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겔만 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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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내에 출판되어 소개되는 해외작품들의 범주가 상당히 넓어지면서 기존의 영미문학이나 일본문학 일색이었던 레시피가 다양한 먹거리로 변화되는 모습이 보기 좋은 명화를 보고있는 느낌을 주죠. 그 중에서 북유럽국가들의 작품이 부쩍 늘어난다는 점 또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인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 라는 작품 역시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라는 스웨덴작가의 작품인데요. 이미 공전의 히트를 쳤던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과 출생성분이 상당히 비슷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핏 제목만 보게되면 요나스 요나손의 시즌2 같다는 느낌이 들어올 정도로 묘한 동질감을 불러오는 작품이고, 같은 스웨덴 작가의 작품이라 공통점도 있지만 카다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역시 요나스 요나손처럼 처음부터 작가의 길을 모색한게 아니라 중년의 나이게 작가의 세계로 방향타를 틀었고 하나의 작품으로 베스트셀러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묘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자 작가입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요나스 요나슨의 <창문 넘어...> 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창문 넘어...> 과는 사뭇 다른 작품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는 거죠.


          <감옥에 가기로....> 우선 제목부터가 산뜻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하죠. 그것도 다름아닌 할머니라니 왠지 구미가 땡기는게 사실입니다. 이미 <창문 넘어...> 를 접햇던 독자분들이라면 더욱더 읽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는 거죠. 성대결은 아니지만 남자 VS 여자라는 구도도 살짝 입맛을 다시게 하죠. 전직 교사출신인 노인 강도단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 메르타 할머니 그리고 다양한 인생사를 살다 노인 요양소에서 지기가 된 5명의 할머니, 할아버지라는 초요의 노인 강도단이 미술관에서 모네와 르느와루의 작품을 탈취해서 그림값을 흥정하는.... 짧막하지만 이번 작품이 지니고 있는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포복절도할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야할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전문 범죄인들도 감행하기 어려운 미술관의 국보급 작품들을 기가막히게(정말 기가막히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쟁탈하는 과정과 그 이후 그림들과 그림값을 교환하는 아이디어 자체가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일련의 유쾌한 과정들을 보여줍니다. 뭐 범죄행위를 보는데 유쾌한 느낌을 갖는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지만 그 말이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죠. 그리고 독자들은 그 말이 안된다고 여져지는 일련의 행동반경들을 따라가면서 어느새 노인 강도단에 정의아닌 정의감을 부여하는 감정이입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내러티브를 쫒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고 노인강도단의 활약에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번 작품이 <창문 넘어...> 처럼 유사한 스토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소일거리로 보내기에 딱 안성맞춤같은 작품처럼 보이는게 사실이지만 한번쯤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왜 작가는 노인 강도단이라는 행동주체와 더불어 왜 이런 희대의 절도행각을 벌여야만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의문인데요. 바로 여기서 이번 작품을 그냥 소일거리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작품을 다 읽고 난 다음 허무하게 찾아오는 구조를 알게되면서 더욱더 강렬한 의구심의 욕구를 떨져버릴수 없게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번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무거운 주제입니다. 사회 양극화와 고령화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담론을 담고 있는데요. 국내 독자들에게 더욱더 어필되는 것은 유럽 그 중에서도 사회복지나 보장제도가 잘되어 있다는 스웨덴등 북유럽국가에서 인지하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들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죠. 자본주의가 극단의 길로 칫닫고 있는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이질감을 던져주는 것은 다름아닌 양극화 현상이라는 점 그리고 과학문명의 발달로 나날이 높아지는 고령화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향후 몇십년안에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고령화문제라는 담론을 이 작품은 다소 유머스럽게 표현하고 있을뿐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담론은 매우 무겁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시설이 형편없는 노인 요양소보다 감옥에서 생활하는게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감옥에 가고 싶어 범죄행위를 자행하는 현실에서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반추할 수 있습니다. 하물며 스웨덴이라는 선진국에서 말이죠. 그만큼 사회양극화와 고령화 문제는 이제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슬기로운 해답을 찾아가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무언의 암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듯 <감옥에 가기로...> 는 허무맹랑한 스토리처럼 비쳐질 수 도 있지만 지금 현대사회가 직면한 사회 양극화 문제와 고령화 문제라는 담론을 다루면서 정말 인간다운 삶 특히 나이들어가는 삶에 대한 제법 구체적인 해법들을 쏟아내고 있는 사회고발성 짙은 작품입니다. 인간인 이상 자연스럽게 나이를 들어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늙어가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인간으로써 이러한 일련의 순환과정을 겪으면서 과연 어떻게 생을 끌어가고 마무리하는것이 가장 자연스러운가에 대한 나름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작품속 노인 강도단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옮겨라는 것은 아니죠. 감옥에 갇혀있는 스티나를 면회온 아들과 딸의 대화에서 살짝 엿볼수 있듯이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늙어가고 죽음을 맞이하는게 가장 아름다운 삶을 영위했다는 암시를 주는데요. 이러한 삶을 살기위해서 작가는 필수요건으로 사회 양극화와 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작품을 대신해서 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창문 넘어...> 와 아주 흡사한 컨셉트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지만 작품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주 부담없이 출발했다가 막막한 느낌으로 마감하는 왠지 슬픈 우리의 자화상을 보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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