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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흉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인들에게 향정신성약물 즉 마약에 대한 유혹은 언제나 달콤한 손길을 하고 있죠 비록 그 뒷끝은 뻔하지만 요즘처럼 나를 둘러싼 세상이 스트레스자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달콤한 유혹은 더 강렬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스포츠 선수에겐 바로 도핑이라고 알려져 있는 신체강화 약물이라는 유혹이 상존하고 있구요. <아름다운 흉기> 는 바로 스포츠선수들에게 있어서 달콤한 유혹인 도핑과 관련된 서스펜스를 다룬 작품입니다. 알려진 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포츠광이기도 하고 보는 것 보다 본인이 직접 참여해서 그 스릴를 만끽하는 작가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은 그러한 경험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핑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그다지 낮설지 않는 용어인데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에서부터 또는 스타를 꿈꾸는 이들까지 약물의존에 대한 기사들을 왕왕 접하게 되죠. 그 결말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 유혹에 빠져드는 거죠. 마치 에덴의 동산에서 뱀의 유혹에 넘어가는 하와 처럼요...
<아름다운 흉기> 는 추리스릴러작품이라기 보다는 서스펜스스릴러물로 보는게 더 적합할 듯 합니다. 물론 결말부분에 반전의 요소가 개입되어 있지만 전형적인 서스펜스장르의 작품이죠. 지금은 은퇴해서 나름의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전직 국대급 선수들이 자행했던 도핑과 그 비밀을 감추기 위한 살인 그리고 그 살인이 시발점이 되어 벌어지는 또 다른 연쇄살인사건 그리고 끝이 없는 복수 뭐 이렇게 대충의 서스펜스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두루두루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장르의 특성이나 제재의 성격상 이번 작품은 한번 손에 잡으면 끝장을 보게 하는 작품이죠. 여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니 더 이상의 부연설명 없이 줄줄 내러티브의 속도가 가속되네요. 이번 작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스포츠스타의 도핑와 그 비참한 결말을 태제로 작품전반을 끌어가는것 같지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숨어있는 또 다른 태제는 역시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비쳐줍니다. 끝이 없는 상승욕망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선 배신과 살인마저 서슴치 않는 인간내면의 또 다른 악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까요.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이런 태제를 결말부분에서야 들어내 한층 더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강도가 강하게 다가오게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도입부 부터 결말직전에 이르기까지 이번 작품은 그저 그런 범죄스릴러 같은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죠. 살인사건과 복수, 물론 도핑과 연관된 일련의 힌트를 주고 있지만 그 힘은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이 그나마 평이하게 종결될 가능성이 농후했던 작품의 격을 높여주는 역활을 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작품에 기들여저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번 작품은 상당히 싱겁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만큼 내러티브의 짜임새나 스릴러의 압박감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왠만한 그의 작품에 비해서 여러모로 가성비가 떨어지죠. 그래도 결말부분만을 살펴보게 되면 역시라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하네요.
알려진바대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워낙 다작인 작가라 그런지 이번 작품의 경우 강한 임펙트나 감정이입에 대한 똑부러지는 엑기스는 상당히 부족하지만(기존 그의 작품에 매료된 독자들이라면 다소 서운한다는 느낌마저 들게 하죠) 나름 작품의 틀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조합은 괜찮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화려한 스포츠 스타들의 이면과 고뇌 뭐 이런 느낌들을 살짝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