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왕국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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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텔링의 독보적인 대가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사라진 왕국의 성> 을 대면했습니다. 아마도 미야베 미유키는 국내 독자들층에 그것도 마니아층이라는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몇몇 안되는 해외작가중에 한명이자 그녀의 작품을 대면할때 마다 작품속에 빠져드는 이유가 바로 탁월한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작품 하나 하나 범접하기 힘들만큼의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이번 <사라진 왕국의 성> 역시 상당히 흥미진지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또 다른 미야베 월드작품 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회파추리스릴러의 거목답게 그동안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들은 스릴러라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효능보다 오히려 인간 내면의 본성을 뒤돌아보게하는 역활을 제시하면서 독자들 스스로의 감정정화를 불러일으킨 묘한 매력을 던져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그만큼 미미여사의 작품세계는 유니크하면서도 보편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었죠. 미미여사의 많은 작품을 대면하지 못했지만 이번 작품은 그동안의 작품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라 단언할 수 있겠습니다.


          큰 방향성에서 스릴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고, 그렇다고 SF계열로 보기에는 나사못이 하나 빠진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인데요. 뭐 저 나름 명명해보면 레트로계열의 SF라고 해야할까 싶네요. 그림과 그 그림에 아바타를 삽입해서 현세계에서 그림속의 세계와 접속한다는 아이디어가 왠지 시공간을 초월하는 타임머신 스토리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하니까요. 더욱이 과학적인 일체의 언급도 없으면서 왠지 그럴만한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어쩌면 유년시절 한번쯤은 스토리를 현실화 시켯다는 점에서 도입부부터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군더더기없이 바로 저쪽 세계로 점프하는 오가키 신의 첫모험부터 또 다마미라는 여행의 동반자와 그림속세계에서 우연하게 마주치는 이쪽 사람 파쿠씨와의 만남등 미미여사는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대한 일체의 과학적 시나리오는 제공하고 있지않지만 왠지 독자들은 독자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과학적 논거를 들이대면서 스스로가 그림속세계와 현실속 세계의 연결통로에 대해서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들인다는 점이 전형적인 레트로계열의 SF를 보는 느낌을 풍긴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베는 자신의 전가의 보도인 사회성 특히 인간내면의 심성을 이번 작품속에서도 여전히 녹아내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처해진 상황 상황에 따라는서는 한번쯤으로 끝나지 않고 매번) 품었을법한 현실 세계에 대한 부정과 시간의 흐름을 역으로 돌릴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보다는 나아지겠지라는 일종의 망상들을 아주 루틴하면서도 현실감있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다시한번 미야베 미유키라는 생각을 갖게 하죠. 왠지 그럴수있겠다가 아니라 그럴수있다라는 느낌을 던져주면서 독자들을 작품속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인데요. 마치 내러티브속의 고성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첨병의 역활을 한다고 봐야하겠습니다. 하지만 신의 한수랄까 이번작품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레트로적인 SF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공통의 상상의 세계라는 스트럭쳐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현실세계를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아닌 희망적인 요소를 보여주지만 결국 세계를 바꾸거나 인생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는 다소 실망스럽지만 뻔한 답에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실망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작품속의 주인공들이나 이 작품을 읽어가는 독작들에게 "사람이 변할수 있다" 라는 파토스를 전달해주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네요. 공통의 공상이던 혼자만의 상상이던 일련의 이러한 생각들이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되고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다시한번 바라보게 되면서 세계나 인생을 바꾸는게 아니라 내 자신 스스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즉 수동적이고 과거형인 내 자신을 능동적인 미래지향적인 자신으로는 충분히 변하게 할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있는 것이죠.


           전반적으로 SF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인간 본성의 심연을 자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평할 수 있겠습니다. 이 두가지 이질적인 요소를 기막히게 버물리면서 작품의 내러티브가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죠. 만에 하나 이 두가지 요소중 어느 일방에 무게감을 두엇다면 상당히 지루하거나 그저그런 작품으로 전락했을법하지만 미야베라는 신의 한수에 의해서 매력있는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심리묘사가 그림의 세계라는 허상의 세계와 하모니를 이루고 있어 왠지 그럴 가능성이 높겠다고 믿게하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는것 같기도 하네요. 신과 푸코씨의 독특한 캐릭터가 한없이 하방직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역활도 흥미롭게 다가오네요. 작품의 실질적인 메세지는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지만 미야베는 이런 감당하기 버거운 무게의 진실을 좀 가볍게 독자들에게 어필하면서 잊혀질 수 없는 각인으로 독자들 마음 한켠을 자리잡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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