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장의 심령사진에서 시작되는 스토리는 심령사진의 실체를 쫒아가는 추리스릴러 기법이 가미되면서 독자들의 오컬트적인 세계로 살살 끌어 들입니다. 여기서 살살이란 다름아닌 가랑비에 옷젖는다는 식으로 처음 끌려들어갈때는 전혀 느끼지 못하는 감정들이 내러티브를 따라 쫒아가면 갈수록 감정에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의 세계로 빠져든다는 뜻인데요. 그것도 어느 순간 갑자기 격동적으로 벌어지는 일이 아닌 오래 사진관속에서 오래 세월의 빛을 받아 바래진 사진처럼 서서히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말하는 거겠죠. 일본 추리스릴러 좀더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사회파추리스릴러의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고구레 사진관> 이라는 작품을 대면하면서 느낀 첫 감정이랄까요. 작품이 던저주는 메세지는 차치하더라도 작품 전반적으로 풍기는 느낌이 서두에 언급한 이런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이미 국내 독자들에게 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 통할 만큼 미야베 미유키의 인기는 왠만한 국내작가보다 더 능가할 정도로 그녀의 작품은 일본이라는 특수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작가이죠. 아무래도 일본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정치색이 가미된 작가나 작품보다는 추리스릴러계열의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국내에 큰 저항없이 다가올수 있는 배경이 되었는지 몰라도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을 대할때 마다 느껴지는 느낌들은 하나 같이 상당히 "자연스럽다" 는 느낌이 가장 먼저 뇌리속에 자리잡게 되네요. 이번 작품 역시 미야베 미유키 특유의 감수성과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특유의 사유가 혼연일체가 되어 그대로 전달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네요.


          작품의 출발은 충분히 추리스릴러계열의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시작되는데요. 여기에 심령사진이라는 오컬트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한층 흥미감을 배가 시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이이치라는 사건 해결사 그것도 고등학생이라는 풋풋한 주인공을 등장시켜 독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출발하죠(여기에 감초같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맛깔나게 내러티브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막상 내러티브를 따라가다보면 이건 왠지 추리스릴러라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면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세계로 환승하게 되는데요. 그렇다고 심령사진이 주는 오컬트적인 그로데크스한 분위기로도 흐르지 않는다는 것죠. 정체 불명의 사진과 그 사진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내막을 쫒아가면서 이번 작품은 그냥 휴먼드라마쪽으로 방향을 급선회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장르의 변화가 전체적인 맥락이나 작품의 설정등에 있어서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자연스럽게 정말 미야베 미유키답게 그 흐름을 탄다는데 이번 작품의 색다른 매력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을 몇 문장으로 함축한다면 기꺼이 다음과 같은 문장에 담긴 의미가 떠오르게 되는데요.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이따금 죽은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난 그건 대단히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 이런 일을 하다보면 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현세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절실히 들어", "장례식이란 고인의 삶의 방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남은 인간들의 본성을 까발리는 장이지" 아마도 미야베 미유키는 이 문장들속에서 이번 작품의 모든것을 함축시켜놨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 이번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메세지가 담겨 있는데요. 사진이라는 것은 결국 과거를 대변하는 것이고 그 과거는 바래지기는 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죠. 사진을 찍을 당시와 그 사진속을 장식하고 있는 배경 그리고 사진속의 인물들의 각각의 표정에서 과거의 일은 그렇게 무수한 시간이 흐르더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고 무언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듯이 말입니다. 작가는 미스테리한 심령사진을 소재로 그 사진이 심령사진이 아닌 봉인된 과거속의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매게체로 활용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매게체는 살아있는(어쩌면 과거 사진속을 벗어나 있는 이들) 현세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모든 우리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품 전반적으로 품고 있는 사유는 그다지 가볍지 않는 어찌보면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등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왠만한 성인 독자들에게도 이러한 주제는 무겁고 버겁게 다가오기 마련인데요. 미야베 미유키는 이러한 어둡고 무거운 주제에다 유머와 더불어 약간의 눈물씬을 접목하여 고등학생정도라면 충분히 이해갈 수준으로 격하시켜놨다는 점인데요. 바로 이점이 이번 작품의 또다른 핵심인데요. 결코 작품의 질이 격하된다는 느낌보다는 모든 세대가 동시에 공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넓게 스팩트럼을 펼쳤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네 삶에서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루는 듯한 느낌마저 갖게 하니까요. 삶과 죽음의 이면 그리고 이를 경계로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봤을법한 사유에 대해서 초등학생의 시선에서 성인의 시선까지 상당히 넓은 스팩트럼을 통해서 다양한 예시를 던져주고 있는 작품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 일부분의 사유보다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받게 하는 작품같습니다. 비록 미미여사의 기존 작품들과는 달리 추리스릴러영역에서 벗어나다 보니 다소 지루함을 느낄수 있는 작품이지만 나름대로 심령사진과 추리적 기법등을 동원해서 무료함을 달래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등장인물들 내면의 심리묘사가 추리스릴러계통에서 맛볼 수 있는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가끔 이런 휴먼성이 짙은 드라마를 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느낌을 작품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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