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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한 계기로 김홍정의 <금강> 이라는 작품을 대면하게되었습니다. <금강> 은 역사소설 좀더 엄밀하게 파고들면 역사대하소설이라고 해야겟죠. 서기 1506년부터 1598년까지의 근 100여년을 다룬 상당한 시간적인 흐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작품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역사적인 사건들만 보더라도 그 스케일이 상당히 방대한 작품입니다. 특히나 조선사의 내적인 변화의 축이었던 훈구와 사림의 대결이라는 정치적인 사건과 임진왜란이라는 외부적충격을 중심적인 소재의 축으로 작품의 근간을 잡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들의 눈낄을 끌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작품의 제목처럼 금강을 필두로 금강의 연안지방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하는 금강속에서 금강을 통해 살아갓던 당시대인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역사소설과는 사뭇 다른 면면들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소설들은 대게 남성중심적인 시각 그리고 정치적사건을 재해석하는 과정등을 통해 작품을 끌어가는 내러티브의 원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스트럭쳐을 보여주죠. 여기에 가상의 인물인 주요인물이 등장하여 팩트와 픽션을 적절하게 버물리면서 정치적 사건의 해석을 정당화하는 과정으로 작품의 기본 구도를 잡아가는데 이번 작품 <금강> 은 제목처럼 물흐르듯이 그냥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작품입니다. 우선 연향-미금-부용 이라는 여성들을 최일선에 배치하고 이들을 통해서 정치적인 사건이나 외부적인 충격에 대한 전략과 전술등이 가지치기하듯이 뻣어나오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먼저 띄입니다. 그리고 중종반정이후 발생하는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의 결과물이었던 사화의 역사적이나 정치적인 해석등이 극히 제한되고 배제되어 있는 그저 대하소설이라는 한편의 간만극정도의 규모성을 띠고 있다는 것 역시 특별하게 보여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갑자사화의 희생양이 충암 김정을 모티브로 동계라는 조직과 이들 조직의 복수혈전 비슷한 뉘양스을 풍기기도 하지만 작품속 어딜 뒤저보더라도 사화와 관련된 역사적 정치적 심지어 작가전지적인 해석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독특하게 다가오네요. 사뭇 이런한 차별화된 부분들이 달리 해석하게 되면 뻔한 역사소설로 남을 리스크 또한 상당하다고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신분적으로 천민에 가까운 더욱이 여성이라는 한계성을 너무나 쉽게 극복해내고 동계의 실질적인 수장이자 거대상단의 대행수라는 컨셉트 자체에서 왠만한 독자라면 뻔한 스토리 전개의 필연성을 간파할수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죠. 그런데 말이죠. 상당한 시간적인 배경을 작품속에 버물리다 보니 이러한 설정들이 자연스럽게 장착되지 않았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략 100여년이라는 긴 세월을 거기에 조선사에 있어 손에 꼽힐만한 큼직큼직한 사건들을 품고 있는 시기를 조명할려고 하니 어느 특정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끌어가기엔 한계점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인것이죠. 개인적인 사족으로도 이런 점이 참 애석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성을 전면에 캐스팅해서 주연급으로 내세웠다는 점 심도깊은 역사적 해석이나 평가를 단정짓지않았다는 점 상당히 신선한 작품의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전면에 내세운 여성 캐릭터의 무게감이 왠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이 양날의 칼처럼 느껴지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역사소설이라는 장르의 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팩트부분이 픽션부분을 덮어버렸다는 느낌마저 들면서 생동감이 저하된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가독성 면에서라도 한시의 인용등이 조금이라도 자제되었더라면 어땟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한마리도 작가의 철저한 고증과 인내의 노력물이 반감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네요. 물론 이런 표현은 뒤집어 보게 되면 그 만큼 내용이 충실하고 팩트를 회손하지 않는 범주내에서 픽션의 나래를 펼친 작품이라고 평할수 있는 것죠.
전반적으로 요즘 추리스릴러물이 대세인 작품세계에서 보기 드문 역사소설로 독자들의 레시피를 한층 넓혀주는 촉매가 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역사소설이라는 한계성을 미리 설정할 필요없이 한번즘 만나보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작품이기도 하고요. 다소 속도감을 내기 힘드나 이 역시 그간 강한 임팩트에 젖어 있는 독자들의 습관이라는 본다면 느긋하고 진중하게 대면해볼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