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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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까라는 의구심마저 가지게 하는 작품을 대면했습니다. 그 동안 일본과 국내에 상당한 층의 독자들 가지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스릴러 장르의 신기원을 열였다고 할 정도 정통추리소설에 사회이슈를 덧대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다시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련해 주는 작품들을 쏟아냈고, 독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줌으로써 한층 인기있는 작가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이 언제 부터인지 그러니 제 기억으로는 <예지몽>, <다잉 아이>, <플래티나 데이터> 그리고 최근에 선보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 최근에 집필한 작품들의 성향에서 약간식 외도를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라구요. 영적인 존재, 조지 오웰의 1984년 연상케 하는 플롯 거기에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되더니 급기야 블랙홀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소재로 옮아 가버리네요. 가도 가도 너무 멀리 간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면서 이번 <패러독스 13> 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하면 떠오르는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사건 해결사 그리고 사건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에서 내러티브를 끌어가면서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은 다 갖춘 탄탄한 스토리의 구성 마지막 결말부분에 예상치 못하는 반전과 밀물 밀려오듯이 독자들 가슴 한켠을 울리는 감동...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는 이유가 바로 이렇듯이 독자들과 그리고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느껴본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메니아들이라면 이번 <패러독스 13> 는 약간은 당혹스러운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하네요. 작가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지만 이번 작품은 그 변신의 폭이 너무 과하지 않았나라는 생각마저 들정도 기존의 그의 작품세계와 180도 다른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동안의 탄탄한 추리나 반전등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추리스릴러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이번 작품은 판타지적인 플롯이 작품 전반을 지배하고 있고 블랙홀이나 타임트랩등 SF적인 분위기로 인해 작품 전체가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까라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로 그동안의 작품세계와는 180도 다른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추리스릴러 전문 작가의 공통된 점은 현실세계와 인간의 심리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서 내러티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데 <패러독스 13> 의 경우는 이와는 무관한 커다란 플롯 자체만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푹 빠져있던 독자들을 당혹케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스토리의 연관성 자체가 상당히 많은 데자뷰를 떠올리게 하면서 별다른 특색은 없다는 것이죠. 속되말로 표현 한다면 작가의 명성에 맞지 않는 실패작이라고 할까요 이것 저것도 아닌 색체가 회색같은 그런 작품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왜 이런 작품을 구상하고 선보였을까라는 강한 의구심마저도 들구요.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한 작품이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중에 한 사람으로 약간의 실망을 금치 못하였구요. 그런데 왜 이런 작품이 탄생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이유에 집착하게 되더라구요. 그간의 패턴과 다르게 접급한 의도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이번 작품을 읽어가는 내내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았는데 마직막 책장을 덮으면서 어렴풋하게 감이 오더라구요. 그러면서 아하!! 바로 작가가 표방하고 싶었던 것이 이런 것이였구나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의 매력에 빠져 들었던 이유중에 하나가 바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확장된 사회와의 관계를 작품속에 담아내었기에 독자들과 진솔한 소통이 가능했고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고 보여집니다. 사건중심의 추리스릴러가 아니라 사람중심의 스토리가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작품을 살펴보면 스트럭쳐는 SF판타지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내러티브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사유에는 역시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블랙홀이나 타임슬랩이니 13초니 하는 것들은 다름아닌 생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부수적인 장치적 설정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러한 설정들 보다 살아남은 사람들 각각의 사유와 심리에 더 중점을 두고 있고 왜 그러한 설정에 막닥뜨리게 되었는가에 대한 전반적인 사유가 사실은 지배적인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것입니다. 이런면에서 본다면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구요. 

 

          작게는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사유를 재조명하고 있고 여기에 고령화에 대한 일본 사회내부의 시각, 안락사에 대한 시각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거리를 녹아놓고 있는 사회성짙은 뉘양스를 띠는 소설입니다. 껍데기는 SF판타지 소설 같지만요. 아마 이러한 설정들이 작가의 의도된 하나의 구조인것 같다는 생각에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을 들게 하네요. 다소 초반부터 당혹스러운 설정으로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유한 사유가 확실하게 살아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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