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작품을 대면하면 할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가입니다. 특히나 작품 소재에 대한 컨텍이나 소재를 활성화하는 방식과 스토리에 접목시키는 봉합 스킬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작가이기도 하죠. 노벨문학상을 비롯한 세계유수의 명망높은 작품상을 수상하거나 심지어 국내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도 없는 작가이지만 이 작가의 작품은 그 어떠한 작가의 작품들 보다 한국인 독자들에겐 가슴 깊은 울림을 주는 작가라는 점이죠. 매번 출간하는 작품들이 서점가의 베스트코너 상단에 자리매김 할 정도로 넓은 독자층과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왠만한 강단역사학자들보다 풍부한 역사적 지식과 그 팩트를 그냥 넘기는 일이 없는 타고난 이시대의 이야꾼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입니다. 바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의 김진명 작가인데요. 그 동안 수 많은 베스트셀러와 스태디셀러의 주인공으로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화두를 던져주는 작가이죠. 이번에는 漢字와 그를 둘러싼 비밀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바로 <글자 전쟁> 이라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흥미와 위안 그리고 생각 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한자(漢字)" 네이버 국어사전을 보게되면 명사로서"중국에서 만들어 오늘날에도 쓰고 있는 문자. 은허에서 출토된 기원전 15세기경의 갑골 문자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것이며, 현재 알려져 있는 글자 수는 약5만에 이르는데 실제로 쓰이는 것은 5,000자 정도이다"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사전적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자는 당연히 중국 글자라는 인식에 대한 그 어떠한 저항감도 없이 받아들여 지고 있는 뜻이라는 거죠. 즉 한글을 일본에서 먼저 만들었다고 하는 비현실성과 일맥상통할 정도의 범확정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겠죠. 그런데 말이죠 한자가 정말 만약에 조금 더 보태어서 혹시라도 중국애들이 만든 글자가 아니라면... 한번쯤을 상상해 볼 가치가 있는 질문이 될지 모르겠지만 김진명은 바로 이 한자라는 소재를 마음먹고 작품의 기본 틀로 제단해 나갑니다. 바로 이번 작품 기저의 패러다임을 담당하고 있는 발상인데요. 독자들에게 다양한 반응을 불러올 만한 스토리를 펼쳐나갑니다.   


          뭐 요즘 젊은 세대들은 모르겟지만 486세대 이상이라면 한자에 대한 한두가지의 잊혀지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입니다. 국어에 영어 그리고 제2외국어 여기에 한자까지 필수과목으로 대학입학시험을 치른 세대라면 더욱 더 한자에 대한 남모를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야 한자 몰라도 크게 문제될것이 없는 시대이지만(오히려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이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느껴오겠지만요)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의 제하나 기사속엔 어김없이 이놈의 한자가 등장했던 시절이 있엇습니다. 그래서 한자 제대로 모르면 신문 읽는데도 지장이 있었고 대학 강단에서 왠만한 인문수업에는 반 이상은 한자가 필서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한자는 우리에게는 친숙한 글자이면서도 중국 특히 유교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인해 다가가기 어려운 글자이기도 했던 시절들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자라 하면 당연히 그러니까 1+1=2 라는 불변의 사안처럼 한자 = 중국 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고 또한 받아들이는 사람들 역시 이에 대한 그 어떠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죠. 행여 이런 불변의 진리에 실은 한자가 중국 글자가 아니라 한국 즉 동이족이 만든 글자라는 소릴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쓰고 있네라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맞는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가 정말 소설이라는 작품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죠. 그것도 김진명이라는 작가의 손에서 말이죠.


          이러한 전제조건적인 요소만으로도 이번 <글자 전쟁> 이라는 작품은 본론에 들어가기전부터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김진명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더 그 내용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글과 세종대왕 뭐 이런 전제조건에서 한글의 탄생비화을 담은 작품이라면 대체로 독자들에게는 바로 그 필이 올텐데요. 느닷없이 한자와 한국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서부터 왠지 이번 작품은 심상치 않는 포스를 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여기에 정말 또 하나의 뜬금없는 설정이 등장하면서 뜨악하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한자까지는 좋다 근데 돈에 눈먼 군수무기 로비스트가 주연으로 등장하면서 이번 작품은 독자들에게 모호한 상상력을 만들게 합니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된 트릭 같은데요. 한자와 한국이라는 조합과 군수무기 로비스트와 글자라는 조합을 의도적으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게 하는 구도로 진행했다는 것인데요. 작품을 읽어나가는 중에 결국 글자라는 자체가 하나의 무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왜 군수무기 로비스트가 주연으로 전면에 배치되었을까라는 의구심을 해소하게 됩니다. 여기에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면서 이중 삼중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스트럭쳐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한자의 기원과 그 한자를 사용하고 만들었던 동이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냥 한자라는 글자에 대한 이야기라면 왠지 서운한 느낌을 줄 정도로 한정된 범위의 스토리 진행으로 마감될 수 있었을텐데 여기에 작가는 홍산문화, 은나라와 주나라, 심지어 공자와 사마천까지 끌어들이면서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왜곡에 대한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스토리로 단번에 내러티브의  깊이와 폭을 확장시켜 버립니다. 그래서 역시 김진명이다라는 느낌, 김진명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죠. 그동안 김진명만큼 우리의 역사 그리고 중국와 일본에 의해 왜곡되고 축소된 한국고대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을 표출한 작가를 찾기 힘들것 입니다. 강단 역사학회에서 스스로 부정하는 한국 고대사를 일개 작가가 이렇게 끈질기게 의구심을 제안하고 그 대안들을 대중에게 어필한다는 자체에서 부터 뭔가 우리사회 조직의 잘못된 점을 보여주는 민낮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는 거죠. 작품전반에 대한 문학성이나 대중들의 심금을 울리는 먹먹한 아우라를 눈을 씻고 찾아볼 수는 없지만(굳이 김진명의 작품을 통해서 그런 고차원적인(?) 카타르시스를 찾고자 한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게 낫죠)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게 가슴속에 담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름아닌 얄팍하고 알량한 민족 자긍심이라는 것인데요. 비단 작금의 역사적 평가와 아쉬운점들은 수도 없이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그물망속으로 빠져 나갔지만 정말 한민족의 자긍심이라는 하나만은 아직도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죠. 그 구심점에 김진명과 그의 작품들이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떤이들은 정말 소설을 쓴다는 표현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작가마저 주변에 없었다면 우리의 고대사와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상당히 피동적이고 수동적으로 변모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김진명의 여타 작품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스피드와 작품의 소재에 대한 정당성 부여로 인해 마치 팩트로 인지하게 하는 스토리의 전개가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고요, 결말부분에 커튼콜처럼 등장하는 반전등이 잘 어우러져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입니다. 상당히 국수적이고 극단적 우익 같은 작가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김진명 작가의 작품 색깔이나 그가 표방하는 사고의 함의등은 결코 국수주의적 애국관이라 평가할 수는 없는 부분들이 많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런 태도를 단 한번이라도 취하지 못한 현실에 대한 울분 토로라고 보는것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만큼 우리는 우리의 역사 판단을 타의적, 수동적으로 제단해온 습관으로 인해 정작 한발자국만 앞으로 나아갈려고 해도 수 많은 제약들이 많고 그러한 제약들로 인해 결국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죠. 이런면에서 전 개인적으로 김진명 같은 작가들이 많은 작품을 통해서 그 한발자국의 역활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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