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8
앙드레 말로 지음, 최윤주 옮김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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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접하게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매번 접하면서 느끼지만 고전이라는 개념 그리고 고전을 읽는다는 또 다르고 색다른 느낌이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네요. 앙드레 말로의 아시아 3부작중 가장 먼저 선보인 <정복자들> 은 제목도 눈낄을 끌지만 우선 1925년 중국혁명을 그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독자들에겐 또 다른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뭐 항상 고전을 접할때 가장 먼저 작품의 제목을 깊이 들여다 보는 버릇이 생겼는데요, 이번 작품도 왠지 제목에서 부터 범상치 않는 느낌을 주죠. <정복자들> 이라는 제목 자체가 던져주는 아우라가 왠지 작품전반을 지배하는 하나의 힘으로 작용할 듯 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그런데 막상 내러티브속으로 들어가면 다소 맥이 빠지네요. 뭘랄까 처음 제목에서 느꼇던 강력한 힘이 서서히 바람빠지는 튜브를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어 이러다가 물속으로 빠지지는 않을까라는 우려도 가져보게 되고요. 첫 시작은 상당히 지루한 느낌을 몰고 옵니다. 홍콩과 그 주변국들을 배경으로 이국적인(물론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으로 볼 수 는 없지만요) 시각과 그런 시각들을 다루는 작품의 시점이 물에 물탄 듯 별다른 무미건조한 맛 마저 느끼게 합니다. 독자들은 대충 앙드레 말로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인식하고 작품의 시점 역시 1인칭내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끌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는데요. 사실 초장의 스토리 전개는 이도 저도 아닌 그저 그런 시점이라는 자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단순한 "관찰자" 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므로서 '접근'이라는 부제와 일맥상통한 맛을 선사하네요. 뭔가 터질듯한 분위기는 분명히 감지 되는데 그냥 물 흘러 가듯이 진행되는 내러티브에 다소의 당혹감마저 들게 합니다. 왜 중국혁명이라는 역사적 팩트가 인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왠지 영웅주의 같은 것을 기대하기 마련인데요. 말로는 이러한 배려를 칼로 물 베듯이 단절시켜 버리는 것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번 작품의 가장 매력적이고 빼어난 부분이기도 하죠.​


          대체로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에서 영웅과 그 활약상 그리고 뒷담화로 구성된 영웅주의가 없다면 왠지 맹탕 같은 느낌을 주죠. 사실 이러한 영웅과 역사적 배경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끌어가는 내러티브는 장대하고 활기차며 힘을 느끼게 하죠, 여기에 책의 제목처럼 정복자들이란 타이들마저 곁들이게 되면 스펙타클한 뉘양스를 뿌리게 마련인데, 앙드레 말로는 가장 분위기를 띄울수 있는 바로 영웅주의를 눈도 깜작하지 않고 외면해 버립니다. 방대한 스케일과 그 속에서 부딛히는 인간들의 암투라는 거시적인 시각을 배제해 버리고 모든것을 단순하게 미시적으로 축약시켜 버립니다. 그러면서 대게의 역사소설에서 팁으로 제시하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사전지식 내지는 힌트같은 팁을 제공하지 않죠. 축약과 축약 그리고 갑작스런 역사의 흐름을 역사적 인물과 가공의 인물들의 심리상태나 대화를 통해서 집중해 버리는 것입니다. 자연히 1부에서 관찰자의 위치로 작품을 오버랩햇던 시점이 상당한 힘을 가진 1인칭 내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돌변하면서 독자들의 몰입감을 증폭시킴니다. 그런데 말이죠 뭐 사실 이러한 몰입감이라는게 독자들 내부에서 서서히 이해의 강도가 깊어지면서 내러티브의 진행방향을 감지해서 발생하는 감정이 아니다는게 더 당혹스럽게 만들죠. 스토리상의 역사적인 흐름의 이해는 상당히 난해하게 진행됩니다. 왠만한 중국근대사를 인지하고 있다고 해도 말이죠. 달리 말하면 사전적인 역사지식이 없이는 내러티브를 따라잡기가 녹녹치 않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독자들이 몰입하게는 되는 것은 가린과 쩡다이, 보르딘, 홍이라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주고 받는 대화 그리고 나(작가의 현현이라고 봐야 타당할듯합니다. 물론 가린이라는 가공의 인물에도 작가 자신을 투영하기도 했지만요. 뭐 정확하게 보면 모든 인물들에게서 작가의 모습들을 면면히 볼 수 있기도 합니다)가 바라보는 이들에 대한 시각과 판단, 이러한 부분들이 역사소설이라는 개념을 잊게 만들어 버리면서 니체의 초인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킵니다. 또한 이러한 관찰자적인 시점 그러니까 사건의 중심에서 한발자국 벗어나서 전체를 그저 처다보는듯한 느낌을 주는 시점이 바로 앙드레 말로 자신의 정확한 시각이자 담론의 표현이 아니였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합니다. 자신의 억울한 재판과정과 그 이후 투쟁의 최일선에 나아가게 되는 자전적인 요소들을 상당히 객관화할려고 하는 의지이자 동시에 독자들에게 평가받고 싶어하는 의중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내러티브가 숨막히고 연출적이면서 서스펜스한 느낌을 전해 전달해 주지 않습니다. 역사소설이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작품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흥미롭지 못한 점 인정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래도 분량이 작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듯 하기도 하고요. 오히려 철학서라고 하면 더 타당할 정도로 상당히 깊이감 있는 담론을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드레 말로의 <정복자들> 은 뭔가 색다른 맛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부인할 수 없기도 합니다.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자의 이념투쟁 그리고 인간성 자체에 대한 고찰과 삶의 허무감이 가져다 주는 담론등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읽을거리와 재미와 여기에 허리우드식의 블록버스터에 노출이 많이 된 요즘의 독자들에게 삶과 인간과 그리고 나아가 권력등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분명하게 한번쯤 생각해 볼 메시지를 선사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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