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이재익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양>과 <곡성> 은 실존하는 지명을 배경이자 영화의 제목으로 선택하여 호응을 받은 작품들이죠. 물론 그 내러티브나 작가 혹은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부합했기에 가능하겠지만요. 단순하게 겉으로만 보더라고 지명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기법은 일반대중에게는 친숙하면서도 왠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죠. 단순하게 일반인들의 귀에 익은 장소이자 대충의 상상력까지 밑바탕에 그리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보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재익의 신작 <영등포> 라는 작품 역시 영등포라는 실존하고 익숙한 장소를 그 제목으로 채택했고 스토리의 장소적인 배경 역시 영등포로 확정해서 왠지 독자들로 하여금 손길을 가게 하는 유혹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겟네요. 영등포하면 다양한 독자층에서 다양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장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어 테헤란로? 삼성동? 강남역? 홍대? 뭐 이런식의 제목이었다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머리속을 재단하는 일맥상통하는 이미지가 그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겠죠. 그러면에서 영등포라는 지명이 독자들에게 풍기는 뉘양스는 연령층 및 남녀간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됩니다. 이말은 작가의 이번 작품이 상당한 주목성을 끌 소지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먼저 영등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과연 무엇일까? 라는 반문을 하게 되는데요. 교통의 요충지이자 상습적 정체구간, 지옥철을 방불케하는 부적거리는 인파, 경방필 백화점뒤쪽의 집창촌, 노숙자들의 활보...  뭐 우선 이런생각을 먼저 떠올리는 대상들은 아마도 중년의 남성들일 것이고 타임스퀘어라는 대형쇼핑몰, 번화한 지하상가, 민자역사와 광장등을 떠올리면 아마도 청춘층일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그래서 영등포하는 이미지는 다양한 연령층과 성별에 있어 다양한 이미지상을 재현하고 있는거죠. 솔직히 이런 의미에서 저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은 어느 정도는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제목만으로도 상당한 흥미를 유발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이재익이라는 다소 퍼뜩 뇌리속에 떠오르지 않는 작가의 작품이라 더욱 더 한번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뭐 서론이 길어지게 되었지만 이런 개념 정리가 있어야 이번 작품의 참맛을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영등포> 는 그야말로 지금의 중년남성들이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의 표출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자 장소적 메타포라고 해야할 듯 합니다. 영등포 뒷골목의 집장촌을 배경으로 세칭 아가씨, 이모, 삼촌, 오빠라는 특수한 인물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는 범죄 스릴러 작품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인신매매로 인해 자신의 아내를 읽어버린 한 남성의 치밀하고 처절한 복수극과 그 복수극의 뜻하지 않는 희생자의 삶 그리고 이 사건을 풀어가는 형사의 삶을 큰 그림으로 잡고 있는 어찌 보면 참으로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스릴러물 형태를 띠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영등포라는 지명과 집장촌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서로 맞물리면서 스릴러물에서 살짝 변질된 사회비판소설쪽으로 흐른다는 것이죠. 여기에 영등포 뒷골목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구조가 우리의 개발지향주의 경제발전과 오버랩됨으로써 오만가지 생각을 갖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정의, 사랑, 배신 뭐 이런 잡다한 상념들 특히 안 좋은 쪽의 기억들을 야금 야금 끄집어 내는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상당히 속도감이 높은 작품으로 독자들의 눈을 쉽게 사로잡는 마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작가가 웹소설쪽에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정제된 표현과 더불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행간의 여백등이 상당한 끌림을 내포하고 있는 작품이고요. 무엇보다 핏빛이 진동하는 아니 낭자해야만 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것 같으면서 홍콩 느와르 같은 냄새도 풍기고 여기에 로맨스도 살짝 가미되면서 독자들을 흡입하는 묘한 매력이 있네요. 물론 여기에 성매매와 더불어 이런 환경을 만들어 냈던 시대적인 모순들과 그리고 지금도 해결되지 못한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심층적으로 대두되면서 독자들의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하기도 하고 민낮을 들어내는 어쩡쩡한 도덕적 부끄러움도 살짝 터치한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터치가 강력한 임펙트를 가지고 억지로 진행되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은 중도에 손을 뗄 확률이 높았을법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터치감을 독자 개개인의 몫으로 치환해 버리는 기막힌 신의 한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인데요. 그것은 바로 "아가씨, 이모, 삼촌, 오빠" 라는 통칭이 의미하는 사회구조적 계층을 다룬다는 점에서 미시적인 구조와 거시적인 구조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먹이사슬의 최상층과 최하층을 대변하는 듯한 뉘양스의 집장촌 호칭들이 왠지 씁쓸한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절로 모르게 소름돋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작품의 구도상 스피드감을 제법 느끼게 하면서도 작품속에서 표방하고자하는 담론은 상당한 무게감을 주는 작품입니다. 독자층에 따라 영등포라는 지명이 전달해주는 아우라 역시 각양각색으로 다가오겟지만 "아가씨, 이모, 삼촌, 오빠" 라는 호칭이 던져주는 무게감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는 생각이 짙게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군더더기없는 내러티브의 진행과 영화 <살인의 추억> 을 연상케 하는 복선들이 흥미롭게 다가온 작품이기도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