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소년 탐정단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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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접한 <오사카 소년 탐정단> 은 국내에 신작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상 히가시노 게이고가 문단 데뷔 초기에 나왔던 작품입니다. ​그래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를 특히 초반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여기에 단편소설 모음이라 읽는 독자들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도 않고 술술 책장을 넘기에 하네요.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볼 특징들이 있는데요. 첫번째로 단편모음집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펴낸 몇편의 단편이나 일반적으로 시중에 출간되는 단편집들과는 사뭇다른 스트럭쳐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책에 수록된 다섯편의 작품을 보면 오사카 오지초등학교 여교사 시노부가 사건해결사로 등장하면서 일맥상통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구조가 다양한 범주를 다루는 단편집과는 그 구조자체가 다릅니다. 여기에 단편모음집이지만 얼핏 보면 하나의 거대한 틀에 일개 사건들을 다루는 액자소설같은 느낌을 강하게 주면서 일맥상통한 내러티브를 갖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장편의 진득한 맛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약간은 싱거운 느낌을 주지만 달리 보면 또 다른 흥미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당차면서도 여성스러운 느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사건 해결사 '시노부' 와 그의 애제자들인 악동 트리오, 여기에 어리숙한 것 같지만 폐기 넘치는 신참 형사 신도가 끌어가는 스토리는 작품을 대하는 내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스토리 자체가 완변하게 물흘러가는 느낌을 주지않아 오히려 더 가슴에 와닿은 작품입니다. 추리소설 특성상 대게의 경우 상당히 많은 트릭과 복선 그리고 대반전이라는 틀에 박힌 필수요건을 충족 시켜려고 하다보니 약간의 무리수를 두게 되고 억지로 끼어 맞추는 세부적인 부분들이 많지만 단편소설이라는 특성상 간단 명료하게 이러한 부분들이 처리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엉성하다고 할 정도의 복선이나 트릭들이 왠지 시노부라는 사건해결사의 성격과 일맥상통하게 느껴져서 독자들에게 야냥을 떠는 것 같지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칭 '학원물 시리즈' 와 비교도 해볼만 한데요. 대체로 히가시노 게이고도 학원물을 많이 창작했지만 기존의 학원물 시리즈 개념과는 또 다른 면들이 잇죠. 우선 그 대상층이 초등생이라는 점, 그리고 실상 학교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닌 교외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 물론 그 사건 해결의 중심에 시노부와 그의 애제자들이 필연적으로 관여를 하지만요. 그래서 왠지 학원물 시리즈와는 거리가 먼것 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사건의 연관관계를 보게 되면 학교와 학생, 그리고 교사와의 연관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참 독자들은 여기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작 중에 <비정근> 이라는 작품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될텐데요. <비정근> 이라는 작품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죠.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단편집이고, 사건의 해결사 역시 초등학교(기간제 교사) 선생님으로 설정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비정근>이 제목에서부터 약간은 무거운 담론을 제시하고 사실 사건들의 면면을 봐도 상당히 사회적인 이슛가 강한 구성을 가지고 있어 전체적으로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오사카 소년 탐정단> 은 제목자체도 그렇고 사건의 면면도 무거운 사회적 논란거리와는 거리가 먼 그런 내용들이죠. 뭐랄까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약간은 장난질같은 느낌도 들게 하는 가벼운 스토리들의 연장입니다.

 

          다만 <오사카 소년 탐정단>이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시노부라는 여성 사건 해결사의 등장이고, 비록 조연으로 끝나지만 그녀의 애제자들이 스토리의 감초같은 역을을 담당한다는 거죠. 바로 이점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기도 한 부분인데요.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는 '유가와나 가가' 를 대표하는 사건 해결사를 등장시켜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왔는데 이 주인공들의 면면과는 엄청난 갭을 가지고 있는 '시노부와 악동트리오' 가 오히려 더 독자들의 뇌리속을 파고 드는 현상을 줍니다. 다소 엉뚱하고 치밀성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왠지 무슨 사고를 칠것 같기만 한 안타까움마저 불러오지만 이러한 면면들이 독자들에게 더 현실성을 부여하고 공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략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엉성한 스토리에다 누구봐도 뻔한 결말 그리고 반전같은 반전하나 없는 밋밋한 내러티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을 끌어가는 '시노부와 악동트리오' 의 순수함이라고 할까요 뭐 이러한 부분들이 이번 작품을 베스트셀러반열에 올려놓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전반적으로 장편 같은 뉘양스를 풍기는 단편집으로 사건의 전개는 별도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주체, 방식, 여기에 곁들인 소소하고 흥미로운 조리료들이 절묘하게 융합되어 새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사건 해결사라는 방식을 취해서 내러티브를 끌어가지만 왠만한 남성 해결사보다 더 나은 해결방식이나 쿨한 행동을 보면서 독자들은 절로 수긍하게 되고 마치 독자 스스로가 사건 해결사라도 된 듯한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개념이 아닌 그냥 이웃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감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네요.  "오사카만의 정서와 느낌이 묻어 나는 작품" 이라고 극찬한 미야베 미유키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향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추리물로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울수 있는 <나미야 잡화점>에 버금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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