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플라스의 마녀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간만 했다면 거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매김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국내에도 이미 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국내 독자들의 심금을 자극하고 어필하는 몇몇 안되는 외국작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을 접할때 마다 느끼는 점은 작가 고유의 사유가 단 한번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부하거나 매러리즘에 빠졌있다는 악플보다 오히려 자신만의 주장과 그 주장에 합당한 논거들을 작품속에서 펼쳐나가고 있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많은 위한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히가시노 게이고는 진부할 수 도 있고 달리보면 자신의 명성에 빠진 매러리즘적인 방향으로 흐를수 있는 작품활동을 새로운 작품들을 집필하면서 오히려 더 단단하게 틀을 다져 나가고 있다는 표현이 합당할 듯 합니다. '사회파추리스릴러'의 거장답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의 모든 작품에서 인간본성과 인관과 인간간의 관계정립에 대한 사회적인 잇슈들에 대해서 그 어느 누구보다 확실한 소신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추리스릴러라는 옵션을 가미함으로써 자칫 심각하게 흘러갈 사유들을 많은 세대가 느낄 수 있게끔 맛깔나게 끌어가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죠. 거시적인 플롯과 미시적인 플롯이 어쩌면 이렇게 절묘하게 혼합되어 독자들의 가슴속에 들어앉아 있을수 있을까할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시공을 넘어 많은 위안을 준다고 해야겠죠. 무엇보다 양립하기엔 상당한 반등성을 가지고 있는 두가지의 소재를 통해서 가십거리정도로 남을 수 있는 추리스릴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했다고 해도 큰 논란거리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작품들이 나올때 마다 은근한 기대감이 증폭되는 것이 사실이고 막상 그의 작품들을 접했을때도 역시라고 절로 고개짓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네요.


          이번 <라플라스의 마녀> 라는 신작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발상과 내러티브를 창작해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하는 작품인데요.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의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상당히 유니크하면서도 이질적인 작품이라는 느낌이 제일 먼저 머리속에 들정도로 작품의 스토리나 소재가 상당히 파격적인 면을 갖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자신이 언급했듯이 그동안 정(인간의 본성으로 파악해야겠죠)을 중심으로 인간을 묘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이런 요소를 과감히 걷어내고 시크하면서도 노멀한 인간묘사에 그 촛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등장인물들 하나 하나의 멘트나 묘사를 보게 되면 작가가 이점에 대해서 상당한 고민을 했다는 점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마도카의 대모역활을 수행한 기리미야 레이라는 인물의 묘사에서 그 정점을 맛볼수 있습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나오지 않을것만 같은 스마트하면서도 이지적이고 극히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캐릭터로 보디가드인 다케오와 더불어 작품 전반의 분위기를 상당히 건조하게 만드는데 큰 역활을 수행합니다. 여기에 나름의 비중있는 인물들의 역활들 역시 레이나 다케오정도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드라이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역활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점이 기존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에서 볼 수 있었던 인간미와 정으로 무장한 캐릭터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발산하고 있는 것이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들이라면 어어, 왜이러지라는 안타까움이 묻어날 정도로 이번 등장인물들은 마치 체스판의 나이트처럼 주어진 명령문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여기에 모든 발생하는 상황은 그 '예측' 이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소재가 덧칠되면서 픽션이라기 보다는 무슨 과학적인 논문을 접하는 것 같은 퍽퍽한 맛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게되면 정말 이번 작품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일까라는 의문마저 들게 되죠. 그 동안 <패러독스 13> 이라는 작품이외에는 큰 범주내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은 상당한 거리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던져주면서 작품전반을 끌어갑니다. 사실 그 동안 인간중심의 사건 해결이라는 큰틀이 이번에는 사건중심의 사건 해결이라는 형식으로 변형되면서 그에 맞게 모든 구성요소들이 물리학의 원자구성처럼 짜여맞쳐져가면서 인물과 그에 대한 인간의 본성이라는 면을 찾아볼 틈 없이 바로 바로 내러티브를 확장해 버리는 구조를 갖고 있고 독자들 역시 이에 발맞추어 상당한 속도감을 느끼면서 드라이하게 내러티브를 따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마치 물리학 교과서를 읽는 것처럼 무미건조한 흐름을 탄다는 것이죠. 실은 독자들은 그런 무미건조함이라는 것 자체를 느낄수 없게 되지만요.


