들은 이제 헌법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뜬구름 잡는식의 헌법이 아닌 왠지 헌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안되겠다는 당위성의 표출이라고 해야할까요.   


          사실 '法' 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모든 것에 대해서 일반대중들의 체감온도는 그리 높지 않죠. 특히나 헌법이라는 대상은 더욱더 일반 국민들의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는 기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헌번 제1조 의 두가지 항에 대해서만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이 경우도 마치 사문화된 문구의 나열만큼 거리가 먼 요식행위 정도로 비쳐지는게 현실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대한민국에 요상한 현상이 생겨났죠. 최순실과 대통령 박근혜라는 화두가 회자되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헌법에 대한 체감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온도는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헌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막상 헌법조문을 살펴보게 되면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전히 요원한 문구들의 나열뿐이라는게 문제입니다. 비록 각종 미디어매체에서 쏟아져 나온 패널들의 조근조근한 설명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헌번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일반대중 국민들은 많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면에서 차병직외 공저 <지금 다시, 헌법> 이라는 저서는 왠지 제목만 들어봐도 반가운 감정부터 먼저 들게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법학도나 법조계에 몸담고 있지 않는 국민들이 이런 책을 반갑게까지 바라봐야하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이런 실마리를 제공한 대통령 박근혜와 최순실일당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기라도 해야하나라는 일종의 자괴감도 들긴 합니다. 여하튼 간에 <지금 다시, 헌법> 은 일반대중들에게 헌법속으로 한 발짝 더 들어갈 수 있게끔 진입장벽을 낮추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그 진입장벽이란 다름아닌 법전이라는 통속적인 개념들(한자 투성이에다 용어자체 역시 어렵게 기술되어있는 등) 을 확 걷어냈다는 점인데요.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법전을 읽는 것인지 아니면 옛날 모깃불 앞에서 할머니의 재미있는 이바구를 듣는 것인지 그 경계가 애매모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아마도 저자들은 법전이라는 것이 몇몇 계층만이 공유하는 특별한 개념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일반시민 대중들에게 파격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나이브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스토리텔링을 접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정도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헌법' 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개념이 어쩌면 일반시민들에게 가장 잘 이해되어야 정상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지금 다시, 헌법> 에서는 헌법을 이웃집의 아저씨만큼 편안하게 기술하고 있어 법학과 무관한 시민들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헌법이 갖고 있는 고유의 내용이 왜곡되거나 혹은 그 깊이감이 떨어지는 통속적인 서술 또한 아니라는 것인데요. 무엇보다 헌법 조항들이 이제는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작금의 사태와 더불어 회자되고 있는 조항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짓다 보니 책을 읽는 재미가 더 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가장 주목받는 헌법 조항들을 보게 되면, 제1조의 너무나 많이 언급되고 이제는 왠만한 국민들에겐 친숙한 조항으로 다가오죠 여기에 제46조 (국회의원 의무) 조항은 국조특위 청문회를 보면서 울화통 터지게 하는 몇몇 국회의원들의 면면과 겹쳐지게 되고, 제84,65,66조 (대통령 탄핵및의무) 조항이나 제36조 3항 (국민보건) 은 지난 메르스 사태로 인한 박근혜 정부의 보건행정을 여실히 비교하게 해줍니다. 무엇보다 제10, 34조 6항 (생명권,재난보호) 조항은 세월호 사태와 관련하여 더 공분을 쌓게 하죠. 제126조 (사기업 국,공유화와 통제등 금지) 조항도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민간기업의 경영까지 좌지우지한 권력의 안하무인은 그저 평범한 국민들에겐 할말을 없게 하네요. 그리고 아하라는 소리가 나오는 조항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제88조 3항 (국무회의등) 조항을 보게 되면 왜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했는지 이해다 절로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헌법의 몇가지 조항만 제대로 입법이 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진한게 남는 부분도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제97-100 (감사원) 조항이죠. 만약에 감사원이 입법, 사법부처럼 독립된 기관으로 혹은 적어도 감사원장의 임기를  대통령과 같은 5년이상으로만 했어도 오늘날의 국정혼란사태를 막아볼 여지는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거죠. 또한 삼권분립의 원칙면만 보더라도 제103조 (법관의 독립)에서 '양심' 의 기준과 그 동안 독재권력이나 경제권력에 앞에 눈치를 봣던 사법부 전체에 대한 각성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대통령 탄핵이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제111조 (헌법재판소 관장과 구성) 조항의 헌법재판소 자체가 정치와 민감한 사안들을 다루는 기관으로 지금의 재판관 구성에서부터 다시한번 제고해 필요성이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저자들의 논거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합니다. 어차피 헌법재판소 판단들이 정치적인 사안들과 직결될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안들이라면 재판관의 제청권을 차라리 국회에 주는 것이 대의민주주의 기본원리과 삼권분리의 원리에 적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최순실게이트라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건에 직면한 현시점에서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등 마치 월드컵 예선을 치루듯이 갖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하는 현실에는 더욱 더 개정되어야 할 조항으로 보입니다. 


          9장 경제편 (119-127조) 는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서 새삼 알게된 영역이기도 합니다. 헌법이라는 자체가 주는 무게감도 있겠지만 헌법를 구성하고 있는 세부항목중에 경제편이 들어 있으리라는 생각은 그다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많은 것을 인지하게 되네요. 특히 경제편은 자유주의 자본주의를 대원칙으로 지향하면서 국가의 개입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조항들을 수도 없이 보게 되는데요. 바로 이러한 면면들이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이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갈등이 필요없을 정도로 우리 헌법은 조문 그대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죠. 경제편에서도 지난 정권들의 헌법 농단을 볼 수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제120조 2항의 경우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헌법의 자의적 해석으로 인한 국민고통의 원인을 가중시켰다는 점이죠. 이중 제119조 2항 (경제질서의 기본) 의 경우는 시비거리가 많을 수 있는 혹은 현실세상과 괴리된 느낌을 자아내게 합니다. 균형 있는 경제발전과 소득의 재분배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적시되어 있지만 왠지 선전용 문구로만 와닿는게 작금의 우리 실정이기도 해서 자괴감이 들게 하죠.   


          헌법은 어찌보면 우리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는 규범이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헌법 그 자체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국가의 모든 생활 영역을 규율하면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의하여 다시 실현되는 규범이라 할 수 있죠. 따라서 시대가 변함에 따라 그 역사적인 상황이 바뀌면 그에 맞게 헌법도 현실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서 변경이 필요한 것은 명확한 것이고요. 지금 우리는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킨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개헌은 필요한 시점이고 이왕 개헌을 단행한다면 제대로된 개헌 (앞에서 언급했던 감사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등), 즉 시대와 국민의 열망에 맞는 개헌이 되었으면 하네요. 정치권의 정치적 계산이 아닌 국민들의 눈높이에 알맞는 개헌이었으면 합니다. 이번 책은 그 동안 막연한 개념의 헌법을 정말 우리들 일상의 삶속으로 녹아들이는 하는 서술로 인해 한층 헌법에 대한 인식를 고조 시켜주는 역활을 제대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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