          그런데 말이죠. 만약 이번 작품이 이러한 방향으로 그저 사건을 중심으로 드라이하게 전개되었다면 그다지 주목성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죠. 실상 비쥬얼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많은 파격적인 면면을 갖추고 있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성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는 작품의 구조를 갖주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됩니다. 그 단편적인 실례가 등장인물들의 나레이션과 심리묘사인데요. 대게의 경우 주요인물들에 대한 디테일한 면면을 소개하고 그외 비중이 떨어지는 인물들에 대해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가 되지만.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경우 상당한 노력을 기울려서 인물 하나 하나에 대한 캐릭터를 부각시킬수 있는 면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면 타당할 것입니다. 여관주인 마에야마 요코나 아오에교수의 조교로 등장하는 오쿠니시등의 인물묘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요. 비중감은 떨어지는 인물들이지만 그에 맞는 적절한 상황묘사와 인물묘사가 왠지 어느 누구하나 다 소중하다는 근본적인 '정' 이라는 개념이 깔려있지 않으면 묘사할 수 없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집착은 결국 작품의 내러티브가 비범한 천재라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여지지만 그러한 천재성 역시 요코나 오쿠니시, 다케오와 같은 평범함이 공존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에둘러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바로 이점이 이번 작품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메세지이지만 신의 한수라고 보면 될듯 하네요. 물리학에서 각각의 원자 하나하나가 제역확을 수행할때 오류없는 공식이 창출되듯이 인간사회 역시 각 구성인 개개인의 특성들이 모여서 제대로된 사회가 성립된다는 극히 원론적인 사유말입니다. 흔히들 사회는 0.1%가 끌어가고 99.9%가 그 특별층에 의해 좌지우지된다고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러한 발상자체를 비웃듯이 모든 구성원 각각이 비록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지라도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 발달한 물질문명사회속에서 과연 우리 인간과 사회라는 관계성이 어떻게 존립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해답을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됩니다. 갈수록 인간성 상실과 그 대안은 무엇일까라는 고민보다 인간성 그 자체에서 근원적인 해답을 찾는게 올바른 처방이라는 느낌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여기에 자칫 드라이하면서도 무거울수 밖에 없는 주제를 추리스릴러기법과 유니크한 소재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독자들의 감정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다시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뛰어난 점을 느끼게 하기도 합니다. 그 동안 인간 중심에서 사건을 바라보면서 인간본성과 사회유기적인 관계성을 기저로 작품을 내놓았다면 이번 작품의 구도는 이와 사뭇다른 접근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기저에는 인간본성과 사회유기적인 관계성을 그대로 재현해 보이고 있습니다. 작가가 의도한바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된 형식인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이번 작품에서의 논거들은 그 동안의 작품에서 보기 드물정도로 강한 임펙트를 던져주는 작품으로 남을듯 하네요. 물론 이번 작품도 스포츠매니아적인 관점과 더불어 다양한 과학적인 서사들이 함유되어 있어 흥미를 자극하고 있지만 실상 이러한 서사들이 그다지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할 수 없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워낙 인간 개개인의 역활성에 대한 담론들이 크게 부각되다보니 디테일한 설정들이 큰 빛을 바라지 못하는 점이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펼쳐왔던 다양한 방법론적인 미스터리를 저변에 깔아놓고 있어 나름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런 서사들을 쫒아가면서 다시 한번 인간본성과 사회유기적 관계성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참 오랫만에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혼연의 역활을 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치 유기적인 원자들의 모임들 처럼요. 참 그리고 사족이지만 동해라는 표기가 번역가의 자의적인 번역인지 아니면 원작에서도 동해라고 표기가 되어 있는건지 왠지 궁금증을 유발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